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눈을 뜨니 엄마가 옮겨준건지 제대로 이불에서 자고있었고 노트도 제대로 가방 속에 들어있었다
318:잔거냐ww
319:나는 가방을 메고 학교로 갔다 정말 제대로 잤기 때문에 학교에 가는 도중에도 몇번씩 어제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봤지만 왜 인지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현실로 돌아와 결국 아저씨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찼다
321:오랜만에 온 교실에 내가 있을 자리는 역시 없었다 그래도 그런거에는 이미 익숙해져있었기 때문에 나는 담담히 자기자리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와서 여름방학 숙제를 제출하게 되었다
주위의 반 애들은 뭘 두고왔더던지 어떤 애가 대단하다던지 즐겁게 떠들었지만 나는 계속 우울했다
왜냐하면 여름방학 숙제는 대부분 아저씨와 같이 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322:한자나 수학숙제를 할때 모르는 부분은 아저씨가 알려줬고 자유공작에서는 손재주 좋은 아저씨랑 같이 코끼리 저금통을 만들었다 독서감상문은 책을 읽는게 귀찮아서 아저씨가 대충 만든 모험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은것처럼 그 감상문을 썼다 그리고 나팔꽃 관찰일기에 이르러서는 100% 아저씨의 작품이었다
331:쓰는 걸 잊었지만 결국 그림일기는 가져가지못했다 바로 잠이 들어서 유원지에 간날을 쓰지 못했고 만약 안 잤더라도 쓰지 못했을꺼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숙제를 제출할 때 나도 섞여서 가져온 숙제들을 선생님께 냈다 모두가 다 제출한 다음 선생님은 천천히 몇 명의 일기나 공작물들을 보며 재밌는 코멘트를 하거나 딴지를 걸었지만 나는 전혀 웃지 못했다 개그라면 아저씨가 몇 배는 더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있었더니 갑자기 내 이름이 불렸다 처음부터 선생님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불렸을 때 나도 모르게 움찔해서 창피했다
338:선생님「>>1의 관찰일기는 대단하네. 엄청 잘그렸어」
나「네…」
선생님「왠지 그림도 글자도 너무 어른스러운것 같기도 하지만」
나「…」
선생님은 나를 보며 히죽히죽웃으며 페이지를 넘겼다 안 그래도 주목받는건 싫은데 반 애들은 조용히 나의 노트를 보는 선생님에 주목하고 있었다 나는 너무 불편해서 고개를 숙여버렸다 빨리 끝나라 빨리 끝나라 아저씨가 대신 해준것 따위 나중에라면 들켜도 되니까 어쩄든 빨리 끝나라 그렇게 빌고있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345:선생님「몰랐네~ >>1은 그렇게 먹는게 좋아?」
나「네…?」
너무 의미불명한 질문에 나는 숙이고 있던 얼굴을 들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내쪽으로 다가와서 책상에 노트를 펼쳐 일기의 글씨를 쓰는 란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8월○일 맑음 나팔꽃에 물을 줬다. 밥 맛있었다.
라고 적혀있었다
347:그 다음날도 다음날도 짧은 나팔꽃에 대한 문장 다음에는 꼭 「밥 맛있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건 어제인 31일에도 적혀있었다 유원지에 갔기 때문에 나팔꽃에 대한 그림이나 글은 없었지만 단 한마디「밥 맛있었다」라고 적혀있었다
선생님이 그걸 읽으니까 반 애들은 모두 웃었다 얼마나 밥을 좋아하는거냐며 모두들 정말 마구 웃었다 모두가 웃으니까 나도 따라서 웃어버렸다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359:아저씨wwww ・・・(´;ω;`)
363:학교에서 돌아오면서 나는 바로 공터로 향했다 늘 지나던 구멍속으로 들어가 토관 속을 들여다봤지만 역시 아저씨는 없었다 평소처럼 더러운 가재도구들도 모두 없어져있었다
단지 유일하게 남아있었던 것은 깨끗하게 접혀진 아빠의 옷과 여름이 끝나서 시들기 시작한 나팔꽃 뿐이었다
끝
366:긴 시간동안 어울려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어제 자기 전에 문득 핸드폰의 달력을 보니 오늘이 9월 1일이길래 문득 떠올라서 아무생각없이 써봤습니다 보존해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여름 방학도 끝났네… 이제는 나도 아저씨니까 상관없지만www
399:왠지 엄청 고마워 오늘은 야근이니까 도중에서 끊길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 쓸수있을만큼은 쓰겠습니다 특기 이야기를 하면 되나?
그래도 일단 밥부터 먹고오겠습니다
510:여름 방학에 들어간 다음부터 나는 낮부터 공터에서 살다시피 했다 게다가 거기서 숙제까지 하려고 하는 나를보고 아저씨는 질렸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저씨「너말야 숙제 정도는 집에서 해라」
나「어디서 하든 상관없잖아」
아저씨「이렇게 푹푹 찌는 날씨에, 게다가 평평하지도않은 토관 위에서 숙제하는 놈이 어딨냐」
나「여기 있잖아. 정말, 아저씨 시끄러우니까 저리가있어.」
아저씨「아니아니 그건 너잖아. 랄까 땀냄새나」
나「냄새로 아저씨한테 이길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저씨「뭐.. 그건 그런가」
그런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에 아저씨는 아무 말도 안하게 됐다 그 대신 우당탕! 이라든지 탕탕!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465:
468:시선을 숙제에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옮기자 놀랍게도 아저씨가 거대한 쓰레기더미 속에서 엄청 날뛰고 있었다.
아저씨「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나「잠깐만!아저씨 뭐하고있는거야!!」
아저씨「하아…하아…시끄러워 둔아…너는 빨리 숙제나 해」
시끄러운건 아저씨잖아 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엄청난 기백으로 TV나 장롱을 들어올려서 던지기를 반복하고 있었기 떄문에 아저씨가 더위를 먹었나 싶어 그 이상 건들지 않고 애써 무시하며 숙제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행동은 내가 돌아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474:다음 날, 공터에 가보니 아저씨는 토관 속에서 죽은 듯이 자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제 일로 체력을 써버린듯 흔들어도 두들겨도 꿈쩍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 토관 옆에 놓여있는 익숙치 않은 물건에 마음을 빼았겼다
479:그 물건은 무려 책상이었다(아마도)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책상 부분은 플라스틱상자와 베니어판, 그리고 쇠파이프와 막대기로 골격을 만든 다음 골판지를 씌운 지붕도 있었다. 의자는 버려진 걸 그대로 사용했다
설명이 부족해서 제대로 전할 수 없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꽤 훌륭한 물건이었다
481:아저씨는 손재주가 꽤 좋았다 공구도 없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건지 아직도 알수 없지만 버려진 라디오를 수리해서 쓰기도 했었다 그런걸 할 줄 알면 토관말고 좀 더 집같은 집을 만들어서 살면 좋을텐데 라고 말한 적도 있었지만
아저씨「토관보다 좋은 집은 없어」
라며 거절했습니다
끝
488: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2011/09/01(木) 21:06:04.94 ID:XzA+bKBk0 단지 책상만 만드는게 아니라 지붕에까지 신경을 쓰는 데서 아저씨의 배려와 >>1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