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책소설) 친구의 결혼식 (상편)
일도는 하필 오늘처럼 더운 날에 결혼을 해서 이렇게 땀을 흘리게 만드는 걸까.
하긴 한 달 전에 잡은 날짜가 이렇게 더운 날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도 한여름은 피하는 게 나았을 텐데. 짜식,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결혼식장은 전철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오늘처럼 온도계의 수은주가 폭발할 것만 같은 날에는 땀을 한 됫박을 흘려도 모자라는 거리다.
게다가 나는 지금 정장 차림에 넥타이까지 맸으니 오죽하겠는가.
나는 결혼식장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오늘의 예식을 안내해 놓은 팻말들을 살펴보았다.
육일도
은아리
3층 홍실이었다.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엘리베이터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 틈에 끼여서 땀 냄새나 맡으며 엘리베이터를 타느니 나는 그냥 중앙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는 쪽을 택했다.
오늘 같이 더운 날에도 이렇게 결혼식을 올리는 청춘 남녀들이 많다는 건 조금 의외였다. 아무래도 토요일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근무만 아니었으면 나도 아침부터 와서 일도 뒤를 따라다니며 가방이라도 좀 들어줬을 텐데 결혼식 시간에도 간신히 맞춰서 오는 형편이니... 역시 먹고사는 일이 친구보다도 우선인가 보다.
널찍한 중앙 계단으로 터덜터덜 올라가고 있자니 내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두 명의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두 명 모두 결혼식에 걸맞게 투피스 정장 차림이었고 재잘재잘 수다를 떨고 있었다.
보나 마나 오늘 이곳에서 결혼할 어떤 신부의 친구들이겠지. 일 도와 결혼할 아리의 친구들이었으면 좋으련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일단 뒤에서 보기에 그 여자들의 몸매가 제법 봐 줄만 했기 때문이다.
흰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키가 크고 날씬했으며 스커트 아래로 예쁜 종아리를 가지고 있었다.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보통 키에 조금 통통한 스타일이었는데 굴곡이 있는 몸매여서 오히려 흰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보다 내 시선을 더 끌었다.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의 엉덩이는 스커트가 터져 나갈 것처럼 탱탱했으며 여름 옷인지라 팬티 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나는 그 분홍색 스커트를 벗기고 그녀의 엉덩이에 내 물건을 한번 쑤셔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정말 끝내주는 기분일 텐데...
이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친구의 결혼식장에 와서 이런 생각들이나 하고 있으니... 어쨌거나 그 살랑살랑 흔들리는 엉덩이를 보면서 올라가자니 3층까지 순식간에 도착했다.
3층에는 청실, 홍실 두 곳에서 결혼식이 있었는데 가만 보니 그 여자들은 홍실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기대했던 대로 일도와 결혼할 아리의 친구들이라는 말이었다.
두 여자는 신부 측 축의금을 접수하는 곳으로 가서 각자 준비해온 봉투를 꺼내 축의금을 냈다. 그리고 돌아설 때 드디어 나는 두 여자의 얼굴을 감상할 수 있었다.
흰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차라리 얼굴을 보지 않았더라면 더 나았을 뻔했다.
뭐 그렇게 못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큰 키만큼이나 얼굴도 길었다. 코도 길고 턱도 아래로 쭉 빠져 있어서 영락없는 말상이었다. 내가 별로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저런 여자는 어쩐지 예민하고 신경질적일 것 같아서 대하기가 껄끄럽게 느껴진다.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몸매만큼이나 괜찮은 얼굴이었다.
빼어난 미인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그만하면 예쁘게 봐 줄만 했다. 눈도 크고 예뻤으며 볼은 조금 통통한 게 귀여운 맛이 있었고 특히 도톰한 입술이 제법 섹시해 보였다.
전체적으로 밝은 인상을 가진 여자라서 대하기도 편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볼륨 있는 몸매가 마음에 들었다.
패드를 해서 그런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슴도 크고 봉긋하게 솟아 있었고 잘록한 허리와 볼록하게 튀어나온 엉덩이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를 어디선가 보았던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처음 보는 얼굴은 아니었다. 저렇게 귀엽고 섹시한 여자는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분명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지난주에 창경궁에서 야외 촬영을 할 때 봤던 모양이다. 그날 네 명 정도의 신부 친구가 왔다 갔는데 아마 그중의 한 명이었겠지.
워낙 분주한 탓에 눈여겨보지 않아서 분명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 여자들은 잠깐씩 얼굴만 비추고는 모두 일찍 돌아갔기 때문에 같이 술 한잔할 기회조차 없었다. 얼굴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할 만도 하다.
일도와 아리도 미안하다며 대신 결혼식 피로연에서 제대로 놀아 보자고 말했기 때문에 사실 오늘은 은근히 피로연에 대한 기대도 가지고 있었다.
걸음을 옮겨 식장 입구 쪽으로 다가가자 턱시도에 하얀 장갑을 끼고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일도의 모습이 보인다.
얼굴도 뽀얗고 새신랑 티가 나는 걸 보니 분이라도 좀 발랐나 보다. 일도는 내 모습을 보자 장갑을 낀 손으로 이마의 땀부터 닦는다.
"이야, 새신랑 신수가 훤한데?"
"휴, 말도 마라. 아침부터 혼자 이것저것 다 챙기려니 정신없어 죽겠다."
"미안하다. 내가 좀 도와줘야 되는데..."
일도는 외아들인데다 친구도 많이 사귀는 편이 아니어서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라고는 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가 이제야 도착했으니 도와줄 사람이 누가 있었겠는가.
일도는 다시 친척 어른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나와 얘기할 시간도 없었다. 나는 걸음을 옮겨 신부 대기실 쪽으로 향했다.
대기실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보자 곧 일도의 신부가 될 아리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살짝 손짓을 하자 그녀도 고개를 들어서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녀의 주위에는 아까 계단을 올라오면서 보았던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와 흰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도 있었다.
"아리 씨, 오늘 무지하게 이쁘시네요."
나는 문 안 쪽으로 고개만 들이밀고 말했다.
"어머, 중국 씨 놀리지 마세요."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부끄럽다는 듯이 손으로 입을 가렸다. 언제 봐도 예쁜 여자다.
일도가 내 친한 친구이긴 하지만 역시 녀석에게는 아리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앞둔 신부 앞에서 더 노닥거리는 것도 흉이 될 것 같아 나는 그만 신부 대기실을 떠났다.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 없나 하고 주위를 좀 둘러보니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녀석 두 놈이 눈에 띈다. 서로 얼굴을 안 보고 지낸 지 몇 년은 된 것 같다.
그런데 일도와는 계속 연락을 하고 지냈나 보다. 나와는 별로 친한 녀석들이 아니다.
