인간은 존재적 가치감이 위협을 받을 때,
스스로의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가지 심리적 메커니즘들을 사용하는데,
이를 정신분석학 용어로 방어기제라고 부릅니다.
※ 방어기제는 정신분석학의 선구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가 계승/발전시킨 개념이다.
방어기제는 통상적으로 미성숙한 자아를 가진 사람일수록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숙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실패를 겪을 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위협감과 불안감에 직면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미성숙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은
자존감 위협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사건을 재해석하게 됩니다.
(ex. 내 음식이 맛없을 리가 없어. 누군가 나에게 악의를 품고 평점 테러를 했을 거야.)
문제는 이러한 재해석이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임시방편이거나,
또는, 내 자존감 방어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식 등으로 발현되기 때문에
결코 그 끝이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에너지 뱀파이어들의 방어기제
나르시시스트 등의 에너지 뱀파이어들은 한결같이 미성숙한 자아를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볼품없는 진면목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방어기제의 사용 역시 마찬가지다.
방어기제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 가장 아리송하고 이해하기 힘든 공격이 바로
투사라는 것입니다.
투사(Projection)
: 내면의 위협/불안 요소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덮어씌우는 행위
예를 들어 봅시다.
디자이너 A 과장은 평소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베끼거나 모방하는 식으로 일을 해 왔다.
이러한 A 과장의 행동 중에 후배 직원들이 가장 경멸하는 건,
A 과장이 다른 사람들을 욕할 때 남의 것을 베끼기만 하는 염치 없는 것들이라고 오히려 뒷담화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한 번은 A 과장이 B 대리의 아이디어를 베껴 상부에 먼저 보고한 적이 있었는데,
B 대리가 이를 문제 삼자, 오히려 B 대리를 염치없는 카피캣으로 몰아가며 공격적으로 선동을 했고,
조용한 성격 탓에 자기 세력이 없었던 B 대리는 정치 싸움에 휘말려 결국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
내면의 취약한 측면을 부정하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문제로 왜곡시키는 행위. 카피캣은 나지만, 내가 카피캣이라는 걸 인정할 수 없기에, 내가 가진 약점을 다른 사람에게 덮어씌워 희생양으로 삼는다. 폭탄 돌리기, 즉, 내 몸 속에 심어져 있는 폭탄을 꺼내 남에게 떠넘기는 행위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로남불이라고,
자기도 그러한 단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내 단점은 온갖 미사여구와 자기합리화를 통해 아니라고 변명하면서,
남들은 그러한 조짐이 조금만 보여도 공격적으로 선동해 가며 죄인으로 몰아가는 사람들.
투사라는 방어기제는 기본적으로
내가 가진 단점이 크면 클수록,
더욱더 강하게 남들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내란을 잠재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이웃 나라와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내가 지닌 약점이 거대하면 거대할수록,
그 불안감과 위협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내 약점이 투사된 대상을 희생양으로 삼아 지독할만큼 괴롭히고 공격해야 하는 것입니다.
원래대로라면, 단점으로 가득한 나를 보며 그런 나에게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는 것이 정상이지만,
미성숙하고 공격적인 자아를 가진 사람들은
투사라는 방어기제를 통해 그 경멸과 분노를 타인에게 대신 덮어씌우고 폭발시키게 됩니다.
그야말로 "심리적 테러리스트"인 셈.
남 욕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게 실은 자기 자신을 향한 욕이라는 점이다. 투사를 통해, 나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는 점을 다른 사람에게 덮어씌워 공격하고 있는 것이므로, 결국엔 스스로에게 욕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뒷담화하고 비난하고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만큼 조악한 자아를 지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나의 이러한 실체가 자존감에 엄청난 위협감을 주므로,
무의식의 세계가 방어기제를 작동해 스스로의 자아를 보호하려고 하는 겁니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방어기제도 "성격에 따라" 그 발현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인데,
우호성이 평균 이상인 사람들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그 화살끝이 자기 자신을 향하게 되면서,
부정, 억압, 고착, 퇴행 등 자기 자신의 내면을 왜곡하는 방향으로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반면,
우호성이 낮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화살끝이 타인을 향하게 되면서,
투사나 수동공격 같이 외부로 발산되는 방향으로 방어기제가 작동하게 됩니다.
즉, 미성숙한 사람들이 낮은 우호성을 가질 때,
타인을 공격하며 스스로의 가치감을 지탱하려는 공격적 방어기제가 발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습관적으로 남 탓을 하고 남 얘기를 하며 남 비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조심하라. 그들의 조악한 내면이 투사되어 언제 당신이 공격당할 지도 모른다.
반면, 성숙한 자아를 지닌 사람들은
자존감 위협 상황에서 생산적인 방어기제를 채택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승화라는 것입니다.
내면에 존재하는 불안감이나 분노, 위협감 등을 사회적으로 적절한 방식을 통해 해소하는 것인데,
통상적으로는 취미 활동이나 문화 생활을 통해 승화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ex. 감당하기 힘든 이별을 겪고 나서 그 감정을 음악이나 글, 그림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
또는,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대를 통해 승화시키는 방법도 효과적입니다.
(ex. 감당하기 힘든 이별을 겪고 나서 이별을 다룬 소설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며 위로 받는 경우)
승화의 두 축은 표현과 공감대로,
내가 속에 있는 것들을 많이 표현할수록,
또, 내 상황에 대해 다른 누군가와 공감대를 많이 느낄수록,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한층 더 깨끗이 해소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내면이 성숙하고 건강한 사람일수록
유독 취미 부자이거나 소통 부자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겠죠.
적절한 방어기제를 통해 나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 자신 뿐이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