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31부- 1
31부-그녀의 아버지.
-오늘도 그녀를 보았다. 나의 그녀. 언제나 이쁜 그녀. 세상 누구보다도 빛나는 그녀. 나의 여신님은 무엇을 입어도 이쁘다.-
-오늘도 그녀의 사진만 몰래 찍은 채 말을 걸지 못했다. 그녀는 어딘가가 슬퍼 보인다. 내가 안아줄 수만 있다면..그녀와 함께 아침마다 같은 침대에서 일어날 수만 있다면...아...그녀를 생각하는 내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다.-
-드디어 그녀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한채윤. 기계공학과 3학년. 여신님에 걸맞는 이쁜 이름이다.한채윤..한채윤...이럴 줄 알았으면 공대를 갈 걸 하는 후회가 든다. 물론...여신님은 날 쳐다보지도 않겠지만..-
-오늘은 기분이 더럽다. 나의 여신님 옆에...그 옆에...전혀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자식이 붙어있다. 채윤이...나의 여신 채윤이는 그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저 웃음이 내 것일 수는 없을까. 나를 보며 저렇게 웃어준다면 내 심장이라도 꺼내줄 수 있을것만 같다. 개자식...오늘은 그녀의 옆에 있는 그 자식의 얼굴도 찍어두었다. 언젠가 내 여신님 옆에 있는 것을 후회하게 해줄테다.-
주근깨와 여드름이 듬성듬성 난 사내가 학교 기숙사 뒤편의 정원수 밑에 숨겼던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에는 카메라와 언제나처럼 들고 다니는 다이어리가 들려있었다.
약간은 뚱뚱한 몸에, 키는 작은 편이었고,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는, 전형적인 아저씨 상이었지만, 놀랍게도 그는 이제 막 복학한 복학생이었다.
"그쪽이요? 알고 있어요. 오늘은 오빠 학교 안오죠?"
그의 눈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채윤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연신 고성능 카메라 줌을 있는 힘껏 당겨 몇번이고 그녀의 사진을 찍었다.
자신의 좁은 자취방 사방의 벽이 온통 채윤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었지만, 그는 아직도 목이 말랐다. 몇천 장이고 더 찍어대고 싶은 심정 뿐이었다.
'아...내 여신님...나의 채윤이...'
눈을 연신 희번득 거리는 그의 표정에 지나가던 여학생들은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연신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에게는 그녀들 따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치마를 입은 채윤의 다리를 그녀가 후문밖으로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계속 찍어대고서야 몸을 일으켰다.
'아...너무 아름다워..정말로...'
그의 이름은 윤동철. 사진과에 이번에 복학해서, 우연히 채윤을 본뒤로 이런 몰카행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는 세상과 정말 담을 쌓은 사내였다. 온라인게임에 미쳐서 며칠 동안 밖을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고, 나중에는 정신과 상담 권유까지 받은 전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당연히 그를 피했고, 여학생들은 그를 벌레보듯 꺼려했다.
'내 여신이 나를 구했어.'
그는 과 건물 옥상에서 투신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에서 조용히 혼자 죽기는 싫었다. 학교에서 죽고 싶었다. 죽을때 만큼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줄 거라고 생각했다.
어두운 밤. 그는 자신이 수업을 듣는 예술대 건물로 올라 갔었다. 유서를 비롯한 모든 것은 이미 준비해 놓았다. 이제 뛰어내리는 일만 남았던 그 순간. 그는 도서관 쪽에서 걸어 내려오고 있는 한 여학생을 발견했다.
'이럴수가..'
그는 뛰어내리지 못하고 멍하니 그녀만을 바라보았다. 늦게까지 공부를 한건지 살짝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한 여학생. 학교의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도 또렷이 보이는 천사같은 그녀의 얼굴을 본 동철은 그만 그녀에게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
그는 자살하려는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 채윤을 보기 위해서 그는 더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동철은 가지고 있는 모든 사진기를 이용해서 그녀를 찍기 시작했다.
그는 매일같이 학교안에서 채윤을 볼 때마다 조금씩 미행을 하며 확인한 결과, 그녀가 기계공학과에 다니는 한채윤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고, 그녀가 공대의 여신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채윤에 대한 동철의 몰카 행위는 계속되었다. 그의 방안은 벽지 대신 채윤의 사진으로 도배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그 남자의 베개에도 채윤의 사진을 프린팅해서는 밤마다 끌어안고 자는 엽기적인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동철은 채윤을 생각하며 자위를 할때마다 미칠 것 같은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몰래 채윤을 지켜보는 그의 시선이 점점 더 광기로 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