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 야설) 여자의 본능 2
세현은 처음으로 사심이 없는 남자를 만난 것 같은 생각에 기분이 밝아졌다.
그 남자와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녀는 내일 아침 사무실에 들러, 오늘 받은 보험 가입 서류를 정리하고 또 본사에 가입 통보를 할 일이 기다려졌다.
사실 그녀는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가입자를 유치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가 다니는 지점에서도 그녀가 처음인 것 같았다.
다음날 평소보다 일찍 그녀는 사무실에 출근했다.
어제 받은 가입 서류의 장수가 많았기 때문에 정리를 다 하고 다시 판매를 나가려면 일찍부터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지점의 다른 사람들은 아직 출근 전이었다.
그녀가 서류 정리를 하는 동안 하나둘씩 출근을 시작한 외판원과 지점 직원들은 그녀가 정리하고 있는 보험 가입 서류를 보고는 모두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질투의 시선을 보내는 외판원들도 있었다.
"아니. 세현씨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아...예 저 그게..."
"누구 봉이라도 잡은 거야?"
"아니요... "
"그럼 이게 다 세현 씨가 모집한 거란 말이에요.!"
"예. 그러니까 그게..."
그녀는 차마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할 수가 없었다. 처음 보는 남자가 이렇게 많은 보험 가입자를 모집해 주었다고 하면 다들 아마 믿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그걸 믿는다 해도 아마 세현과 그 남자의 관계에 대해 의심의 눈빛을 보낼 게 뻔한 일이었다.
어쩌면 지금쯤 속으로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서류의 보험 가입자 중 몇 명의 남자와 그녀가 같이 잤을 거라는 상상을....
그녀는 서둘러 서류 정리를 마치고 지점을 빠져나왔다. 지점 안에 남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떤 말을 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녀 스스로 떳떳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은 그 남자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을 모집할 수 있었는가와 왜 하필이면 그녀에게 소개를 해주었을까 하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지점에서 가장 많은 보험 가입자를 모집한 영업사원이 되었고 표창과 함께 상금도 받았다.
그녀는 받은 상금으로 그 남자에게 식사라도 대접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남자의 연락처를 미처 받지 못했었다.
언젠가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식사 대접을 해야지 하며 그녀는 평상시대로 보험 영업을 하고 다녔다.
경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보통 쉽게 가입하던 월 2~3만 원짜리 암보험조차도 사람들은 가입을 꺼리고 있었기 때문에
온종일 걸어 다녀봤자 남는 것은 아픈 다리와 피곤은 몸뿐이었다.
그러다가 조금 금액이 큰 보험이라도 가입하겠다는 전화 연락을 받고 두근거리며 달려 가보면
보험에 가입하겠다는 당사자는 대부분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이나 아니면 조금 큰 음식점을 하는 남자 사장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제일 먼저 그녀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고는 그녀가 소파에 앉는 순간부터 그녀의 스커트 밑으로 드러난 하얀 허벅지 살과
다리를 훔쳐볼 뿐 그녀의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녀의 설명이 끝날 때쯤 되면 대부분 이런 사내들은 능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내가 보험 가입해주면 혜택이 뭐죠?"
하고 그녀에게 묻든지 아니면 직접적으로 그런 말은 하지 못하면서도.
"근데... 뭔가 돌아오는 게...."
이런 식으로 그녀의 몸을 요구하는 사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는 그때마다 다시 한번 설명하면서 보험 가입으로 인해 사내들이 얻을 이익에 대해 설명을 해보지만
이미 그녀의 알몸을 상상하고 있는 사내들의 귀에는 들릴 리가 만무했다.
물론 지점 내에서는 이런 사내들에게 몸을 허락하고 보험 가입을 따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가입한 대부분의 사내는 한두 달이 지나면 보험을 해약하거나 다시 몸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험을 들어주는 게 보험 사원을 도와주는 거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또 당연히 그 대가로 보험 사원들의 몸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보험 사원들이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이유가 언제든지 보험을 위해서라면 몸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몇 번이고 보험 사원을 그만두겠다고 생각했지만
보험 사원 말고 이렇게 많은 수입을 거둘 수 있는 직장이 유부녀인 그녀에게는 그리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는 걸을 알기 때문에 뒤돌아서면서.
"에잇 나쁜 놈들…."하고 욕을 내뱉고는 잊어버리려 애를 썼다.
한편 동현은 세현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그녀에 대한 연민의 정이 더해 갔다.
남편이 도망을 다닌다는 얘기와 함께 그녀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그녀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물론 그도 사내인지라 그녀를 여자로 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이다.
아무리 사회가 그렇다고 해도 남편이 있는 유부녀를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 아니 그는 처음부터 그녀를 그렇게 건드리고 쉽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아름다운 몸과 얼굴을 멀리서 감상하고
또 그녀가 오늘은 어떤 차림으로 출근을 하나 하는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즐거웠다.