뭐 그렇다고 나쁠 것도 없다. 가서 악수나 하고 안부나 좀 묻다가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나누면 되겠지.
녀석들도 달리 아는 사람이 없던 차에 나를 보자 반갑게 맞이했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우리는 악수를 나누고 잘 지내는지 회사는 잘 다니고 있는지 형식적인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서민으로 살아가면서 나이 스물아홉 살에 성공을 해봤자 얼마나 하겠는가.
녀석들도 나처럼 별 볼일 없이 회사나 다니고 있는 모양이었다. 기껏 경쟁의식을 가지고 던지는 말이라는 게 그 회사라는 곳이 얼마나 크고 좋은 곳이냐, 그리고 회사에서의 직책이 무엇이냐를 따져 보는 정도가 고작이다.
말단의 회사원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만 나도 어서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이 거지 같은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다.
일도가 친하게 지내는 후배 한 명도 어디선가 나타나 아는 척을 했다. 일도와 함께 셋이서 술을 마신 적이 몇 번 있어서 나도 말을 트고 지내는 사이였다.
"잘 지냈어? 얼굴이 훤한 걸 보니 뭐 좋은 일 좀 있나 봐?"
"에이, 중국이 형도 좋은데요 뭐. 형도 잘 지내시죠? 어서 결혼하셔야죠 헤헤.
결혼식장에 가면 꼭 이런 얘기들을 한두 번은 듣게 되는데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남이야 결혼을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라고 어서 결혼하라고들 하는 걸까.
곧 결혼식이 시작되었고 나는 식장 뒤쪽에 서서 결혼식을 지켜보았다.
어디를 가든 똑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 결혼식. 그러고 보면 결혼식장은 공장이나 다름없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윙윙 돌아가면서 하루에도 수십 쌍의 신혼부부들을 생산해낸다.
생산된 신혼부부들은 비행기에 실려 저마다의 신혼여행지로 배달이 된다.
하지만 오늘 생산된 신혼부부 가운데 은아리, 저 여자만큼 아름다운 신부는 없을 것이다. 나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리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친구의 신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조금 우습지만 아리는 어떤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였다.
지하철 같은 데서 만나면 뒤꽁무니를 좇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외모가 아름다운 여자들이 흔히 그러하듯 콧대가 높은 여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순하고 여린 마음씨를 가지고 있어서 남자들의 보호 본능까지 불러일으켰다.
크고 맑은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그녀는 꺾어서 소유하고 싶은 붉은 장미가 아니라 소중하게 가꿔 주고 싶은 순결한 백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심지어 목소리조차 아이처럼 맑고 고운 음색이어서 그녀의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
그런데 언젠가 한 번은 그녀가 몸에 딱 달라붙어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을 입고 나타난 적이 있었다.
평소의 그녀와는 다른 파격적인 옷차림이어서 나는 물론이고 일도 역시 상당히 놀랐다.
나는 콜라병처럼 매끈하게 잘 빠진 몸매가 어떤 건지 그녀를 보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그녀도 내 표정에서 뭔가를 눈치를 챘는지 겸연쩍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셋이서 함께 술을 마시며 노는 동안 쉬지 않고 내 물건이 불끈불끈 서게 만들 정도로 섹시한 몸매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뒤로 두 번 다시 그런 옷을 입지 않았다.
대학교수라는 양반의 주례사가 끝도 없이 이어지며 결혼식은 여느 결혼식처럼 딱딱하고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이렇게 그의 결혼식 장면을 보고 있자니 솔직히 부럽고 약간 질투도 난다. 그가 돈이 많은 것도 질투가 나고 아리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신부로 맞이하는 것도 질투가 난다.
두 사람은 작년 가을 선을 봐서 처음 만났다. 일도는 이미 열 번 정도의 선을 봤던 경험이 있었고 그녀는 두 번째라고 했다.
그는 첫눈에 그녀에게 반했다. 하긴 어떤 남자라고 그녀에게 반하지 않았겠는가. 녀석이 드디어 천사를 만났다며 흥분해서 내게 전화를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데이트 신청을 했으며 그녀도 그가 싫지는 않았는지 그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만남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보다 네 살이 어렸으며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대충 얘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신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생계를 꾸려 간다고 했다.
그랬으니 결혼 상대자로 일도 정도라면 빠지는 조건은 아니었다.
일도는 보통 남들이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태연하게 국수 공장에 다닌다고 말한다. 그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말 것이다. 어쩌면 피식 웃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은 국수 공장으로는 제법 규모가 큰 곳이었는데 요즘은 한 걸음 더 나가 종합 식품 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었다.
중요한 사실은 그 국수 공장의 사장이 바로 일도의 아버지라는 것이었다. 일도가 외아들이었으니 아버지의 사업을 그대로 물려받게 될 것이다.
일도는 아리에게만은 그냥 국수 공장에 다닌다고 말하지 않았다. 녀석은 그녀를 붙잡고 싶은 마음에 처음 만난 자리에서부터 은근슬쩍 자기 집안의 재력을 과시했다.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내게 얘기해 주었다.
"아리 씨, 혹시 국수 좋아하세요?"
"국수요? 싫어하지는 않아요."
"그럼 △△ 국수라고 아세요?"
"네, 알아요."
"아, 그럼 앞으로는 더 맛있게 만들어야겠네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거기 저희 아버지가 경영하는 곳이거든요. 조금 있으면 제가 물려받게 될 겁니다."
그가 그런 얘기를 꺼낸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안 그랬다면 그는 다른 곳에서 점수를 딸 길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유머감각 같은 건 없는 데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는 이상하게도 숙맥이었다.
그랬으니 천사 같은 아리 앞에서는 오죽했겠는가.
일도는 아리와 관계가 어느 정도 진전될 때까지는 항상 나를 불러냈다. 나는 말하자면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를 맞춰 주는 피에로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도와 내가 친한 친구로 지내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여자애들과 잘 어울려 노는 편이었으니까 말이다.
녀석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내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녀석이 펑펑 써 대는 돈이 필요했다.
그리고 녀석은 입버릇처럼 자기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게 되기만 한다면 내게도 한자리 주겠다고 말한다. 녀석은 정말 그럴 것이다. 나는 녀석의 가장 친한 친구니까 말이다.
사실 나 역시 그의 그런 말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 뭐 그래서 녀석과 일부러 더 친하게 지낸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욕해도 어쩔 수 없다. 사람이 사는 게 다 그런 것 아닌가.
그러고 보니 이제 일도 녀석은 그렇게 고대하던 아리와의 첫날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아직 그녀와 섹스를 하지 못했다. 그녀가 원하지 않았던 까닭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마치 유치원생처럼 순진해지기 때문이다.
