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야설) 형의 아내 2 - 2
도서관에서의 시간. 다행스럽게도 책만 잡으면, 모든 일상을 잊을 수 있어 좋았다.
한참 동안 몰입해 있던 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난 시간은 열한 시가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아파트 단지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민석의 마음은 오랜만의 안온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 옆, 대여섯 평 정도의 작은 화원에 형형색색의 꽃들이 저마다 뽐내며 방긋 웃고 있었다.
`꽃다발이라도 살까? 그러다 형수 어머님이 오해라도 하시면.`
오랜 망설임 끝에 사든 장비 꽃다발. 며칠 치 용돈쯤이야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형수님, 아니 혜린의 웃음을 볼 수 있다면!
커다란 철제 현관문이 소리 없이 스르르 열렸다.
긴 머리를 한 갈래로 질끈 묶은 형수가 따스한 미소로 집안으로 들어서는 민석을 맞아들였다.
"쉿!! 조용히 해요. 엄마 방금 잠드셨어."
등 뒤에 감추고 있던 꽃다발,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주저주저 형수에게 건네주었다.
"어머! 이거 제게 주려고 사 오신 거예요?"
환성이라도 지를 듯한 목소리였다
"네"
여전히 형수의 얼굴을 바라볼 용기가 없음인지 고개를 떨구고 있는 민석의 눈에 분홍빛 매니큐어가 예쁘게 칠해진 앙증맞은 형수의 발가락이 보였다.
어느 구석 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는 형수가 감동에 젖어 든 듯 나직한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서둘러 방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을 무렵, 두세 번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문을 열고 들어오려던 형수의 비명! 언제 열렸냐는 듯 굳게 닫히는 방문!
늦잠 자는 민석의 성기를 입으로 간지럼 태움으로 잠 깨우던 형수! 현관 앞까지 따라 나와 키스를 퍼부으며 빠른 귀가를 요구하던 형수! 수업이 끝나자마자 돌아왔음에도 잔뜩 심통 난 표정으로 투정하던 형수!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변화! 윤지를 만남으로 해서 어느 정도 이해는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운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터였다.
시험이 끝남과 함께 여름방학은 시작되었다.
예전 같은 관계였다면,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시골에 내려가지 않아도 됐으련만, 아니, 형의 죽음만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할 수 있었으련만, 오히려 부모님이 민석의 귀향을 강하게 종용한 탓에 여름 한 철은 시골 마을에서 지낼 결심을 굳힌 민석이었다.
내일이면 시골로 간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형수는 일찌감치 안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굳게 잠그는 듯했다.
그러고 보면, 형의 죽음 이후 변변한 대화 한마디 없었던 듯했다.
어쩌면, 형수도 내심 민석과 함께 하는 삶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어쩌면, 민석이 이 집을 떠나길 바라는 지도.
아침 일찍 옷가지를 싸 들고 거실로 나서자 형수의 큰 눈이 더욱 커졌다.
"어머! 도련님!"
놀라움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형수.
"후후. 오늘부터 방학이거든요. 시골에 다녀오려고요."
이해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형수.
"그런데 왜 옷가지는 전부?"
"방학 내내 거기서 있으려고요. 부모님도 원하시고 또, 형수님도 불편하실 것 같고."
"도, 도련님"
"아무 말씀도 하지 마세. 그냥 제가 그러고 싶어요. 한동안이라도 형수님 혼자 푹 쉬시면서 정리하세요."
마침내 고개를 떨궈버린 형수의 어깨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저, 그럼 갈게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없는 형수에게 묘한 배신감을 느끼며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휴!"
긴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
엘리베이터의 누름단추를 누르자마자 묵직한 쇳덩이가 위를 향해 치달려 왔다.
막 엘리베이터에 오르려던 민석이 현관문의 열림에 놀라 멍한 표정으로 굳어버렸을 때, 눈가에 이슬을 주렁주렁 매단 형수가 활짝 열린 현관문을 나서고 있었다.
"저기, 이거 가지고 가요. 아무래도 도련님 보고 싶을 것 같아서. 미안해요. 제가 쓰던 걸 드려서."
