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종시의 한 목사가 3·1절에 일장기를 내걸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소녀상 앞에서 대놓고 모욕성 시위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소녀상 앞에서 일본 군국주의 상징 깃발을 흔드는 시위대가 나타난 지도 오래다. 충격적인 일이긴 한데 그냥 해프닝처럼 넘겨선 안 되는 또 다른 지점이 있다.
세종시 목사는 자신의 행동에 격분해 집 앞으로 찾아온 시민들과 인터넷상에서 자신을 비난한 누리꾼들의 처벌에 나섰다고 한다. 주거침입 또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모양이다. 목사 스스로 자신의 SNS에 당당하게 밝혔다. 안타깝게도 현행 법률 체계상 정의심에 가득 차 행동에 나섰던 시민들이 처벌받을 위험은 실재한다.
법의 미비로 벌어지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우리는 아직까지 소위 '일제 찬양금지법' 같은 것을 제정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친일파들이 정권과 국회를 오랫동안 장악해온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사회 분위기상 감히 일본 군국주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자들이 거리에서 함부로 행동하진 못했기 때문에 그들을 규제할 법까지 필요한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제대로 고민한 적이 없었던 탓도 있다. 모든 일탈행동을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나. 자율규제가 가능하다면 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친일파들이 거리에서 일탈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다니고 있다. '세종시 일장기 목사'가 자신에게 항의하러 온 시민들 처벌에 성공하면 이 목사를 따라 하는 친일파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소녀상에 대한 테러 행위도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갈지 모른다. 일제의 억압에 대한 기억도 세대가 바뀌면서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사회상규에 의한 자율규제만으로 이런 친일파들의 직접 행동을 다 막지는 못한다.
언제까지 시민들이 직접 나서 이런 친일파들의 행동을 규제하려다가 되레 엉뚱하게 처벌받는 일을 국회는 팔짱만 낀 채 방치할 것인가. 이제 '일제 찬양금지법'을 국회가 제정할 때가 온 듯하다.
독일은 형사법 체계를 정비해 '나치에 대한 찬양'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등의 연구자료(독일, 강력한 법 집행으로 나치 찬양 금지 국민 생활화)를 보면, 독일 형법 86조는 나치당 같은 정당을 '위헌 정당'으로 규정하고 해당 단체의 표식을 유포하거나 집회에 사용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게 하고 있다.
2012년 6월 유로 축구리그 독일 대 덴마크 경기에서 일부 독일 관객들이 나치 현수막을 걸고 구호를 외쳤다. 독일 축구협회는 2만 5000유로의 벌금을 냈다. 2017년 8월 두 명의 중국 관광객이 베를린 국회의사당 앞에서 나치 경례 퍼포먼스를 하며 사진을 찍다가 경찰에 체포돼 벌금형을 받았다.
'일제 찬양금지법'이 누군가의 사상을 규제하는 새로운 사상보안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민주시민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친일파 금지법'이 아니라 '일본 군국주의 동조'와 같은 것을 금지하는 법률이라고 다시 말하고 싶다. 단순히 친일파라고 해서 처벌하자는 것도 아니고 친일적인 생각까지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저지른 제국주의 범죄 역사를 왜곡하고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직접 행동'을 규제하자는 것이다.
그래도 이 법이 '사상을 처벌하는 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면, 처벌 규정을 넣지 않는 방식으로라도 법을 제정할 수 있다. 처벌 규정이 없더라도 이 법의 존재만으로 친일 제국주의자들의 경거망동이 사회적으로 규제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정확히 어떤 행위가 일제를 찬양하는 것인지 법률과 시행령 등을 통해 상세하게 규정하면 된다.
어떤 나라가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겠다는 이유로 반인류애적 표현과 군국주의 찬양까지 허용한다는 말인가. 심지어 일본 도쿄도에서조차 '헤이트 스피치 금지 조례'를 두고 있다. 독일에서도 나치 찬양을 금지하는 법률 체계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이 때문에 독일 헌법재판소가 각종 판단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독일 국민들은 '나치 찬양금지법'이 없어서 생기는 부작용이 이 법으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는 이런 생각을 못 하는가. 심지어 우리는 독일이나 일본처럼 전범국가도 아닌 군국주의 역사의 피해 당사자 국가인데도 말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이미 '역사왜곡금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단순히 일본 제국주의 역사에 대한 왜곡을 규제하는 것을 넘어 5·18 민주 항쟁이나 4·3 민주 항쟁에 대한 역사 왜곡까지 금지하는 법안으로 발의돼 있다. 사회적으로 예민한 해방 이후 현대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까지 막을 수 있어 국회에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측면이 있고 어느 정도 이해도 된다.
하지만 해방 이전 일본 군국주의 시절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미 확립된 지 오래다. 군국주의 따위가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달리 해석될 리도 없다. 그런데 왜 국회는 아예 '일제 찬양금지법' 제정에 대한 논의 자체를 포기하는가.
친일파 처단을 국가가 포기해버리자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를 몽둥이(정의봉)로 처단한 의로운 시민 박기서 씨가 있었다. 1996년의 일이다. 그러나 그 시민은 의로운 일을 해놓고도 처벌을 받았다. 어쨌든 살인이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안 하니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21세기에도 이런 불행을 반복할 것인가. 세종시 일장기 목사가 애국 시민들 처벌에 나서는 행태를 방치할 것인가.
2020년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정부와 국회에 '독립유공자 및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모욕과 역사 부정 행위 처벌을 위한 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한 적이 있다. 이게 마지막 목소리가 되어선 안 된다. 국회는 어서 일하라.
허재현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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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찬양금지법' 도입할 때 왔다…'사상' 아닌 '행위' 규제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최근 세종시의 한 목사가 3·1절에 일장기를 내걸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소녀상 앞에서 대놓고 모욕성 시위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소녀상 앞에서 일본 군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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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처럼 친일 행위하면 징역 사는 법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그건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것이니까요.
이건 표현의 자유가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