그녀가 유치원 선생이었으니 둘은 정말 딱 어울리는 커플이라고나 할까? 때문에 내가 옆에서 수없이 코치를 해주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한 번은 녀석과 내가 짜고 그녀에게 일부러 술을 많이 먹인 적이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을 호텔 방에 넣어 주고 돌아갔는데 다음 날 녀석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술이 너무 취해 자신도 그만 뻗어 버렸다는 것이다.
일도 녀석은 술이 좀 약한 편이다. 함께 룸살롱에 가도 녀석은 양주 한 잔을 몇 번씩이나 홀짝거리며 나눠 마시곤 한다.
룸살롱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는 룸살롱에서는 진짜 물을 만난 고기처럼 잘 논다.
여자 앞에서 숙맥인 그가 유일하게 여자들과 잘 어울려 노는 곳이 룸살롱이었다.
나가요 걸들이 최고로 쳐 주는 남자는 바로 일도처럼 돈 많은 남자였으니 그도 그런 여자들 앞에서는 자신감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곳에 있는 여자들은 아무리 미인일지라도 은연중에 깔보는 버릇이 있어서 함부로 대하곤 했다.
아무튼 두 사람의 만남은 계속됐지만 그는 그녀와 섹스를 하지 못해 애가 탔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어디서 다른 놈이 나타나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채 갈지도 모른다는 쓸데없는 망상들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녀는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가능하면 결혼 전에는 순결을 지키는 쪽이 옳다는 입장이었다.
선을 봐서 만났으니 아무래도 결혼 전에는 그렇게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선이란 게 무엇인가.
결혼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선남선녀가 만나서 서로 이런저런 조건들을 따져 보면서 일종의 합의점에 도달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결혼 전에 덜컥 관계를 가지는 것은 조금 경솔한 면이 있다.
결혼이라는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도는 결혼을 서둘렀다. 원래는 봄에 결혼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아리 쪽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여 결혼을 승낙 받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녀는 결혼을 위해서 유치원 교사마저 그만뒀다. 아마 일도가 그만두게 했을 것이다. 그
는 그녀를 소중한 보물처럼 꽁꽁 숨겨 두고 자신만 몰래 꺼내 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마침내 결혼식이 모두 끝나고 기념 촬영이 시작되었다. 결혼식에 참석한 일도의 친구라고는 나를 포함해 고작 네 명이 전부였지만 녀석의 회사 동료들로 보이는 남자들이 어디선가 우르르 몰려와 자리를 꽉 메웠다.
신부의 친구들 쪽은 일고여덟 명이 자리를 하고 있어 그런대로 썰렁하지는 않았다.
신부 친구들 쪽을 힐끗힐끗 봐도 역시 아까 계단을 오를 때 보았던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가 그중에서 제일 괜찮아 보였다. 물론 신부인 은이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안 예쁜 신부가 없다지만 아리의 경우에는 두꺼운 신부화장이 오히려 그녀의 아름다움을 덮어 버리고 있었다.
일도 녀석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신부의 얼굴을 보며 연신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아마 녀석은 머릿속으로 내일 있을 첫날밤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오늘 밤에는 피로연이다 뭐다 해서 시내의 호텔에서 하루 머물고 내일 아침에 신혼여행지인 발리로 출발하기로 했으니까 말이다.
결혼식 끝나고 피곤한 채로 부랴부랴 공항으로 떠나고 하는 것이 신랑 신부에게 너무 가혹하다며 그는 신혼여행지로의 출발을 하루 늦춰 잡았던 것이다.
출근 걱정이 없는 그로서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신혼여행 기간도 열흘이 넘는다고 했다.
먼저 발리에 있는 클럽 메드라고 하는 리조트에서 푹 쉬고 나서 싱가포르와 태국 쪽을 쭉 돌아보고 올 작정이라고 했다.
내게는 꿈같은 얘기다. 녀석은 농담 삼아 자기가 비용을 다 댈 테니 같이 가자고 했지만 휴가라고 해 봤자 고작 사흘도 빼기 힘든 내게는 놀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얘기였다.
기념 촬영도 모두 끝나고 나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꼭대기 층에 있는 뷔페로 향했다.
대충 배를 채우고 앉아서 음료수나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자니 폐백을 끝낸 신랑 신부가 인사를 하러 올라왔다.
두 사람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하객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 테이블을 돌던 끝에 일도는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나를 불렀다.
그는 내게 신랑 친구들은 물론이고 신부 친구들까지 다 데리고 먼저 피로연 장소로 이동하라고 말했다. 자기는 신부와 함께 어른들께 인사를 더 드리고 옷도 갈아입고 신부 화장도 좀 지운 다음갈 거라고 했다.
그리고 약도를 그려 가며 내게 피로연 장소를 설명해 줬다.
남아 있는 신부 친구들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 그중에는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심 기쁜 마음으로 그 여자들을 데리고 피로연 장소로 향했다.
남자들은 고등학교 동창 녀석들 두 명과 일도의 후배 한 명뿐이었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서 남자는 네 명뿐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으면 남자들은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동물적인 본능일까?
피로연 장소는 결혼식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인데도 날씨가 무척 더웠기 때문에 몇 발자국 걷지 않아 땀이 흘렀다.
여자들은 햇빛 때문에 저마다 핸드백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피로연 장소로 잡은 곳은 지하에 있는 술집이었는데 들어서면 입구에 넓은 홀이 있었고 한쪽 복도를 따라서 방문들이 몇 개 있었다. 언뜻 봐도 싸구려 술집 같지는 않은 곳이었다.
아직 저녁 시간이 되려면 멀었으니 손님이 있을 리는 없었고 우리들이 도착하자 종업원이 바로 나왔다.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종업원은 우리가 피로연 손님인 것을 알고는 방이 있는 쪽으로 안내를 했다.
종업원이 복도의 안쪽으로 안내한 곳은 방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작은 홀 같은 곳이었는데 노래방 기계와 함께 멀티비전이 깔린 무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무대를 둘러싸고 편안해 보이는 가죽 소파가 쭉 놓여 있었다.
정말 피로연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나는 일단 맥주와 과일 같은 것들을 몇 개 시키고 피로연 때 쓰기 위해 날계란이나 바나나를 비롯해 간단한 준비물들을 종업원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신랑 신부가 오면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들 걸어오느라 땀을 흘린 탓인지 문을 열고 나가려는 종업원에게 얼음을 띄운 냉수를 부탁했다. 그리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달라고 했다.
투피스의 상의를 벗어 벽에 있는 옷걸이에 걸어 놓는 여자들도 있었다.