형수의 작고 가녀린 손엔 형수의 생김만큼이나 앙증맞고 귀여운 하얀 색의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
"이. 이건."
"약속해요. 전화하면 와 준다고."
형수의 눈엔 물기를 비집고 묘한 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그래요. 약속할게요."
다짐이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거려주자 형수의 얼굴에 처연한 미소가 매달렸다.
"정말?"
"으응. 정말. 근데 이거 충전기는 없어도 되는 거예요?"
짐짓 밝은 목소리로 묻자 형수가 화들짝 놀라더니 까르르 웃음 웃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호호호. 잠깐만요."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버스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회색빛 도시,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형수가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
`난, 이런데 살고 싶지 않아. 그림 같은 곳에서 형수하고 같이 살고 싶어!"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소망을 꿈꾸며,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텅 빈 집안! 그가 떠나고 난 자리는 너무도 커다란 공허함을 주고 있었다.
남편 민호의 장기 출장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허전함! 남편 민호의 급작스러운 죽음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그리움!
이제 떠난 지 사나흘밖에 흐르지 않았건만, 십수 년의 세월이라도 흐른 듯 사무치는 그리움이 치솟았다.
무엇이 그리도 불안한지, 하루에도 몇 차례 씩 전화해 대는 엄마에게도 서른 해를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심한 역정을 내곤 했다.
남편의 죽음으로 찾아든 외로움 탓이라 자위하곤 했지만, 정작 그 외로움의 원인은 시동생에게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혜린이었다.
단지,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전화기로 다가가는 자신을 스스로 책망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 눈치를 보느라 시동생의 강한 요구에도 변변한 사진 한 장 찍어놓지 못했음도 아쉬웠고, 시동생이 떠나는 날, 슬픔 어린 그의 표정에도 차마 잡지 못했음 또한 무척이나 아쉬웠다.
어머니와 자신과의 대화를 분명 들었을 터였다.
180이 훌쩍 넘는 훤칠한 키. 이미 신체는 어른이었지만, 아직은 감수성 예민한 나 어린 시동생이 받았을 심적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사촌 동생 윤지! 어릴 때부터 자신을 따르는 윤지를 유난히도 예뻐하곤 했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신의 장난인지 윤지가 처음으로 혜린의 집에 찾아온 날 혜린은 이미 윤지가 시동생에게 흠뻑 빠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동생의 방에 들어간 윤지! 한참이나 인기척이 없어 살며시 들여다본 방안!
너무도 아름답게 자란 싱그러운 처녀가 시동생의 베개를 꼭 끌어안고 아련히 젖은 눈길로 천장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느껴야 했다.
벽! 그것은 엄청나게 높고 두터운 벽이었다.
열 살 이상의 나이 차이는 둘째치고라도 형수와 시동생이라는 금단의 관계는 숨 막히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보냈다. 아니, 보내야 했다. 민석이라는 아름다운 남자! 금단의 벽을 허물며 혜린의 가슴에 커다랗게 자리한 민석!
하지만, 이건 뭔가? 그가 떠나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았었는데, 그가 없는 하루하루가 너무도 힘겨운 것은 사랑일까? 설마!
만사가 귀찮아 침대 위에 구겨지듯 웅크리고 있던 혜린은 초인종 소리에 느릿하게 일어나 머리를 매만지며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누구세요?"
"언니. 나야. 채린이"
동생이었다. 공주병 걸렸다고 놀려대긴 했지만, 혜린이 보기에도 너무나도 섹시한 동생. 외모답지 않게 머리 또한 명석해서, 스스로 힘으로 박사과정을 밟으며, 모교에서 시간강사를 하는 당찬 동생.
"아유. 언니. 왜 이렇게 집안이 적적해. 마치 절간 같아."
집안으로 들어선 채린이 호들갑을 떨었다.
넓게 웨이브한 머리칼을 치렁하게 늘어뜨리고, 감색 바지 정장을 입은 동생의 모습이 새삼 멋스러워 보였다.
"언니. 왜 그렇게 울상이야? 아직도 형부 생각나서 그래?"
소파에 엉덩이를 걸친 채린이 걱정하기보다는 마치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혜린을 바라보았다.
