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29부- 6
형준은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아마 봄이의 존재는 형준에게 있어서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만큼 봄이는 조금은 특별했고, 그가 그동안 만나던 여자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갖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형준은 망설임 없이 창문을 닫아 버렸다.
'끝인건 끝인거야.제대로 끝이나 시작을 하지 않으면...죽도 밥도 안되는 거라고.'
그는 몇모금 빨지도 않은 담배를 종이컵속에 신경질적으로 비벼꺼버렸다. 문득 봄이를 보자마자 자신의 친구가 떠올랐고, 자신의 친구를 떠올리자 너무나 아름다운 한 후배가 생각이 난다.
'그녀석...오늘 출국인데...어쩔 생각이냐 우승민.'
자신의 친구의 인생이니 자신이 개입하고 관여할순 없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에 능통한 형준은 잘 알고 있었다. 승민의 마음속에 채윤이 가득차 있다는것. 그것도 한참전부터 깨닫고 있었다.
'하긴...그 아이큐를 고스톱쳐서 딴것도 아니고...다 알아서 잘 하겠지.'
형준은 닫혀져 있는 창문 너머로 힘없이 봄이가 돌아서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잘해라..우승민.한여자 상처주기 싫다고 감정을 속이는건 결국 두명 상처주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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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다렸니?"
승민은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언제나 자신보다 먼저 나와서 기다렸고, 뒤에서 놀래키면 100이면 100번 다 깜짝 놀라곤 했던 그녀가, 왠일인지 오늘은 먼저 만나자고 해놓고 조금 늦었다.
"춥지?볼 빨갛게 됐네."
하은은 생긋 웃으며 양손으로 승민의 볼을 잡아 주었다. 절기상 늦가을이지만, 초겨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칼바람이 불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승민의 볼은 차디찼다. 하은은 손이 닿자 조금은 따뜻해 지는게 느껴졌다.
"너랑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어.얼른 가자."
"으응?"
승민은 머뭇거리면서도 손을잡아 이끄는 그녀를 따랐다. 채윤을 만나보려고 몇번이고 전화했고, 그녀의 집 앞까지 갔지만 승민은 결국 그녀를 만나지 못한 것이다. 전화기는 꺼져 있었고, 벨을 울려도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힘없이 돌아오는길, 하은이 얼른 만나자고 재촉한 바람에 오늘 이렇게 갑작스레 그녀를 만난 것이었다.
"이거봐.이쁘다.그치?"
"응?"
그녀가 들어온 곳은 조그마한 귀금속 가게였다. 진열대 안에서 영롱하게 반짝이는 온갖 반지들. 하은은 그 반지 만큼이나 눈을 빛내며 정신없이 그것들을 구경했다.
"커플링 하시려구요?"
점원이 그들을 보고 친절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하은은 승민을 살짝 바라보더니 싱긋 웃었다.
"네!이쁜거좀 추천해 주실래요?"
승민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 하은을 바라보았다.
"커플링?"
"응.나 이거 너무 해보고 싶었거든."
승민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너무나 설레여 하는 듯한 하은의 표정에 아무말 못하고 힘없이 웃었다. 하은은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점원의 설명을 경청했다.
'비..비싸다.'
커플링의 세계를 처음 접해본 승민은 그 가격에 입을 쩍 벌렸다. 물론 10만원대부터 있었지만, 비싼것은 몇십만 원은 가볍게 상회하고 있었다. 컴퓨터 이외에 몇십만 원대를 질러본 적이 없는 승민으로써는 그저 지구 저편의 세계 마냥 생소했다..
"와와..이거봐 승민아. 이쁘지?"
그녀가 내민것은 백금위에 큐빅으로 이쁘게 디자인된 반지였다. 남자인 자신이 봐도 꽤 멋드러진 반지였기에 승민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하은은 이것저것을 손에 끼어보는 등, 무려 사십분이나 진열대를 서성였다.
"넌 어떤게 젤루 이뻐?"
"너야...뭐..다 잘어울리니까.."
"바보야.내가 아니라 우리가 할거잖아."
"으..응?"
승민은 적잖이 당황해야 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런건 남자가 해주는게 맞는 그림인데, 불행히도 학생신분에 저런 반지를 선뜻 선물할 정도의 경제력은 갖추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을 망설이고 있는 승민을 보며 하은이 싱긋 웃더니, 점원에게 속삭였다.
"아까 그 백금으로 된거 주세요. 저는 6호끼구요. 남자꺼는...18호 정도면 될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