나도 손에 쥐고 있던 양복 상의를 한쪽에 던져 두고 넥타이를 조금 헐렁하게 풀었다.
아직 신랑 신부가 없고 서로 아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신랑 친구들과 신부 친구들은 마치 처음으로 미팅에 나온 중학생들처럼 두 패로 나뉘어 앉아 데면데면하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럴 때는 조금 나서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한결 분위기가 좋다. 평소에 내가 바로 그런 편이었는데 아직까지는 조금 자제를 하기로 했다.
더위 때문에 피곤하기도 하고 분홍색 스커트를 입은 여자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나서서 방정을 떨면 괜히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일단 얌전하게 앉아서 분위기를 탐색을 하는 편이 최선의 길이다.
맥주와 과일 안주는 속속 도착했지만 신랑 신부는 좀처럼 도착하지 않았다.
방 안은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 조그맣게 떠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슬슬 움직여 볼까 생각하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병따개를 들고 여자들이 앉아 있는 쪽으로 가서 테이블 위에 죽 놓인 맥주병들을 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자들에게 맥주를 한 잔씩 따라 주었다.
여자들은 어머,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말을 건네며 두 손으로 공손히 잔을 들어 내가 따라 주는 맥주를 받았다.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에게는 맥주를 다 따르고 나서 싱긋 웃어 보인 다음 말을 걸었다.
"저기, 저번에 야외 촬영할 때 나오신 분이죠? 그 날 저도 갔었는데..."
"네?"
그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지난 주 일요일에 일도와 아리 씨가 창경궁에서 야외 촬영할 때 말이에요. 그 때 오셨잖아요?"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뇨? 저는 그 날 일이 있어서 못 갔는데요...?
"아, 그래요? 그럼 제가 잘못 봤나 보네요."
나는 여자들에게 술을 다 따라 주고 나서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여자들은 모두 여섯 명이었는데 가만히 관찰해 본 결과, 예식장 계단을 오를 때 보았던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와 흰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두 사람끼리만 얘기를 나누었고 나머지 다른 네 명의 여자들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것 같았다.
뭐 그럴 수도 있다. 이를테면 고등학교 동창들과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서로 나뉘듯이 저 여자들도 아리의 서로 다른 부류의 친구들인 모양이다.
그런데, 정말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굉장히 낯이 익었다. 그 날 야외 촬영에서 본 것이 아니라면 그냥 단순한 나의 착각인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분명하게 기억에 남은 인상이었다.
도대체 그녀를 어디서 본 것일까.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나 전철에서 보았던 여자라면 아무리 미인일지라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맥주를 몇 잔씩 마시고 있는 동안 마침내 신랑 신부가 도착했다.
두 사람은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고 아리는 신부 화장을 지운 얼굴이었다. 역시 그녀는 신부 화장 같은 것을 하지 않아야 더욱 빛나는 얼굴이다.
피로연의 주인공들이 도착하자 방 안은 곧 활기를 찾았다. 저마다 신랑 신부에게 한 마디씩 건네고 웃고 떠드느라 방 안은 금세 떠들썩한 시장 한복판처럼 변했다.
양주도 몇 병 시키고 다른 안주들도 몇 개 더 나왔다. 그리고 일도의 후배 녀석은 신랑 신부에게 짓궂은 게임들을 시키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어느 정도 술이 돌고 나서 결국 그가 나섰다. 일도는 그냥 노래나 부르면서 놀자고 했지만 다들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신랑의 아랫도리에 바나나를 끈으로 묶어 놓고 신부에게 입으로 바나나를 먹게 하는 게임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아리는 머뭇거리며 도무지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야유를 보내며 빨리하라고 난리가 났다. 자세한 사정을 아는 나로서는 그런 광경을 보고 있기가 무안했다.
두 사람은 아직 섹스도 하지 못한 사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물론 포옹이나 키스는 했다고 하지만 펠라티오까지는 아무래도 하지 못했을 테니 그녀가 머뭇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성화가 계속되자 아리는 결심을 하기라도 한 듯 마침내 자세를 낮추고 바나나가 덜렁덜렁 달려 있는 일도의 아랫도리 쪽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사람들은 환성을 질렀지만 나와 일도는 오히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일도는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곧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웃음으로 바뀌었다.
녀석, 아무래도 나중에 그녀가 그렇게 해주는 장면을 상상한 것은 아닐까.
그녀는 바나나 껍질을 까고 입으로 하얀 바나나 속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제법 부드러운 동작으로 바나나를 입에 넣었다 뺐다 하는 그녀의 입술을 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물건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 발갛고 도톰한 입술이 마치 내 성기를 물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늘 막 친구의 아내가 된 여자를 보며 이 무슨 망측한 상상이란 말인가. 하지만 저런 미인이 내 성기를 빨아 준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황홀하다.
어차피 그림의 떡인데 상상하는 것 정도야 뭐 어떻겠는가.
계속해서 좀 더 짓궂은 게임으로 넘어가는가 했더니 계란 노른자를 입에서 입으로 옮기는 게임에서 일도와 아리의 완강한 거부 반응 때문에 결국 무난한 것들로만 진행이 되었다.
신랑에게 폭탄주를 만들어 먹이고 신부가 노래를 부르게 하는 등의 비교적 무난한 것들 말이다.
어쨌거나 모두들 즐거운 분위기였다. 일도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틈을 타서 나는 아리가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결혼식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에 대해서 슬쩍 물어봤다.
"누구요? 분홍색 투피스... 아, 방희 말이군요?"
"네, 잘 아는 친구예요?"
"그럼요, 아주 친한 친구죠. 중국 씨, 방희한테 마음 있나 봐요?"
"아뇨, 꼭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인상이 좋아서요."
그러자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곧 손짓을 해서 방희라는 이름의 그 여자를 이쪽으로 불렀다.
아리는 방희와 나를 서로 인사시켰다. 방희도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내게 인사를 하고 맥주도 한 잔 따라 주었다. 우리 셋은 건배를 하고 맥주를 한 모금씩 마셨다.
"방희 씨랑 아리 씨는 고등학교 동창인가 봐요?"
무심코 던진 내 질문에 잠시 두 여자는 얼굴을 마주 봤다.
"아, 아뇨...방희랑은 같은 유치원 선생님이에요."
"아, 그러시구나. 방희 씨도 유치원 선생님이었군요. 와, 그 유치원은 미인 선생님들만 있네요. 우씨, 나도 다시 유치원 가고 싶다."
내 말에 두 여자는 까르르 거리고 웃었다.