어느새 추운 겨울이 지나고 앙상한 가지에 물이 오르면서 흑갈색의 숲들이 점점 푸른 빛을 더해가는 계절이 되었다.
봄은 숲에 변화를 가져왔지만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길거리의 풍경이었다.
대부분 바지를 입고 다니던 거리의 여자들이 서서히 겨울 동안 숨겨뒀던 하얀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옷감의 두께도 얇아지고 있었다.
하늘거리는 하얀 주름 스커트 차림의 여자들이 하나둘씩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으며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서 뭔가 채우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 사내들의 시선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른, 봄 햇볕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느껴지는 어느 날 아침 출근 시간에 동현은 오랜만에 세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은 동현이 출근을 늦은 시간에 하고 야근을 했기 때문에 그녀를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내리는 그녀의 뒷모습에는 무척 고단한 피로가 쌓여 있는 것 같았으며 걸음걸이도 힘이 하나 없어 보였다.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힘이 들게 만든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는 출근을 했지만 일이 잘되지 않았다.
요즘 들어서 유일한 낙은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뿐인 그에게 오늘 그녀의 모습은 일종의 커다란 망치로 다가와서 그의 가슴을 때리고 있었다.
그날부터 그는 다시 전화기를 들고 이리저리 전화를 하고 또 주위 사람들 찾아다녔다.
"야. 오래간만이다. 친구야."
"응. 잘 지내?"
"그래. 나도 잘 지내. 근데 너 xx 보험 들었니? 뭐? 안 들었다고? 그래. 그럼 내가 소개해 줄까?
뭐 바빠서 힘들다고? 그래 그럼 내가 서류 보내줄게 검토하고 사인해서 보내? 응. 알았어! 바로 보낸다."
"응 사실은 아는 사람이....."
친구들은 그가 왜 보험 영업을 하느냐고 물었지만, 그냥 아는 사람을 좀 도와주려 한다고 둘러댔다.
그렇게 해서 얼추 30여 장의 가입 서류와 돈을 준비한 그는 다시 그녀에게 전화했다.
처음 보다 더 떨리는 순간이었다. 혹시라도 자신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키면 어쩌나 하며 그는 심호흡을 하고 수화기를 든다.
신호가 가는 소리가 몇 번 울리고 나서.
"예. xx 보험 x 세현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저 동현인데요..."
"예? 누구시라고요.?"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조금은 실망했다.
그는 날마다 그녀를 상상하고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에 관한 생각뿐인데. 정작 당사자인 그녀는 그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니.
"저. 지난 11월경에 xx에서 만났던 사람인데요."
"... 아. 그럼 그때 그분? 안녕하세요."
그제야 그를 기억한 것에 대해 무척 미안한 듯 그녀는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저기. 오늘 오후에 한 번 뵈었으면 하는데요."
"아네. 그래요. 그렇지 않아도 언제 한번 뵙기를 원했는데. 제가 그만 연락처를 잃어버려서."
"아. 그래요? 그럼 7시쯤에 xx에서 뵙기로 하죠."
두 번째로 그녀를 직접 만난다는 기대감이 그를 들뜨게 했지만, 그녀에게만은 이런 자신의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날 저녁 그는 조금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아직 그녀가 도착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서는데 언제 왔는지 그녀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했다. 사실 그녀가 그를 알아본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를 딱 한 번 봤을 뿐이니까.
"저. 세현씨...?"
동현은 일부러 자신도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물론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또 그가 그녀를 날마다 훔쳐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 그녀는 아마 그의 도움을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아. 안녕하세요."
"제. 제가 그만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아니. 저도 잘 몰라뵈었는데요. 뭘 괜찮습니다."
"저어. 근데 무슨 일로 절 보자고. 혹시 지난번 보험 가입자분 중에 무슨 일이라도?"
"아. 아닙니다. 이번에 친구들이 보험에 가입한다고 해서요."
그러면서 동현은 준비한 서류 봉투와 함께 1개월분 보험료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서류를 보고는 너무 놀라는 표정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많이?"
"아. 친구들이 서로 따라 하기를 좋아해서."
"예. 아 그래요. 그래도 이렇게 많이는"
그녀는 다시 한번 눈앞의 사내에게 고맙다는 생각보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얼굴도 안 본 보험 사원에게 보험을 든다고 선뜻 사인하고 또 돈을 준다는 것은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내는 서류를 건네주고 나서는 먼저 일어나려 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제가 오늘 야근이라서 식사 대접도 못 해 드리고...."
"아니. 무슨 말씀을. 식사는 제가 대접해야죠. 근데 이렇게 그냥 가시면."
자리에서 막 일어서려는 동현을 그녀는 붙잡았다.
"저. 연락처라도 알려 주세요."
"연락처요? 글쎄요."
"아니.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동현은 그녀에게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어 주었다. 그리고는 바쁜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그녀를 가까이서 오랫동안 마주 보고 있으면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 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조금 전에도 간신히 참았다.
그의 욕정은 눈앞의 그녀를 꼭 껴안고 싶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