"우울하기는 뭐. 근데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아유. 말도 마. 엄마가 언니 걱정된다고 빨리 가보라고 난리야. 한 며칠 묵으면서 언니 위로해 주라고. 오늘 밤 그 이하고 함께 보내기로 했었는데. 몰라. 언니가 책임져."
결혼을 약속했다는 무슨 연구소인가에 근무하는 남자를 말하는 듯했다.
고생 한 번 해 보지 않은 듯 창백한 얼굴에 야윈 남자. 마치 남편 민호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남자의 얼굴을 한번 떠올려본 혜린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언니. 민석이는?"
그제야 생각난 듯 집안을 휘휘 둘러보는 채린이었다.
"요게 말끝마다 민석이야. 민석이가 뭐니? 사돈한테"
짐짓 발끈한 듯한 표정으로 나무라자 눈을 위로 치켜뜨며 대드는 동생.
"그럼 민석이를 민석이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아직 어린애를. 자기한테나 도련님이지."
한마디 더 해주고 싶었지만, 모든 것이 귀찮아진 혜린이 그만하자는 듯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마실 거 줄까?"
"으응. 시원한 걸로 부탁해. 언니"
목이 말랐는지 오렌지 주스를 단숨에 들이켠 채린이 언니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나 터프하지? 호호호"
아무 대답 없는 혜린을 향해 눈을 흘겨 보인 채린이 할 말이 있음인지 정색했다.
"근데 언니. 엄마가 나 여기 들어와서 살라고 하는데 어떡하지? 언니 외로울 것 같다고."
예상했던 동생의 말이었기에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해. 난 도련님하고 살면 되니까."
"언니 미쳤어? 왜 민석이하고 같이 살아? 형부도 없는데."
"같이 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니? 너까지 왜 이래? 정말!"
짜증 섞인 언니의 반응에 한동안 할 말을 찾지 못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채린이었다.
"아니, 같이 살지 못할 이유는 없지.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니도 갈 길을 찾아야 하잖아. 다행히 아이도 없고 아직 젊은데 뭐 하러 혼자 살아? 좋은 사람 찾아야지. 언니 정도 미모면 남자들이 줄 서겠다. 뭐"
결심이라도 한 듯 속사포처럼 말을 잇는 채린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부담스럽잖아. 민석이 다 컸는데 그런, 민석이 눈치 보느라고 불편한 거 아냐."
"그런 걱정하지 마. 하나도 안 불편하니까. 난,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도련님 장가들 때까지 뒷바라지해 줄 거. 그러니까 나 설득할 생각일랑 꿈도 꾸지 마!"
언제나 여린 마음에 우유부단하기까지 하던 언니가 자르듯 단호하게 자신의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음을 밝히자 몹시 당황스러워진 채린이었다.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숙덕거리지 않을까? 다 큰 시동생하고 한집에서 사는데"
혜린이 끝내 미련이 남는지 한마디 하기를 잊지 않는 동생에게 눈을 흘겨 보였다.
"남들이 뭐라고 하면 어때? 나만 아니면 되는 거지. 어멋! 그래. 그러면 되겠다."
좋은 생각이라도 떠오른 듯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는 언니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궁금해진 채린이 언니에게로 바짝 다가앉았다.
"뭔데?"
"네가 우리 집에 들어와 살면 되잖아. 그럼 주위 사람들도 여자가 둘이니까 뭐라고 수군거리지도 않을 것이고 또, 엄마한테도 너 데리고 있으니까 시동생도 데리고 있다고 우길 수도 있고, 시부모님도 한결 부담이 덜한 거 아냐."
자신을 이해해 주는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골똘하게 생각하던 채린이 선뜻 동의해 주었다.
무거운 짐 하나를 덜어낸 듯 혜린의 표정이 모처럼 만에 밝아졌다.
한순간도 핸드폰을 몸에서 떼어놓지 않았던 며칠이었다. 세수할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하지만, 그런 민석의 기다림을 아는지 모르는지 핸드폰은 좀처럼 예의 울음을 한 번도 토해내지 않았다.