아리는 곧 일도와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러 무대로 나갔고 나는 방희와 둘이 앉아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가끔씩 농담들도 하고 그랬는데 방희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거리고 웃다 못해 아예 배를 잡고 소파에 쓰러질 정도였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역시 처음 느낌처럼 밝고 명랑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처럼 귀엽고 통통한 여자들은 대부분 성격이 좋다. 그리고 남자들에게 몸도 잘 준다.
안 그런 여자들도 있겠지만 내가 만난 여자들의 상당수가 그랬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아주 좋은 징조라고 볼 수 있다. 잘하면 결혼식장 계단을 오를 때 그녀의 엉덩이를 보면서 했던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
술도 조금씩 들어가고 노래를 부르고 노는 사이에 방 안 분위기는 어느새 화기애애하게 바뀌었다.
고등학교 동창 녀석들도 어느 틈에 다른 여자들과 함께 붙어서 술잔을 부딪히며 얘기들을 나누고 있었고 일도의 후배 녀석은 아예 두 명의 여자를 앞에 놓고 신이 나서 떠들어 대고 있었다.
혈기 왕성한 청춘 남녀들이 한 방에 모여 있으니 역시 가만히 놔둬도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그런 분위기에 불을 댕기기라도 하듯이 일도의 후배 녀석이 무대로 나가더니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들 나와서 춤을 추라고 손짓을 했다.
일도와 아리는 벌써 찰싹 달라붙어 블루스를 추기 시작했고 눈치를 보던 고등학교 동창 중의 한 놈이 앞에 있는 여자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방희에게 눈짓을 주니 역시 그녀는 생긋 웃으며 자리에서 발딱 일어났다.
방희의 허리는 손에 착 달라붙는 묘한 손맛이 있었다. 허리가 들어가고 그 아래 엉덩이가 빵빵하게 튀어나와 있어서 그 굴곡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흐느적거리는 노래에 맞춰 스물다섯 살 먹은 싱싱한 아가씨를 부둥켜안고 춤을 추고 있자니 주책없이 내 물건이 슬슬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제법 묵직해진 내 물건이 방희의 아랫도리에 한 번씩 부딪혔다. 그녀도 그것을 느꼈을 텐데 거리낌 없이 계속 춤을 췄다.
여자 나이 스물다섯이면 알 거 다 아는 나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좀 더 과감하게 내 물건을 그녀의 몸에 대고 비볐다.
묵직해진 내 물건이 그녀의 살에 짓눌리자 조금 멈칫하는 거 같았지만 그녀는 붙은 몸을 떼지 않았다.
나는 허리에 있던 손을 아래로 내려 그녀의 엉덩이를 살짝 주물렀다. 몰캉거리는 좋은 감촉이 느껴지면서 그녀가 엉덩이를 살짝 흔드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다시 손을 위로 올려 그녀의 허리를 슬슬 문지르다가 내 아랫도리 쪽으로 약간 힘을 주어 잡아당겼다.
그러자 그녀가 내 귓불에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우리는 그대로 달라붙어서 한 곡의 노래가 더 이어질 동안 블루스를 췄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와 앉았는데 방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며 화장실에 좀 다녀오겠다고 하고 방을 나갔다.
맥주를 따라서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아리가 옆에 와서 앉더니 내 허리를 쿡 찌르면서 말한다.
"어머, 중국 씨 방희랑 아주 뜨거운데요? 이러다 두 사람 일내는 거 아니에요?"
"참, 아리 씨도 무슨 말이에요. 그냥 블루스 한 곡 춘 거 가지고."
"아유, 부러워."
그리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도 옆으로 옮겨 앉았다.
부럽다니? 오늘 결혼식을 치른 신부가 뭐가 부럽다는 말인가? 나랑 춤을 춘 방희가 부럽다는 말인가?
뭐 별 의미 없이 던진 말이겠지만 조금은 알쏭달쏭 한 말이었다.
이어지는 노래는 신나는 댄스 곡이었다. 탬버린을 흔들며 모두 뛰쳐나가 열광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을 보고 있자니 나는 문득 여기가 룸살롱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도 어차피 맥주 양주를 테이블에 깔아 놓고 아가씨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춘다. 그냥 룸살롱이라고 생각해도 다를 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어쩌면 일도 녀석이 그래서 지금 저렇게 신나게 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녀석은 룸살롱에만 가면 물을 만난 고기처럼 팔딱 대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우스웠다.
가만...
그러고 보니 내 머릿속에 뭔가 스치는 것이 있었다.
룸살롱이라...
한 달 전쯤이었나.
회사 사람들과 회식이 끝나고 관리부장을 비롯한 몇몇 간부들과 함께 강남에 있는 룸살롱에 간 적이 있었다.
그 양반들도 나처럼 젊고 잘 노는 녀석을 한 명 끼우고 싶었던 건지 그냥 회식 자리에서 내가 술을 잘 따라서 귀엽게 보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도 처음으로 그런 자리에 끼여서 가게 되었다.
일도나 친구들과 함께 가는 룸살롱이라면 모를까 회사 간부들과 함께 간 룸살롱은 재미없기 짝이 없었다. 노친네들이 제대로 놀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딸 같은 아가씨들을 끼고 청승맞은 옛날 노래나 부르고 있으니 재미가 있을 리 없다.
그런데 그때 관리부장 옆에 앉아서 생글생글 웃으며 과일을 먹여 주던 아가씨...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 나온 멋대가리 없는 미인들이 아니라 키도 적당하고 몸매도 약간 통통한 듯 굴곡이 있었고 얼굴도 꽤 귀엽다고 생각했던 여자다.
맞다.
그 여자가 바로 방희였다.
틀림없다. 순식간에 나는 명확한 기억을 되찾았다. 바로 그 얼굴이었다.
방희를 어디선가 봤다고 느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야외 촬영에서 본 것도 아닌데 내가 자꾸 그녀를 봤다고 느꼈던 것은 내가 그녀를 룸살롱에서 봤기 때문이다.
가진 건 별로 없지만 내 전 재산을 걸고 내기를 해도 좋다.
그렇다면 은아리, 그녀는...
아리는 방희가 자신과 같은 유치원 선생님이라고 했다.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일도 옆에서 얌전하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는 아리를 바라보면서 내 머릿속은 마치 컴퓨터가 부팅될 때처럼 드르륵거리면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언젠가 한번 아리가 몸매가 드러나는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 때 그녀를 보면서 느꼈던 내 솔직한 심정은 그녀가 마치 술집에 나가는 여자 같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친구와 결혼할 여자에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불경스러워 그 생각은 잠깐 하고 말았다.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섣불리 속단해서는 안 된다.
나는 사람들이 춤을 추게 내버려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붉은 양탄자가 깔린 복도는 어둠침침했고 축축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방문을 닫자 노랫소리가 윙윙 소리를 내며 복도의 천장까지 울렸다.
