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야설) 아내 그리고...제9화, 반전
9. 반전
아내가 사라져 버렸다.
장인어른 생신을 맞아 며칠 친정에 가있던 아내가 사라졌다고 연락이 왔다.
Y의 집에서 저녁까지 먹고 그녀와 질펀하게 즐기고 난 후 그녀를 안은 채 TV를 보고 있는데 장모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
아내가 오전쯤 친구를 만나러 나가서는 안 들어오는데, 전화기도 꺼져 있고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혹시 집에 들어간 것은 아니냐고 전화를 했다.
지금 바이어 접대 중인데 확인해 보고 연락을 해 주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하지만 역시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응답만 울려 나온다.
"왜? 무슨 일이야?"
"친정에 가있던 집사람이 없어졌대... 혹시 집에 가지 않았냐고 장모가 전화를 했네...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부리나케 옷을 입고 그녀의 아파트를 나선다.
집으로 가는데도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나 하며 안방 문을 열어봐도 어두컴컴한 방에 침대만 덩그러니 있다.
화장실, 서재, 방마다 문을 열어봐도 아내는 없다. 맥이 빠졌다.
집에 왔던 것은 같은데 지금은 없다고 장모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 낼 아침에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 보겠노라고, 어디 친구 집에 있을 거라고 장모를 안심시키며 전화를 끊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최근 아내의 모습이 좀 이상하기는 했다.
평소와는 달리 아침마다 마치 새로 차린 듯 깔끔한 아침상을 준비해 주었고
저녁에도 내가 일찍 들어가던 늦게 들어가던 내가 저녁을 먹지 않았다고 하면 묵은 밥 대신 새로 한 따듯한 밥을 차려주곤 했다.
그러다 장인어른 생신을 앞두고 며칠 친정에 가서 아빠 얼굴 보고 싶다고 해서 친정에 보내주었다.
나흘 전 장인어른 생신에는 나도 처갓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고 아내는 며칠 더 있다가 온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었다.
장모님 말로는 그동안 아빠 엄마께 밀린 효도를 하겠다고 며칠 동안 직접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와 식사 준비를 하곤 했다는 것이다.
장인, 장모도 평소 안 하던 짓을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철이 들어서 그러려니 했다는 것이다.
혹시 J 녀석을 만나러 간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부리나케 J에게 전화를 건다.
"지금은 전화기의 전원이 꺼져 있으니..."
전원이 꺼져 있다는 소리만 들리고 연결이 되지 않는다. 갑갑한 마음에 용산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야 이 밤중에 웬일이야..."
"혹시 요즘 J 소식 들은 것 있어..."
"애들 말이, 강원랜드에서 산다고 하던데... 그건 왜..."
친구에게 아내가 사라졌다는 말을 하고 혹시 J에게 간 건 아닐까 의심이 된다고 J를 좀 만나야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내가 J를 만날 리도 없고 밤이 늦었으니 내일 가자는 친구를 재촉해 당장 강원랜드로 달려갔다. 평소에 다섯 시간쯤 걸리는 거리를 세 시간 만에 도착했다.
카지노에 도착하니 새벽 3시다. 다행히 아직 카지노 문을 닫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입장은 할 수 없단다. 새벽 5시까지 하기는 하지만 입장은 새벽 2시까지 란다.
근처를 기웃거리며 혹시나 하고 둘러보지만 J는 보이지 않는다.
새벽 5시가 되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데 둘이서 유심히 살펴봐도 J는 없다.
할 수 없이 차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 9시부터 다시 카지노 입구에서 기다렸다.
한 10반쯤 되자 점퍼 차림의 J가 눈에 들어온다.
용산 친구와 내가 J 앞을 막아서자 친구를 본 J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더니 뒤를 돌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백 미터도 가지 못하고 친구에서 붙잡힌다.
"내 마누라 어딨어....?"
"컥컥... 내가 네 제수씨가 어딨는지 어떻게 알아. 집에 있는 것 아냐...."
"그런데 왜 도망갔어?"
"그야, 이 분이 무서워서. 그랬지. 또 잡혀갈까 봐..."
친구가 겁에 떨며 이야기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구를 앞세워 숙소로 찾아갔다가 근처의 조그만 술집으로 데려간다.
쉰 살은 다 돼 보이는 뚱뚱한 여자가 J를 보더니 하며 아는 체를 한다.
"금방 나간 사람이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와?"
J에게 사정을 들어보니 그나마 남은 돈은 카지노에서 다 탕진하고 근처를 배회하다가 눈이 맞아 기둥서방 노릇을 하며 용돈을 받아 카지노에 들락날락한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는 그때 이후로 본 적도 없고 연락한 적도 없다고 한다.
나는 맥이 빠져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가 혹시 아내가 짐을 싸가지고 나갔는지 없어진 것은 없는지 확인부터 해보라고 한다.
나도 친구 말이 맞는 것 같아 부랴부랴 집으로 들어와 이것저것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제는 급하게 봐서 몰랐는데 찬찬히 보니 화장대 위에 편지봉투가 있고 편지봉투 위에 반지가 두 개 놓여 있다.
하나는 내가 프러포즈 할 때 아내에게 사준 커플링이고 다른 하나는 아내와 나의 결혼반지다.
3부짜리 다이어가 박혀있는 백금 반지다.
간소하게 하자는 우리 두 사람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어머님이 준비해 주신 결혼반지였다.
나는 얼른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오빠... 먼저 이렇게 오빠를 떠나게 돼서 미안해... 하지만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차라리 처음에 오빠에게 고백을 하고 용서를 빌었으면 용서받을 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조차 없게 됐어... 날 용서하지 마..."
편지에는 그동안의 모든 일들이 적혀 있었다.
친구 놈과의 만남.
집에서의 정사.
모텔에서 몰카를 찍힌 일.
심지어는 호텔에서의 일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임신했다는 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