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30부- 5
"나...아니 우리...연인인가요 이제?"
채윤은 눈에 띄게 쑥쓰러워 했다. 연애라는걸 해본적이 없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큰 용기를 내서 말하는 것이었다.
승민은 그런 그녀에게 환하게 웃어주었다.
"응...물론이지."
눈앞에서 꽃이 피는것만 같다. 채윤이 환하게 웃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렇게 멍한 표정으로 있어요?"
"우...웃는게 이뻐서. 누가 너 웃는거 보면 납치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오빠가 구하러 오면 되겠네요."
채윤의 말에 승민은 그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오빠 앞에서만 웃을게요."
애교있는 말투는 아니었지만, 세상 어느남자라도 녹아 내릴것만 같은 채윤의 발언이었다. 승민은 마구 뛰는 심장 덕분에 가슴이 터져버릴것만 같았다.
"그럼..들어가 볼게요. 내일 봐요."
그녀는 살짝 몸을 돌리며 말했고, 승민은 아쉬움속에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비록 생각과는 달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진 못했지만, 승민은 그런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오늘 처음으로 연인으로써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올랐기 때문이었다.
'미안해 하은아...나...지금이 너무 행복해. 정말 미안해..'
채윤이 살짝 손을 흔들며 사라지자, 잠시나마 미안함에 갈등했던 승민의 마음도 스르르 녹아버렸다. 너무나 이쁜 그녀의 미소...
-우리...연인인가요 이제?-
-오빠 앞에서만 웃을게요.-
방금전에 그녀가 했던 말이 가슴속에 메아리 치자 벅찬 기쁨이 밀려왔다.승민은 그녀의 집앞 언덕을 날아갈 듯 뛰어 내려갔다.
"오~~~~~~~~~예!!!!!!!!!"
주변에서는 드디어 보름달이 떠서 미친놈이 출현했구나 하는 안쓰러움과 짜증이 섞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승민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맘껏 소리를 질렀다.
'저녀석 때문이었나...'
채윤의 아버지는 발코니 너머로 자신의 딸과 헤어지더니 만세를 부르며 뛰어가는 승민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김실장 말이 맞았군. 설마하니 저 아이가 남자아이 때문에 유학을 안갔을 줄이야.'
채윤의 아버지. 원체부터 빵빵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의 아버지, 그러니까 채윤의 할아버지로 부터 물려받은 회사를 더욱더 키워놓은 천부적인 경영가이자, 냉정한 판단력을 지닌 사람이기도 했다.
채윤의 성격역시 그런 아버지에게 대다수 물려받은 것이었다.
그는 그 냉철한 판단력 덕분에 한철민 이라는 기업가의 이름을 CEO가 된 이후 단 몇 년 만에 세상에 알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머릿속에 들어온 딸의 모습은 썩 맘에 드는것이 아니었다. 한낱 남자 때문에 자신의 딸이 유학을 포기했다는 것은 믿을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채윤이 문을 열고 나즈막히 인사를 했지만 그는 받아주지 않았다.
채윤은 그저 아버지가 무슨 고민이 있으신가보다 하고는 바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는 그런 채윤을 한번 힐끔 바라보고는 창문을 닫았다.
'한번 두고 봐야겠군.'
'긴장하지 말자 긴장하지 말자 긴장하지 말자...'
승민은 마음속에서 수백,수천번을 외치고 있었다. 사상초유의 1인면접이 실시되고 있는 외국계 기업. 말쑥한 정장을 입고 승민은 호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오늘 면접 잘봐요^^-
승민은 채윤이 보내준 문자를 몇번이고 보았다. 비록 애교넘치는 문자는 아니었지만, 승민에게 있어서는 세상 최고로 가슴 떨리는...여자친구의 문자였다.
"이리로 들어오시죠."
승민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회사는 으리으리하게 컸다. 그는 새삼 이곳을 추천해준 교수에게 고마움을 느껴야만 했다.
승민은 면접실에 들어가서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건냈다. 남들이 놀때 안놀고, 남들이 연애할때 안하며 공부했던, 그의 대학생활의 성과물이었다. 그는 면접관들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