입구 쪽으로 조금 걸어가자 아무도 없는 썰렁한 홀에 혼자 소파에 기대앉아 케이블 티브이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고 있는 종업원이 보였다.
나는 다시 발길을 돌려 문들이 죽 늘어선 복도를 걸었다. 복도의 끝에는 화장실을 가리키는 커다란 화살표가 붙어 있었다.
멍한 기분으로 붉은 양탄자가 깔린 복도를 걷고 있는데 복도 끝에서 화장실에 갔다 돌아오는 방희가 불쑥 나타났다. 나는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어머, 혼자 나와서 뭐 하세요?"
"후후, 방희 씨가 언제 오나 하고 마중 나왔죠 뭐..."
"와, 절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영광인데요?"
"그런데, 방희 씨 저랑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네? 저랑요? 무슨 얘긴데요?"
나는 마치 중요한 할 얘기가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잡은 다음 잠깐이면 되니까 조용한 곳으로 가자고 했다. 닫혀 있는 다른 방의 방문을 슬쩍 열어 봤더니 역시 열려 있었다.
나는 그녀를 그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녀는 약간 머뭇거리긴 했지만 순순히 따라 들어왔다.
피로연이 열리고 있는 방보다는 작은방이었다. 정말 룸살롱 분위기가 나는 방이었다.
나는 먼저 소파에 앉고 그녀에게 옆에 앉아 보라고 했다. 그녀는 무슨 일인지 물으면서도 일단 내 옆에 앉았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내 눈을 말똥말똥 바라보고 있는 방희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분위기가 깨질 것만 같았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덥석 방희의 어깨를 잡고 내 쪽으로 당겼다. 그런데 그녀는 내게 몸을 맡기며 살짝 눈을 감았다.
나는 안도하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키스 타이밍이라는 것은 상당히 애매하다. 혼자만의 분위기에 젖어 섣불리 키스를 하려고 했다가 상대방에게 거절당하고 꿈이 확 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좀 이른 감이 있지 않나 싶었는데 방희가 받아 주어서 다행이었다.
방희의 입술은 생각했던 대로 부드럽고 달콤했다. 나는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천천히 빨았다. 그리고 조금씩 혀를 밀어 넣어 그녀의 입술을 열고 입속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따뜻한 혀가 내 혀를 맞이해 주었다. 그녀와 내 혀는 곧 뒤엉켜 손가락 싸움을 하듯 상대방의 혀를 애무했다.
키스를 하면서 나는 그녀의 투피스 상의를 벗겼다. 약간 거부하는 듯했지만 그녀도 곧 순순히 상의를 벗었다. 나는 두 손에 힘을 주고 그녀를 꼬옥 안았다.
실크 블라우스의 부드러운 감촉 속에서 그녀의 유방이 내 가슴에 눌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 상태에서 그대로 손을 밑으로 내려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한 짝씩 꽉 움켜잡았다. 그녀가 약간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개의치 않고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채 슬슬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녀의 목구멍에서 으응 하는 신음 소리 같은 것이 울려 나왔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문지르다가 슬쩍 스커트의 지퍼를 내렸다.
그러자 그녀가 잽싸게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키스를 하던 입을 떼고 내 얼굴을 봤다.
"사람들도 있는데 그러시면 안 돼요."
"여기 사람들이 어디 있어요? 방희 씨와 나 둘뿐인데요?"
"아잉, 장난치지 마시고 그만 룸으로 돌아가요."
나는 약간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룸살롱에서 그녀를 보았을 때가 생각났다.
그녀는 관리부장 옆에서 귀여운 표정으로 잘도 애교를 부리더니 결국 2차까지도 갔었다. 쉰 살이 넘은 데다 기름기가 잔뜩 낀 배불뚝이가 이렇게 탱탱한 아가씨의 살 속에 성기를 집어넣고 끙끙대면서 용을 썼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질투심 같은 것이 맹렬하게 치솟았다.
나는 다시 그녀의 입에 키스를 했다.
그녀는 내 입술에 막혀 응응 소리를 내면서도 키스를 받아 주었다.
별일 없다면 오늘 저녁에는 이 여자를 데리고 같이 잠을 자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지금 여기서 당장 그녀를 맛보고 싶었다.
다시 한번 지퍼를 내리고 그녀의 스커트를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키스를 하면서 몸부림을 쳤다. 나는 그녀의 팔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벽으로 그녀를 밀어 그녀의 등이 벽에 부딪히게 했다.
그 상태에서 다시 그녀의 스커트를 밑으로 내렸다. 훨씬 수월하게 벗길 수 있었다.
그녀는 팔로 막으려고 했지만 나는 몸으로 밀어붙여 그녀를 눌렀다.
마침내 그녀의 분홍색 스커트가 벗겨져 무릎까지 내려왔다.
나는 손을 뻗어 팬티만 입은 그녀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물컹거리면서도 탄력이 느껴지는 정말 굉장한 엉덩이였다.
그녀는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내 손길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뒤는 벽이라서 피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내게서 입을 떼며 말했다.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이러시면 어떡해요?"
약간 상기된 목소리였다.
돈만 주면 아무 남자하고 달라붙어 다리를 벌리는 주제에 지금 나한테는 이렇게 까탈을 부리다니 그녀의 이중성에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나는 입을 그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방희 씨? 얌전한 척 안 해도 돼. 니가 누군지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뒤로 빼고 정색을 하면서 내 얼굴을 바라봤다.
"무,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말이긴? 니가 룸살롱에 나가는 나가요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단 말이야."
"누, 누구세요? 무슨 말 하는 거예요?"
나는 잠시 숨을 돌리고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다 알고 있다니까? 아리 씨도 너랑 같은 룸살롱에 나가잖아."
물론 나는 아리 씨가 그런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그냥 괜히 한번 넘겨짚어 보는 것뿐이다. 아니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방희의 표정을 보고 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기세가 꺾여 어두워졌다.
"그,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그래도 아리는 지금 안 나가잖아요. 결혼한다고 선을 보면서부터는 안 나갔어요."
아니길 바랐는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자 가슴이 찌르는 듯이 아팠다.
"일도 씨도 알아요?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아리가 들킨 건가요?"
"아니, 일도는 몰라. 나만 알고 있어."
"정말이에요? 그럼 말하지 마세요. 두 사람은 벌써 결혼도 했잖아요."
이렇게 뻔뻔스럽게 얘기하는 그녀를 보자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누구 좋으라고 내가 그래야 하지?"
"제가 부탁할게요. 아리는 정말 착한 애예요. 아리가 불쌍하잖아요. 말하지 마세요."