아니, 한번은 있었다. 여자답지 않게 허스키한 목소리의 형수 친구.
마치 고장 나지 않은 핸드폰임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한번 울음을 토해낸 전화기는 다시는 울지 않았다.
일주일의 시간. 그토록 짧았던 시간이 이제는 억겁의 세월인 양 길기만 했다.
****************
아쉬움, 진한 아쉬움이 배어 나왔다.
이리저리 뒤척이던 민석이 핸드폰의 울음소리에 퍼뜩 놀라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반사적으로 찾아든 핸드폰의 액정이 파란색의 불빛으로 밝아져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폴더를 열어 귀에 가져다 대고는 아무 말 없이 숨죽이고 기다렸다.
"도련님. 저예요."
가녀린 목소리가 수화구를 타고 흘러 들어와 고막을 울렸다.
숨이 턱 막혀온 민석이 잠깐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야 송화구를 향해 속삭였다.
"네. 형수님."
"잘 있었어요?"
"그냥 그럭저럭"
"피! 그런 말이 어딨어?"
"후후. 형수님이 안 계시는데 잘 지낼 리가 있나요. 그냥 그렇지."
아까부터 심장이 콩닥콩닥 뛰어놀고 있었다.
"피! 거짓말!"
"정말이에요."
"고마워요. 근데 어쩌나? 난 도련님 안 계셔도 재밌는데. 후후"
"난 상관없어요. 형수님만 즐거우면 돼요."
혜린은 그런 시동생의 말에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가슴 그득 벅차오르는 듯한 감동으로 목이 메어왔기에.
어떻게 전화를 끊었는지조차 가물가물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오랜 망설임 끝의 통화에 더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뒤척거리지 않고 편하게 잠들 수 있을 듯했다.
민석은 놀라울 정도의 능력으로 혜린에게 평온함을 가져다주었다.
눈을 감자마자 실로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든 혜린의 입가에 아직도 풋풋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혜린이 더듬더듬 수화기를 찾아 귀에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
아직도 잠에 취해 목소리가 나른하게 젖어 있었다.
"후후. 잠꾸러기 형수님. 아직 자요?"
아침 햇살처럼 싱그러운 목소리. 민석이었다.
"어머, 도련님."
버릇처럼 바라본 시계는 아침 일곱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름답게 온 방 안이 환하게 밝아져 있음에도 정신없이 잠들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후후. 내 전화가 방해된 거예요? 이런!"
미안함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 아니에요. 일어나려던 참이었어요."
"거짓말. 잔뜩 졸린 목소린데 뭐."
"칫! 정말인데."
민석은 나직하게 칭얼거리는 형수의 젖은 목소리에 불끈 치솟는 욕정을 느껴야만 했다.
마치, 그때의 그 시절, 막 잠에서 깨어난 그녀의 칭얼거림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던 것처럼.
"보고 싶어."
"뭐가?"
"지금 형수의 모습."
"아, 싫어. 부끄러워."
한결 눅눅해진 목소리로 앙탈하는 형수의 목소리
"후후. 다 보이는데 뭐."
저음의 굵직한 목소리가 귓전을 울릴 때마다 몸 어느 한 곳이 저릿저릿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피! 거짓말!"
"난 안 봐도 다 알아. 혜린이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시동생으로부터의 이름이었다.
이런 순간의 불림은 닫혔던 마음을 활짝 열며 사정없이 혜린의 가슴을 할퀴어왔다
"피! 거짓말도 잘해."
"후후. 그러면 맞춰볼까?"
"으응"
"대신 맞추면 상 줘야 해! 알았지?"
"후후. 그래요. 근데 뭘 상으로 주지?"
"뽀뽀"
흔한 말인데도 그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이었기에 색다른 감흥을 가져다주었다.
혜린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봉긋한 가슴으로 손을 가져가 살며시 쓰다듬어 보았다. 여전히 탱탱한 젖가슴이 혜린의 손을 거부라도 하듯 탄력 있게 밀어내고 있었다.
"못 맞추면?"
"후후. 내가 뽀뽀해주면 되지 뭐."
일부러인 듯 능글거리는 민석이 전혀 밉지 않았다.
