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소속으로 쿠팡 로켓배송을 했던 네 아이의 아버지, 정슬기 씨가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사연,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쿠팡 배송 물량을 혼자 감당하지 못했던 정 씨는 '알바'까지 써가며 배송 마감을 지키려 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계약 해지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새벽 4시 10분.
쿠팡 물류캠프는 밤새 분주합니다.
남양주2캠프를 나서자, 차량이 질주를 시작합니다.
신호 지킬 여유조차 없습니다.
정슬기 씨도 매일 밤 이 길을 따라 차를 몰았습니다.
[쿠팡 배송기사 (음성변조)]
" 300개 이상이요. 항상." >
정 씨의 배송구역은 서울 중랑구 상봉1동.
그런데 4월 9일부터 일부 구역이 바뀌었습니다.
새로 맡은 곳은 일반 주택이 많고, 면적도 2배 넘게 늘었습니다.
[고 정슬기 아내]
"엘리베이터 없는 지역이 많다 보니까, 뛰어다니려고 하니까 구르기도 많이 구른 것 같고. 아침에 오면 약 발라주기 바빴던 것 같아요." >
쿠팡 퀵플렉스 앱에 기록된 정 씨의 배송 물량을 살펴봤습니다.
기존엔 하루 평균 256개.
구역이 바뀐 4월 9일부턴 296개로 늘었습니다.
지리도 낯선데다, 갑자기 물량까지 늘자 혼자선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고 정슬기 아내]
"'알바를 안 쓰면 내가 여기에서 정리가 될 수 있어. 그래서 알바를 꼭 써야 돼'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
정 씨 일을 도왔던, 이른바 '알바' 배송기사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두 사람은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 상봉동 중간쯤에서 만났습니다.
할당된 물량 일부를 '알바' 차량으로 옮겨 실었습니다.
1개당 9백 원씩, 회사에서 받는 수수료를 고스란히 건넸고, 두 사람이 동시에 배송했습니다.
[로켓배송 알바 (음성변조)]
"평균적으로 50개에서 많을 때는 80개도 주시고 그랬어요." >
물량은 점점 많아졌습니다.
5월 27일 밤부터 28일 새벽엔 무려 400개가 배정됐고, 이 중 234개를 '알바'에게 맡겼습니다.
그 날 오후, 정슬기 씨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로켓배송 알바 (음성변조)]
"마지막 날 200개 이상 받은 것 같아요. 이백몇십 개. '내가 몸이 너무 안 좋다. 아프다. 그래서 도와달라'는 식으로 직접 말씀하셨으니까." >
'알바'까지 써가며 무리하게 배송했던 이유는 뭘까.
마감시각인 PDD를 0.5% 이상 못 지키면, 쿠팡CLS가 계약을 해지하기 때문입니다.
[강민욱/쿠팡과로사대책위 집행위원장]
"그걸 시간 내에 갖다 주기 위해서 하청 소속 노동자들에게도 이렇게 카톡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직접 닦달을 하고, 업무를 강요하고, 추가 업무를 얘기하고‥" >
작년 10월 경기도 군포에서도 로켓배송 위탁업체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당시 국정감사에 출석한 쿠팡CLS 대표이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홍용준/쿠팡CLS 대표이사 (작년 10월, 환노위 국정감사)]
"새벽 배송의 배송직들에 대한 근로 여건도 저희가 상당히 좋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벽 배송에 대해서는 원하지 않는 새벽 배송을 하는 경우는 없고‥" >
정슬기 씨의 죽음 이후에도 쿠팡 측은 "업무량과 업무일수는 전문배송업체와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의 협의에 따라 결정되며, CLS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