착하다고? 의도적으로 남자를 속이고 돈을 찾아서 결혼을 하는 여자가 착하단다. 착하기도 하고 또 불쌍하기도 하단다. 세상에 이런 멍청한 여자가 있나.
"그래, 그럼 네 부탁을 들어주지. 대신 공짜로는 안 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나는 손을 뻗어서 무릎에 걸쳐져 있는 그녀의 분홍색 스커트를 밑으로 잡아끌었다. 그녀가 날 막으려고 하자 가만있으라고 소리쳤다.
나는 그녀의 스커트를 완전히 벗기고 비어 있는 테이블 위에 던져두었다. 투피스 상의는 아까 벗었으니 그녀는 속옷 차림에 실크 블라우스만을 걸치고 있는 상태였다.
이어서 나는 방희에게 소파에 엎드려 엉덩이를 내게 향하게 하라고 시켰다.
그녀는 머뭇머뭇하다가 결심을 했는지 마침내 소파에 무릎을 대고 엎드렸다. 어차피 그녀는 남자들 앞에서 이런 식으로 노는 것이 직업이 아닌가.
나는 그녀에게 딱 맞는 일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방희의 둥글고 풍만한 엉덩이가 내 앞에 떡하니 내밀어져 있었다.
안 그래도 볼록 튀어나온 엉덩이였는데 그렇게 엎드려 일부러 삐죽 내밀고 있으니 더욱 터질 듯이 풍만해 보였다.
나는 팬티 위에 손을 얹고 그녀의 엉덩이를 슬슬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주 탄력 있고 좋은 감촉을 주는 엉덩이였다.
몇 시간 전에 결혼식장 계단을 오르며 그녀의 엉덩이를 보았을 때 저 엉덩이를 벗기고 내 물건을 쑤셔 넣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도 빨리 그 소원을 이루게 되다니 정말 기막힌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은근히 부풀어 올라 있던 내 성기가 순식간에 솟구쳤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주무르면서 다른 손으로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바지를 다 벗고 나서는 팬티까지 단숨에 홀라당 벗어 버렸다.
내 물건이 빳빳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두 손을 그녀의 팬티 속으로 쏙 집어넣고 팬티를 거꾸로 까뒤집어 벗기기 시작했다.
"아잉, 난 몰라."
그래도 그녀가 조금은 부끄러운지 약간 울먹이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팬티를 돌돌 말아서 그녀의 무릎까지 벗기자 그녀가 팬티를 쉽게 벗길 수 있게 다리를 살짝 들었다.
나는 거침없이 그녀의 팬티를 완전히 벗겨서 테이블 위에 던졌다.
방희의 발가벗은 엉덩이가 내 눈앞에 나타나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정말이지 매끄럽고 음탕하게 생긴 엉덩이였다.
살들이 조금도 처지지 않았고 탄력이 있어서 엉덩이는 호빵처럼 둥그스름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나는 그 탱탱한 엉덩이 위에 손을 얹고 천천히 쓰다듬었다.
아주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쓰다듬는 손을 점점 밑으로 향하자 마침내 그녀의 까끌까끌한 음모들이 손에 닿았다.
그리고 어느새 축축하게 젖어 있는 살점들이 만져졌다.
제법 많이 젖어 있는 걸 보니 아까 키스를 할 때부터 젖기 시작한 모양이다.
나는 손으로 허벅지를 잡고 그녀의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그런 다음 두 손가락을 그녀의 꽃잎에 대고 살살 문질렀다. 진득진득한 살점들이 만져지며 손가락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난 손가락을 구멍 속으로 집어넣지 않고 그 주위를 살살 어루만졌다. 마치 구멍 위치를 확인하듯이 말이다.
내 손가락이 그곳에 닿자 그녀는 묘한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것도 없었다. 아니,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나는 빳빳하게 서 있는 물건을 그녀의 엉덩이 아래쪽으로 향하게 한 다음 허리를 움직여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녀의 구멍 근처에 내 물건을 대고 슬슬 문지르자 미끌미끌 거리더니 어느 순간 내 물건은 구멍 속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아흐으응, 이게 뭐야."
그녀가 정말 간드러진 콧소리를 냈다. 역시 남자들을 기쁘게 하는 직업을 가진 여자라 그런지 신음 소리도 보통 여자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허리를 움직여 내 물건을 그녀의 엉덩이 속으로 더욱 깊이 쑤셔 넣었다.
드디어 그렇게 소원했던 그녀의 엉덩이 속으로 내 물건을 집어넣은 것이다.
그런데 내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빡빡하게 조여 주는 느낌은 조금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손바닥을 내리쳐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아얏, 왜 그래요?"
"점잔 빼지 말고 평소 하는 대로 힘껏 조여 봐."
그러자 그녀가 자신의 성기를 움찔거려 내 성기를 힘껏 한 번 조였다.
"좋아, 그런 식으로 하는 거야. 수동적으로 가만있으면 재미없을 줄 알아."
그리고 나는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그녀의 엉덩이에 대고 떡을 치기 시작했다.
그녀도 슬슬 엉덩이를 돌리면서 낮은 신음 소리를 계속해서 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살점은 물기로 흠뻑 젖어 있어서 내 물건은 그녀의 몸속으로 쑥쑥 잘도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그리고 그녀가 힘을 주어 한 번씩 내 물건을 조여 줄 때마다 빠듯한 느낌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나는 속도를 좀 빨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피스톤 운동을 하면서 마치 보신각종을 치듯이 그녀의 몸도 함께 움직여 내게 부딪히게 만들었다. 그녀의 엉덩이 살이 출렁출렁 부딪히는 게 정말 떡을 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아앙, 아앙, 흐 아아앙..."
그녀는 내 물건이 자신의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리듬에 맞춰 정말 맛들어지게 교성을 내질렀다. 그 간드러진 신음 소리 때문에 쾌감이 관자놀이까지 타고 올라왔다.
그리고 그녀의 구멍이 빡빡하게 조여 주는 느낌도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하아악, 이 년 정말 죽이네."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아흐으응, 오빠아, 난 몰라..."
그녀의 입에서 습관적으로 오빠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걸 보니 그녀도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나는 계속해서 그녀의 몸통 속으로 쑥쑥 내 성기를 깊숙이 쑤셔 박았다.
내 이마에서 땀이 한 방울 흘러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의 몸에서도 후끈후끈한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끄응, 방희야, 안에다 싸도 되냐?"
나는 쾌감이 점점 성기 끝으로 몰려드는 것을 느끼자 그녀에게 물었다.
"아흥, 싸면 안 되는데, 아유, 난 몰라."
"헉, 헉, 난 몰라 그러면 싸도 된다는 얘기네."
그러자 그녀는 더 이상 대답을 않고 신음만 내질렀다.
