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널드 오퍼스의 죽음
1994년 3월 23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오퍼스라는 남자가 10층 아래로 투신했다.
기이하게도 그의 시체는 바닥에 떨어진게 아니라 8층에 쳐진 안전망에 걸쳐져 있었다.
이 건물에는 창문을 닦는 인부들을 위해 8층 높이에 안전망을 설치해 놓고 있었다.
안전망에 떨어진 사람이 과연 죽을 수 있을까?
경찰은 부검을 의뢰했다.
2. 타살로 밝혀지다.
부검 결과 오퍼스의 직접 사인은 머리를 관통한 라이플 총탄이었다.
즉, 그가 투신할 당시 머리를 관통한 총탄에 의해 이미 죽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혹시 자살을 가장한 타살은 아니었을까?
경찰은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투신한 지점을 비롯한 어느 곳에서도 핏자국은 발견되지 않았다.
3. 다시 자살로 바뀌는 증거
이때 그의 방에서 자필로 된 유서가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머리에 난 총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가 자살하기 전에 라이플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고 떨어졌다면, 그 주변에 핏자국이나 흔적, 혹은 라이플 총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4. 용의자로 떠오른 노인
사건을 추적해가던 경찰은 그날 놀라운 제보를 받았다.
바로 그 건물 9층에 살던 노부부의 집에서 총소리가 울렸다는 것이다.
조사를 해 보니 실제로 그 집 바깥 창문이 깨져 있었고 그 흔적은 총탄 구멍이었다.
이로써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오퍼스가 10층에서 뛰어 내린 직후 9층을 통과하는 순간 거기서 날아온 총탄에 머리를 맞은 것이다.
그 날 노부부는 심한 말다툼을 벌였는데, 이때 격분한 남편이 총을 들고 나와 부인에게 총을 쏘았고, 그 총알이 부인을 빗나가 낙하하는 오퍼스의 머리를 맞힌 것이다.
우연치고는 정말 기막힌 우연이었고, 어차피 오퍼스는 자살을 위해 투신한게 아닌가?
그렇다면 우연히 총에 먼저 맞아 죽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경찰의 생각은 달랐고 노인은 기소되었다.
5. 과실치사 혐의
문제는 사건 당시 8층에 안전망이 쳐져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에 오퍼스가 총탄을 맞지 않았을 경우, 그는 안전망에 의해 살아날 가능성이 높았다.
즉 자살 미수로 살수도 있었는데, 그 총탄으로 인해 사망했으므로 9층 노인은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 된다는 것이다.
남편이 부인을 겨냥해 총을 쏘았더라도, 만약 부인이 맞았을 경우엔 일급살인이 되지만 부인을 빗나가 그 옆의 다른 사람이 맞았을 경우엔 2급살인이 되며 이 경우로서 9층에 사는 노인은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6.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노인에 대한 경찰의 혐의 적용이 이렇게 풀려가자 그 노부부는 곧 자신들은 항상 그 총에 총탄을 넣어두지 않으며 어떻게 그 총이 장전되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들에 따르면, 그들은 평소, 부부싸움에는 항상 남편이 빈총을 들고 나와 부인에게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면서 위협하는 등의 습관이 있었는데 분명한건 자신들이 결코 그 총에 탄환을 장전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는 총탄이 장전 된지 모르고 총을 발사 했으므로
살해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또 마침 오퍼스가 그 와중에 총탄을 맞았으므로 오퍼스는 사고사로 처리 되야지 자신이 살인죄를 적용받는건 억울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노인을 풀어주고 수사를 재개했다.
7. 새로운 용의자의 등장
그렇다면 사건의 핵심은 누가 과연 그 총탄을 장전했냐는 것이다.
그 총탄을 장전한 사람이 바로 이번 사건의 유죄가 될 것이다.
경찰은 수사끝에 그 노부부의 아들중 한 명이 사건 6주 전에 총탄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아들은 직장에서 해고되고 어머니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외면 당하게 되자 아버지가 어머니를 향해 빈총을 발사하는 습관을 떠올리고 어머니를 살해하기 위해 몰래 총탄을 집어 넣은 것이다.
그 아들은 총탄을 장전한지 6주가 지나도록 자신의 부모가 부부싸움을 하지 않자 어머니를 원망하는 글을 남기고는 결국 10층에서 자살하기로 한 것이다.
즉 다시 말해 그 아들이 바로 오퍼스였던 것이다.
사건은 결국 오퍼스의 자살사로 종결되었다.
8. 그러나 사건은 조작되었다.
이 사건은 1994년 8월부터 전 미국에 퍼져 나갔으며 한국의 TV에서도 방영된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으며 그 장본인은 바로 미국의 법의학자였다.
즉, 로널드 오퍼스라는 인물은 가상의 인물이었고 사건은 꾸며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1987년 미국 법의학 학술대회에서 당시 회장이었던 돈 하퍼 밀스 박사가 학회의 만찬에서 한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밀스는 살인 사건에서 고려할 법적 요소를 사람들이 흥미를 갖도록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지어냈다고 밝혔다.
그는 나중에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실제로 생각하는 것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1994년부터 미국에서 전세계로 실화처럼 퍼져 나갔고 그 이후로는 미국 밖에서도 인터넷뿐만 아니라 TV 및 영화에서까지 인용되었다.
가장 유명한 예는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매그놀리아인데 여기서는 주인공의 이름이 시드니 배린저로 나온다.
한국에서는 TV 서프라이즈에서 이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일로 방송된 적이 있었으며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사건이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믿고 있다.
이 사건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자살 사건' 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떠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