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히즘야설) 경희 이야기1 - 이상한 메일
경희는 쇼핑 가방을 탁자에 던져놓고 거울 앞에 앉아 클렌징 크림으로 화장을 지웠다.
서둘러 세안을 끝내고 쇼핑백에서 옷을 꺼냈다.
속옷 코너에서 수경의 성화로 산 검정 란제리를 펴보던 경희의 볼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평소 내성적이던 경의로써 도저히 살 엄두도 못 낼 야한 란제리였다.
그래서 여자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는 법.
경희는 겉옷과 속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맨살에 란제리를 입어보았다.
거울로 다가가 자신을 비춰보았다.
볼륨있는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얀 살결에 검정색이 무척 섹시해 보인다는 걸 그녀는 이제야 알 듯했다.
"이렇게 입으면 뭘 해. 봐주는 사람도 없는걸."
생각이 여기에 머물자, 어제 온 전자메일이 생각났다.
벽시계를 쳐다봤다.
12시가 다 되어 있었다.
경희는 PC를 켜고 전자메일을 확인해 나갔다.
`정말 메일이 왔을까? 정말 따라 해볼까?`
요즘 따라 경희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자기 인생이 몹시 따분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나마 변변한 취미생활도 없던 그녀로서는 뭔가 새로운 일이 생겨나길 바랐지만 마땅하게 떠오르지 않던 차였다.
그녀의 시선은 송신자들을 훑고 있었다.
"yawoo....bigman...sulung...master"
맨 마지막에 어제 메일을 보낸 그 master가 있었다.
수경은 마우스로 더블클릭했다.
며칠 전이었다.
PC 통신서비스 회사인 let`s go에 다니던 경희는 색다른 전자메일을 받았다.
늘 고객 상담 전화와 씨름하고 파김치가 되어 오피스텔에 돌아오면 대충 샤워하고 자신이 만든 홈페이지나 외국 성인사이트나 들락거리는 게 그녀의 생활 모습이었다.
어느 사이트엔가 방명록을 남겼는데, 그때 이후부턴지 매일 밤 10시면 메일이 전송되어 오는 것이다.
송신자가 master로 되어 있는 메일은 그녀에게 고독과 허무의 늪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처음엔 그게 무슨 의미인 줄 몰랐다.
다음날부터 배달되는 메일엔 하루에 한가지씩 과제를 주면 따라 해보라는 것이었다.
경희는 처음엔 의아스러우면서도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매우 소극적이며 내성적인 그녀로서는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일 전송되어 오는 메일에 그녀는 어느새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메일 가져다주는 호기심이 약간의 청량제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
장난 전화와는 다른 것이다.
메일은 보지 않으면 그뿐이니까.
그래선지 낯선 누군가에게서 오는 메일이 그녀에게 두렵거나 심한 거부감을 일으키진 않았다.
가끔 주말이면 회사 동료들의 데이트 약속이니, 여행 약속에 들뜬 표정을 대할 때면 괜히 심술이 나고 부러웠던 경희는 이제 자신에게도 뭔가 새로운 일들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의 메일은 매일 달랐지만, 대부분 이런 내용이었다.
잠자리에 들어서 자신의 섹스파트너를 상상해보라든가, 매일 창문 너머에서 누군가가 당신의 훌륭한 몸매를 훔쳐본다고 생각하고 섹시하게 포즈를 취해 그를 유혹해 보라든가, 메일을 받아본 이 순간 팬티에 손을 넣어 성감대를 자극해보라든가 하는 것이었다.
[master입니다. 정확히 10시에 보라고 했을 텐데요.
당신 정말 삶의 자극을 원한다면 결코 잊어선 안됩니다.
정확히 10시에 메일을 확인하세요.
그럼 늦었지만, 오늘분 과제를 드리지요.
아무 생각 없이 메시지 대로만 따라 하십시오.
오늘의 과제 : 오늘부터는 집에서 절대로 옷을 입지 마십시오. 그럼 내일... ]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이 뒤늦게 메일을 본 걸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졌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밖에서 내가 들어오는 걸 확인 한 걸까?`
확실한 건 상대방이 어디선가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발가벗고 지내라고?`
왠지 쑥스러운 주문이었다.
하지만 메일은 경희에게 권태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경희는 거실 창에 다가가 밖을 내다봤다.
어두운 밤거리엔 아직은 냉랭한 초봄의 서늘함이 느껴졌다.
경희는 버티칼을 내렸다.
거실엔 조명의 아늑함이 밀려왔다.
경희는 약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란제리를 벗어 내렸다.
풍만한 젖가슴이 콩닥거리며 떨려왔다.
`아무도 안 보는데 뭐.`
그녀는 벌거벗은 체로 주방으로 갔다.
옷, 언제나 살가죽처럼 걸쳐있었는데.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것에 자극이 밀려와 아래가 젖어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전자레인지에 냉동 피자 두 조각을 밀어 넣고 작동시켰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피자 조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전자레인지 문에 비친 자신의 나신을 발견했다.
나무랄 데가 없는 몸이라 여겨졌다.
'누굴까?'
피자 조각을 베어 물고 master의 존재에 대해 떠올렸다.
`아마도 홈페이지를 보고 재미 삼아 메일을 보내고 있겠지.`
그리고는 자기가 늦게 볼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레 그런 메일을 보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지시대로 자신이 발가벗고 있다는데 생각이 머물자, 다시 질구에서 애액이 밀려 나왔다.
`내가 왜 이러지. 정말 자극받고 있나 봐.`
경희는 손을 아래로 내려 비부에 가져갔다.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체 클리토리스를 애무해 나갔다.