나는 피스톤 운동에 박차를 가해 더욱 빠르게 그녀의 구멍 속으로 내 물건을 왔다 갔다 왕복시켰다.
그녀의 꽃잎에서 흐르는 물기 때문에 질퍽질퍽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의 교성은 절정에 달해 방 안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우웃, 지금 싼다."
"아앙, 오빠 어서 싸..."
나는 그녀의 몸속으로 내 물건을 깊숙이 밀어 넣은 다음 두 다리를 뻣뻣하게 경직시키면서 힘차게 쾌감을 분출시켰다.
"꺄아악, 오빠..."
그녀는 마치 오빠부대 여고생들이 환호하듯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질렀다.
나는 쓰러지듯 방희의 엎드린 몸 위에 내 몸을 합쳤다.
그런데, 그 순간 등 뒤에서 문이 덜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는 계속되는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방희의 몸속으로 계속해서 정액을 쏟아 내고 있었기 때문에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방희는 내 성기를 엉덩이에 꽂은 채 엎드려 있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나는 지금 내 뒤에 누군가 서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내 방희의 몸속으로 정액을 다 쏟아부은 다음 고개를 돌리려는데 쾅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문이 닫히고 난 뒤였다.
결국 누가 방문을 열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나는 잠시 동안 숨을 헐떡거리며 방희의 몸을 깔고 엎드려 있다가 마침내 일어났다.
그녀는 그대로 소파에 엎드린 채 숨쉬는 소리만 내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방금, 누가 왔다 갔죠?"
"응, 하지만 누군지 못 봤어."
"아, 난 몰라, 이제 우리 어떡해요?"
"휴, 나도 모르겠어."
그녀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땀에 젖어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겼다.
묵직한 내 성기는 끈적거리는 정액을 잔뜩 뒤집어쓴 채 축 늘어져 있었고 방희는 가랑이 사이에 내 정액을 잔뜩 묻히고 있었다.
"아유, 오빠 많이도 쌌네."
그러면서 그녀는 테이블 위에 벗어 놓은 자신의 팬티로 가랑이 사이를 닦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꽃잎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내 정액들까지 모두 훔쳐냈다.
"어머, 부끄럽게 뭘 보고 있어요?"
"보긴 뭘 봤다고 그래."
나는 고개를 돌리면서 내 물건은 무엇으로 닦을지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리고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팬티를 슬쩍 뺏어 쥐었다.
부드러운 실크 팬티였다.
나는 그 팬티를 쥐고 내 물건에 묻은 정액을 슥슥 닦았다.
방희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입을 벌린 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대충 닦고는 팬티를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자, 어서 입어."
"아유, 오빠 정말 너무해."
그녀는 자신의 팬티를 내 손에서 휙 낚아채더니 저 구석 쪽으로 힘껏 던져 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맨살 위에 바로 분홍색 스커트를 입기 시작했다.
"그래, 날도 더운데 노팬티가 시원하고 좋지."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그녀도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고 말았다.
"오빠는 지금 이 상황에 농담이 나와요?"
그리고 그녀는 일도에게 아리의 과거를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다시 한번 부탁했다.
나는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방희는 잠시 옷매무새를 바로하고 머리도 매만지더니 그래도 모자란지 다시 화장실로 향했다.
나도 옷을 다 입고는 방을 나섰다. 하지만 피로연이 열리고 있는 방으로는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방에서는 계속해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을 열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만약 종업원이었다면 창피하긴 하지만 별문제 될 일은 없다.
일도가 보았다면 뭐 어떻게든지 변명을 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신랑 친구들 중의 한 명이거나 신부 친구들 중의 한 명이라면 그건 조금 문제가 된다.
만약 아리가 보았다면 그건 최악이다.
그건 정말 굉장히 큰 문제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쨌거나 지금 이대로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방희가 화장실에서 돌아오기 전에 어서 들어가야 한다. 아니면, 방희가 먼저 들어가고 내가 한참 뒤에 들어가든지.
나는 다시 한번 옷차림이 흐트러진 데가 없는지 살펴본 다음 방문을 열고 사람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사이키 조명이 말 그대로 사이키델릭하게 번쩍이고 있었고 일도와 고등학교 동창 녀석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로 무대 앞에 서서 아빠의 청춘을 부르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일도 녀석이 와락 잡아당기며 같이 부르자며 마이크를 내 입에 들이민다.
얼굴을 보니 술이 약한 일도는 벌써 얼큰하게 취한 상태였고 다른 사람들도 적당히 취해 있었다.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부라보, 부라보, 아빠의 청춘~
나는 일도와 어깨동무를 하고 목청껏 후렴구 부분을 따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또 예약해 놓은 노래의 반주가 시작되고 이번에는 신부 친구들 네 명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슬슬 방 안을 둘러보며 눈치를 살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
모두들 여전히 즐겁게 노래들을 부르고 있었고 내가 나갔다 들어온 것에 주목하는 사람도 없었다.
사람들이 많고 어수선한 분위기다 보니 그런 일에 일일이 신경 쓸 겨를도 없을 것이다.
잠시 후에는 방희가 들어왔다. 역시 그녀에게 주목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녀의 친구인 흰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만이 뭐 하다 왔느냐고 묻는 것처럼 보였다. 하긴 다들 잘 모르는 사이니까 뭐라고 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그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문을 열었던 사람은 아마 종업원이었나 보다.
그런데 아리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나 하고 자세히 봤더니 잔뜩 신이 나서 연신 무대로 뛰어나가는 일도와는 달리 아리는 조용히 한쪽에 앉아서 박수만 치고 있었다.
얼굴은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억지로 지은 표정처럼 보였다.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단순히 결혼식이라는 대사를 치르느라 피곤해서 그런 것일까? 하긴 피곤하기도 할 것이다.
어젯밤 잠이나 제대로 잤을까?
나는 아리가 앉아 있는 쪽으로 가서 그녀의 옆에 앉았다.
"아리 씨, 얼굴이 피곤해 보여요?'
"네, 조금 피곤해요. 괜찮아요. 중국 씨도 재미있게 노세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억양과 표정에서 나는 어색하고 껄끄러운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말을 마친 뒤 내게서 고개를 돌렸고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나는 다시 내가 앉아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방문을 열었던 사람이 아리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틀림없다. 그녀는 방문을 열고 방희와 내가 한데 엉켜 있는 장면을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까짓 게 뭐 대수로운 일인가.
아리가 그 장면을 보았든 말든 상관없다. 그녀의 가증스러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속이고 일도와 결혼하는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은 가지고 있을까?
저렇게 아름답고 참한 여자가 사실은 룸살롱에 나가 아무 남자에게나 안겨 술을 따르고 다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