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의서 중 일부-
"팀 막내에서 7년을 버텨내다 보니 어느덧 세계랭킹 1위라는 위치가 되면서 제 의지와 상관없이 그 위치에서의 역할들이 생겨나는 중입니다.
오랫동안 배드민턴을 사랑하신 선배님, 선생님들도 자랑스럽다고 말씀해 주시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중략) 부족함 많고 아직 실수투성이인 인생 왕초보 안세영은 운동과 재활만으로도 버겁고, 용량 초과 과부하의 시간들을 보내느라 힘이 들어서 정말 먹고 쉬고 하는 평범한 행동 하나하나도 어려움을 느낍니다. 생각해 보니 운동하는 것만 배웠지 잘 쉬는 법, 잘 먹는 법도 배우지 못해서 더 어렵고 힘들었던 거 같습니다."
"막내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고 제 목소리는 그저 떼쓰는 어린이의 투정으로 생각하셨을 거 같습니다. 성적이 좋아지면 저의 목소리에도 힘을 실을 수 있을까 하는 믿음으로 버텼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성적을 내온 저희 배드민턴 선수들은 진짜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이렇게 말씀드리는 내용은 누군가를 탓하고 원망하려고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닙니다. 다만 제가 느끼기에 이런 문화는 바뀌어야 하고 모든 선수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목소리를 냅니다. 저 하나뿐만이 아니라 저 이후의 후배 선수들은 이런 문화를 지속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종목이 유난히 안 바뀌는 문화인지 모르겠으나, 본인방 청소와 빨래는 본인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같은 국가대표 선수인데 청소하고 빨래하러 대표팀 갔다고 하면 좋아하실 부모님 계실까요?" >
"저는 막내로서 어디 나가야 되거나 하면 1번부터 끝번까지 보고를 하고 나가야 합니다. 20명 단체 톡방에 '외출합니다' 한 번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1번부터 끝번까지 개인적으로 보고하고, 솔직히 말하면 그 보고가 귀찮아서 방콕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쉽지 않은 문화입니다. 이 문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