애액이 질을 타고 흘러 항문 주위에 고여가고 있었다.
검지를 질 안으로 밀어 넣어 더욱 적극적으로 자극했다.
"으~흠, 아.. 아"
자그마한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손을 들어 유두를 빙빙 돌리며 자극했다.
손가락에 애액이 묻어 미끈거렸다.
오히려 그 느낌이 좋았다.
약간의 찐 감자 내음이 풍겼다.
`이게 나의 음부 체취인가?`
경희는 이제 한없이 달구어지고 있었다.
"아...아.....아흥....아......으~ 음"
절정에 다다르자 허리가 휘어지며 손놀림은 더욱 빨라졌다.
어느 순간엔가 손동작이 멈추며 바르르 떨려왔다.
경희는 지금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다.
다음날, 경희는 약간 개운한 느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퇴근하면 집에서 벌거벗고 지낸다는 게 약간은 설레왔다.
"고객센터 임경희입니다."
"렛츠고에서 전자메일이 안 보내져요?"
"그래요? 지금 컴퓨터를 켜셨나요? 켜셨다면 제어판을 누르세요."
경희는 다른 날과는 다르게 목소리가 밝아져 있었다.
상담을 끝내고 헤드셋을 벗는 경희에게 수경이 물어왔다.
"너 오늘 무지 밝아 보인다. 무슨 좋은 일 있니?"
"좋은 일 은? 아무 일도 없어."
"경희야. 난 뭐 느낌도 없는 줄 아니? 어제와는 확 다르다. 얘!!"
"그런가. 하긴 오늘은 왠지 기분이 가벼워."
경희는 수경에게 행여 들킬까 애써 아무 일 없는 듯이 말했다.
"오늘은 웬일로 애먹이는 문의 전화가 없었거든."
수경은 혼자서 수다를 계속 떨어댔다.
"참, 경희야 저기 미연이 저 계집애 말이야. 지난번 비번 때 혜화동에서 마주쳤는데 애인이 무지 잘생겼더라. 요즘 애들은 스무 살만 넘으면 남자 한둘은 기본이잖아. 넌 뭐하냐. 나이 한두 살 더 먹기 전에 서둘러라."
수경은 애인이 있었다. 본 적은 없었지만 잘 생겼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다.
경희는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외투를 걸쳤다.
"선배님, 벌써 퇴근해요?"
고개를 돌리자 미연이었다.
"응, 피곤해서 집에 가 쉬려고."
"임 선배님은 언제봐도 예뻐요."
"미연이 너, 저녁 사 달라려고 그러지? 여우 같은 계집애."
아양 떠는 미연을 차마 떨칠 수 없어 같이 신천역으로 갔다.
닭갈빗집엔 손님이 몹시 붐볐다
"선배님, 우리 소주도 한 병 시키죠."
미연은 내 대답도 듣기 전에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점원을 불러 술을 시켰다.
"미연아. 밖이니까 그냥 언니라고 불러."
"알았어. 언니. 자 원샷!"
오랜만에 마셔서인지 소주 세잔에 경희는 취기가 올랐다.
"우리 인제 그만 일어나자."
경희는 계산을 한 후 외투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언니. 왜 이렇게 서둘러? 날 떼어놓고."
미연은 투정을 했다.
"언니, 혼자 살지? 아, 나도 따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사는 게 좋은 줄 아니? 한 달만 밥하고 빨래해봐라. 언제 그런 소리 했나 하지."
"그래도 한번 따로 살아봤으면."
역삼역에서 미연과 헤어진 후 집에 돌아오니 10시 5분 전이었다.
취기를 느끼며 서둘러 옷을 벗었다.
`오늘도 메일을 보냈을까?`
메일은 정확히 10시에 왔다.
[ master입니다. 오늘은 약속을 지키셨군요.
자 그럼 오늘의 과제입니다.
절대 거실의 버티칼을 치지 마십시오.
거실의 불도 잠들기 전까진 끄면 안 됩니다.]
경희는 거실 창으로 다가가 버티칼을 걷었다.
그녀의 오피스텔 맞은편엔 서너 층 정도 더 높은 아파트가 마주하고 있었다.
아직은 심야가 아니어선지 대부분 창에 불들이 켜져 있었다.
저 곳 중 한곳에 master 님이 있는 것일까? 하고 경희는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벌거벗고 있음을 깨달았다.
수치심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거실 창에서 뒷걸음질 쳤다.
`아, 내가 왜 이러지? 정말 어쩌자고 시키는 대로 따라 하고 있지?`
하지만 술기운이 점점 더 밀려와 화장실로 향했다.
욕조에 따끈한 물을 받은 후 몸을 담갔다.
편안함이 밀려왔다.
엄마의 자궁 속이 이런 느낌일까?
물속에 자신의 비부가 아련히 비쳤다.
발 한쪽을 물 밖으로 내밀었다.
서늘함이 느껴져 왔다.
경희는 한 참 만에 욕조 밖으로 나와 비누를 온몸에 발랐다.
샤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온 그녀는 인터넷 여기저기를 헤매다 1시가 돼서야 잠이 들었다.
경희는 그 후부터 저녁 10시면 어김없이 메일을 받았고 master의 지시대로 행했다.
정말 새로운 자극이었다.
매일같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과제들.
지금까지의 생활과는 너무도 다른 행동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그녀도 그런 과제가 오히려 권태로운 삶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것에 동의했고 성실한 학생처럼 철저하게 따랐다.
이젠 집에서 창을 개방한 채 벌거벗고 살면서 master의 지시 속에서 살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