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인 연인을 위해 내 머리카락도 자른다.”
많이 접했던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이다. 유명 과자 광고에서도 나왔다. 암 환자가 민머리인 탓에 연인이나 친구 등도 같이 민머리를 해준다는 내용이다.
이제 이 같은 장면은 과거에서나 존재할 법만 장면이 될 수 있다. 항암 치료 이후에도 지속되는 탈모를 막는 데에 ‘냉각모자(쿨링캡)’이 도움 된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1일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암교육센터 조주희·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냉각모자가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임상종양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 학술지는 암 관련 세계 최고 학술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연구가 실린 배경은 최근 암 치료에서도 환자중심성이 중요해 지면서 암환자의 부작용 관리, 외모 변화 등에도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공동1저자인 조주희 교수는 “드라마나 영화 속 암환자는 대부분 항암치료 후 머리카락이 빠져 있고, 혈색 하나 없는 얼굴로 초췌하고 초라하게 그려지곤 한다”며 “실제 암환자 대부분이 치료로 인한 외모 변화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있다고 답하고, 절반이상의 환자들이 외모 변화 탓에 가정과 사회에서 문제를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암환자의 머리가 빠지는 건 항암제의 특정 성분이 모낭세포나 피부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도세탁셀, 독소루비신, 에피루비신, 파클리탁셀 등이 탈모를 잘 일으키는 항암제다. 유방암, 부인암 치료에 주로 사용된다.
환자들은 통상 항암 치료 종료 후 6개월 가량 지나면 회복된다고 교육받는다. 하지만, 실제 같은 연구팀의 기존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42.3%가 항암치료 후 3년이 지나도 항암치료 이전의 모발의 상태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연구팀은 직접 모발의 양과 굵기를 측정, 모발량은 어느정도 회복이 되는 반면, 모발 굵기는 항암치료가 종료된 지 3년이 지났어도 항암치료 이전보다 절반 정도에 여전히 머물러 있었다고 밝혔었다.
이에 연구팀은 냉각모자에 주목했다. 선행 연구에서 냉각모자를 쓰면 혈관이 수축돼 두피로 가는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모낭세포를 망가뜨리는 항암제의 영향도 감소시켜 탈모를 예방하는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냉각모자를 쓰더라도 모발이 아예 안 빠지는 건 아니다. 다만, 중요한 세포가 보호됐으니 추후 모발이 다시 날 시 더 건강한 모발이 나올 것으로 가설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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