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31부- 3
메뉴판을 보자마자 속이 울렁거리기 까지 했다.
"여기...한번 와봤어요.대학교 들어왔을때...가족들이랑."
"아..그..그렇구나."
으리으리한 그녀의 아파트를 본 승민은 대충 그녀가 잘사는 집안인 것쯤은 짐작할수 있었다.
다만, 평소에 채윤이 의례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싸가지없는 부잣집 외동딸처럼 행동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후덜덜한 가격이라 니, 승민은 자꾸만 주머니안쪽에 들어있는 지갑속 사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소자, 여차하면 카드좀 쓰겠습니다...용서하소서.'
문득 자신의 휴대폰에 온 'XX레스토랑에서 15만원 사용'이라는 문자가 왔을때 펄펄 뛰며 슬픔의 눈물을 주룩주룩 흘릴 아버지가 떠오르자 승민은 한숨을 푹 쉬었다.
"왜..그래요?"
"응?아..아무것도 아냐!"
채윤은 그런 그를 보더니 살짝 웃어주었다.
"근데...이런데 자주와?"
만약 채윤이 이런 장소에 익숙해 진다면, 아마 승민의 주머니는 남아나지 않을것이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채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돈낭비 같아서...이런거 싫어요."
"그..그럼 왜 오늘은?"
승민의 말에 채윤의 표정이 살짝 센치해진다. 승민은 말실수를 한것이 아닐까 하고 채윤의 눈치를 살폈다.
"가족들하고...대학교때 왔을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가족 외식이었어요. 부모님이 바쁘셔서.."
"아...그랬구나."
승민은 분명히 그녀의 눈에서 읽을수 있었다. 채윤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가족간의 화목같은 부분을 많이 겪어보지 못했음에 틀림없다.
불화 가정은 아니지만, 가족간의 대화가 없는... 늘상 개성넘치는 부모님들과 유년기를 보냈던 승민에게는 이해가 힘든 집안상 이기도 했다.
"그래서..오빠랑 오고 싶었어요."
슬퍼보이는 채윤의 말에 승민은 살짝 웃어주었다.
"데려와줘서 고마워."
승민의 진심어린 말에 채윤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막 시작한 커플. 평소에 말이 없던 채윤도 이제 곧잘 승민과 이야기 하게 되었다.
잠시후 고급스러워 보이는 음식이 나왔고, 둘은 식사를 하며 말을 계속했다.
"근데...미국행을 갑자기 단념한거...부모님들이 뭐라고 안하셔?"
"아..그거요.."
채윤은 물을 한모금 마시고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사실은...별말씀 안한거는 아니에요. 엄마는 계속 물어보고, 아빠는 워낙 말이 없으셔서...잘 모르겠어요. 그치만 잘 설득했어요."
"불안...하니? 미국을 가지 못한거."
"아뇨. 열심히 하면 되죠. 그리고..제 꿈은 한국에서도 이룰수 있잖아요."
수줍게 웃는 그녀.승민은 마음속으로 몇번이고 다짐했다.
'불안하지 않게...후회하지 않게 해줄게..나 너무 부족하긴 하지만...'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채윤은 그의 진심을 알아주는듯 웃었다.
"어서먹자. 다 식겠다."
"네!"
-
별이 잘 보이지 않는 서울의 밤. 솔직히 밤이라 하긴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늘상 별이 보이지 않는 서울의 밤을 아쉬워 하는 승민은 이제 더이상 그럴필요가 없을 것만 같았다.
자신의 옆에는 밤하늘의 별보다 눈부신 한 사람이 발걸음을 맞춰 걷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데...왜 니가 냈어?"
"제가 먹자고 한거니까요."
"그래도..보통..남자가 사잖아."
채윤은 승민의 말에 쿡쿡 거리며 웃었다.그녀의 반응에 승민은 짐짓 알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 웃음은?"
"메뉴판 볼때....그 떨리는 눈빛하고 손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으윽!그..그건 맛있어 보여서 그런거야!"
"알았어요. 나 그렇게 비싼데서만 먹는거 좋아하고 그런 여자애 아니니까 걱정말아요."
"그래? 그럼 맨날 천원짜리 김밥만 먹일테다."
그녀의 말에 승민이 장난스럽게 윽박지른다.
"그래도...그래도 좋아요."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채윤을 보며 승민은 그녀가 사랑스러워 견딜수가 없었다.
승민은 용기를 내어 잡고있던 채윤의 손을 놓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채윤은 살짝 놀란듯 움찔했지만 이내 아무말도 하지 않고 걸었다.
술에 취한 그녀를 바래다 줄때에 감싸 안은적은 있지만,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좋았다.
"매번 이렇게 바래다 줄건가요? 그러다가 한번 안 바래다 주면 실망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