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 만나서 불행했니?”
그러곤 곧장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저쪽에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초조해진 서윤이 황급히 변명하려는 찰나
경민이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
“그런 거 아니었어.”
“……”
“힘든 건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운 거였어.”
호텔 니약 따, ,김애란
살아오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영어 가정법 문장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배웠고
3차 방정식을 그래프로 옮기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내가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일 수 있는지 알게 된 일이다.
내 안에는 많은 빛이 숨어 있다는 것,
어디까지나 지금의 나란 그 빛의
극히 일부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일이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나는 오히려 뜨거워서 더 외로웠던 것 같아.
나는 급했고 상대는 느긋했지.
나는 타오르는데 그 사람은 은근했어.
온기가 다르고 속도가 달라서 외로웠지.
그렇다고 상대가 차가웠던 건 아니야.
그 사람은 오히려 따뜻했어.
단지 내가 바라는 만큼 뜨겁지 않았을 뿐.
거기, 우리가 있었다, 김현주
나는 네가 밤길을 걷는 것을 본다.
네게서는 달의 냄새가 난다.
너는 걷고, 걷고, 걷는다.
밤 길, 황인숙
일관성이란 건 원래 없어야 맞아.
세상이 늘 바뀌고 있는데,
사람도 일관될 수는 없어.
남이 볼 때는 일관성이 없는 것 같지만
각자 자기 방식대로 그때 그때 이유가 있는거야.
설명하기 어려울 뿐이지, 그게 일관성이야.
태연한 인생, 은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