"아무튼 잔머리 굴리는데 명수야. 후후. 맞추기나 해 봐요."
"으음. 내가 사준 흰색 망사 팬티에 흰색 브래지어? 맞지?"
마치 맞추기라도 한 듯 잔뜩 흥이 난 시동생이었다.
"피! 틀렸네! 뭐. 후후. 거짓말쟁이."
혜린은 전화기에 대고 나풀거리면서 천장을 향해 눈을 하얗게 흘겼다
"어?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럼 얘기해 봐. 무슨 옷인지."
어이없는 시동생의 요구였지만, 웬일인지 그의 말을 거역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신의 잠 옷자락을 젖히고 확인해 보는 혜린이었다.
"으음. 자기가 사준 거는 맞는데 색깔이 틀려요. 하늘색."
혜린이 저절로 뜨거워지는 얼굴을 쓰다듬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아. 그거? 앞뒤 전부 망사로 돼 있는 거?"
"아, 몰라!"
"후후. 야하겠다."
다시 한번 내려다본 아랫도리, 도도록하게 솟아오른 두덩이를 중심으로 소담스럽게 돋아난 수풀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커졌어!"
민석의 느닷없는 말에 잠시 멍해졌던 혜린이 이내 의미를 깨닫고는 눈을 반짝 빛냈다.
"후후. 뭐가 커졌는데?"
"혜린이가 좋아하는 거!"
"으음. 뭘까? 혜린이가 좋아하는 게?"
"정말 몰라?"
"으응"
"가르쳐 줄까?"
"으응. 가르쳐 줘."
"자지."
혜린은 순간적으로 아랫도리 일부분에서 확 퍼지는 열기를 느끼고는 저도 모르게 허벅지를 잔뜩 오므려 어느새 진득한 물을 토해내고 있는 음부의 입구를 강하게 조였다.
단어 하나가 주는 엄청난 짜릿함!
"자기 나빠. 그런 말!"
잔뜩 흥분한 형수만의 특유한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혜린이는 어떤 상태야?"
민석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쌕쌕 숨을 몰아쉬던 혜린이 떨리는 음성을 토해냈다.
"뭐가?"
"혜린이 보지."
"아, 몰라."
"한번 만져 봐. 젖었는지."
"싫어. 부끄러워."
"부탁이야."
잔뜩 흥분한 민석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음인지 혜린이 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자기 팬티 자락을 옆으로 젖히고 계곡의 입구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느낌 그대로 흠뻑 젖어 있는 가랑이 사이, 마치 손가락을 끌어당기듯 진듯하게 묻어나오는 살점!
혜린은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아래위로 일렁거리며 손가락 끝으로 물기에 젖어 질퍽거리는 질구를 간질였다.
"젖었어?"
"으, 으응 "
"많이?"
"으, 으응 "
"소리 나?"
민석의 말에 잠시 호흡을 멈추었다.
구태여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없이 질척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울려 나오고 있었다.
"으응"
"듣고 싶어. 그 소리. 수화기 좀 거기에 대 봐."
"아, 싫어."
"듣고 싶어. 혜린아. 부탁할게."
애절한 민석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수화기를 아랫도리 어림에 가져다 대었다.
마치 민석의 혀가 파고든 듯 근질거리는 아랫도리, 질퍽거리는 소리가 한결 강렬해질 무렵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댄 혜린이 나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빠. 이런 일이나 시키고. 아, 부끄러워서 어떡해."
"후후. 미안. 너무 흥분해서. 아, 하고 싶다. 혜린이는 어때?"
"나도."
나직하게 속삭이던 혜린이 자신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동생 채린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수화기를 던지듯 전화기에 내려놓았다.
"어머, 언니. 이게 무슨 짓이야? 혹시 언니, 전화방 같은데 전화하고 그러는 거 아냐?"
자못 의심스럽다는 듯 혜린의 흐트러진 모습을 아래위로 훑어보는 채린이었다.
"언니. 못 참겠으면 내가 남자 소개해 줄게. 후후. 우리 언니 이제 봤더니 나보다 더 밝히네."
치솟아 오르는 창피함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