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강풍이 휘몰아친 10월의 어느 새벽, 외증조모는 저 밑에서 들려오는 어떤 소리를 들으려는 듯, 바닥에 한쪽 귀를 댄 기이한 자세로 50년 이상 살아온 적산가옥 별채에서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20대 이후 일본에서 지내온 나는 그곳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외증조모의 유언대로 그 집에 살러 들어오는 것으로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곤 마주친 적산가옥의 유령, 가네모토 유타카.
이 망령과 조우한 뒤 나는 꿈속에서 외증조모가 되어 이 집의 별채에 숨겨진 비밀을 마주한다.
깊은 밤, 유타카는 나에게 마음속에 품어온 말을 속삭인다.
“아버지는 내가 죽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