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30부- 1
30부-아픔을 뒤로한 START.
'미안해..미안해 하은아...하지만..'
승민은 달리는 택시위해서 조용히 울었다. 택시기사는 왠 남학생 하나가 청승맞게 택시에서 우는 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실연을 당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혀를 끌끌하고 찼다.
이제는 완전히 어두워져 버린 밤하늘. 9시 비행기라면 9시까지 시간이 있는것이 아니다. 그 훨씬 전에 그녀는 티켓팅에서 출국수속까지 모두 마쳐야 했기 때문에 못해도 한시간 전까지는 도착해야 했다.
목걸이 줄에 걸린 반지가 달빛을 받아 반짝 거린다. 하은을 추억할 수 있는 유일한 증표. 그것이 승민의 목에 빛나고 있었고 승민은 진심으로 하은이 때문에 울었다.
'미안해...하지만...나도 내 감정을 속일수 없어. 정말 미안해.'
채윤에게로 가라는 하은의 권유를 승민은 끝내 거부하지 못했다. 그만큼 채윤의 존재가 자신의 가슴깊이 각인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승민은 너무나 미안해서 눈물을 흘렸다.
가슴설레는 사랑의 다른 반대편에는 반드시 가슴아 파서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하은에게 그런 아픔을 건내준 것이 미안해서 울었다.
'늦으면 어떡하지...'
퇴근길이라 약간은 정체가 있어서 승민은 더욱더 초조해졌다.
인천 국제공항까지 택시비는 엄청나게 나올 테지만, 그는 조금도 그런것은 신경쓰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한여자. 채윤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제발....제발 늦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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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미안하다고 전해드리라더라. 바쁘셔서 못왔다고..."
"괜찮습니다."
채윤은 전혀 실망한 구석없이 대답했다. 채윤의 아버지의 비서격인 김실장은 그저 인자하게 웃을 뿐이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채윤. 어머니 역시 아버지의 회사 중역으로 있는지라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실망할 만도 한데 채윤은 전혀 그런구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구 기다리니?"
짐을 부치고, 탑승시간 전까지 시간이 있어 기다리려고 하던 김실장은 연신 뒤를 돌아보는 채윤을 보며 물었다.
언제나 냉정함을 잃지 않는 도도한 저 아이가 오늘은 왠지 모르게 초조해 보이기 까지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뇨. 아무것도..."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야. 고모님이 미국에 계시니, 거취걱정을 할것도 없고. 잘됐지 뭐야. 예전부터 넌 똑똑하기로 소문난 아이였으니까..아마 잘할거야."
"네..감사합니다."
"가자마자 아버지께 전화드리고...알았지?"
"네..."
채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김실장의 얼굴은 바라보지도 않았다. 1층에서부터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 만을 보고 있을 뿐이다.
'역시 괜한 기대겠지...'
채윤은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아무리 얼음처럼 도도한 공대의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지만, 한 명의 약한 여자인지, 그녀는 가능성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기적을 기대하고 있었다.
'접어야 하는데..바보처럼 뭐하는건지.'
어느 순간, 아니 승민을 만나면서부터 채윤을 가리고 있던 가면은 산산히 부서졌다.
그녀도 여느 아이들처럼 사랑받길 갈구하고 있었고, 한 남자를 생각하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깨달을 때쯤에 공교롭게도 채윤은 먼길을 떠나야만 했다.
"자, 이제 슬슬 들어가야지."
"네.."
채윤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그의 뒤를 따랐다.이제는 한동안 들어오지 않을 한국. 그리고....'승민오빠가 있는 이 한국....'
"저기..학생! 잔돈..."
택시기사는 무려 8천원이상의 돈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내밀고는 로켓과 같은 속도로 차문을 박차고 튀어나가는 승민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따..그새끼 참 급한모양일세.'
승민은 달리고 또 달렸다. 처음에 인천공항이 새로 생겼을때, 그는 드디어 한국에도 제법 뽐낼만한 국제공항이 생겼구나 하면서 흐뭇했었지만, 지금은 그 빌어먹을 크기에 욕설을 내뱉어야 했다.
생전에 외국한번 나가본적 없는 승민에게는 공항은 거의 미로와 맞먹을 정도의 규모와 복잡함을 갖춘것이나 다름없었다.
승민은 공항안내도를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채윤이 미국가는 9시 비행기라는 것만 알뿐, 어느 지역인지도 알수 없었다.
9시에 미국지역을 가는 비행기를 확인한 승민은 보자마자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갔다. 하늘이 도운 것인지 알수 없지만, 9시 정각에 미국지역을 향하는 비행기는 한대 뿐이었다.
'제발...제발 늦어선 안돼...제발..'
승민은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날아가듯 뛰어 올라갔다.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닌 그가 이렇게 뛰고서도 힘들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정확히 말하자면, 힘들다는 감정을 느낄 여유가 없다.
그는 계속해서 채윤의 존재만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