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증과 불륜
미숙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좀처럼 진정시키지 못했다. 얼마전에 헤어지긴 했지만 남편 이외의 다른 남자와는 호텔에 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기가 남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호텔로 들어서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딱 세 번 밖에 만나지 않은 13세나 연상인 40세의 남자와 말이다.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남편과 헤어졌다는 해방감에서였을까? 그도 아니라면 자신도 여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였을까?
어떻든 미숙도 이 남자와 약속을 했고 그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따라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방에 가서 옷을 벗고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남자는 여유를 부리며 미숙의 몸을 쓰다듬고 나서 젖가슴에 입을 갖다 댔다.
왼쪽 유두가 그의 입에 빨렸다.
혀끝이 마치 구르는 듯한 느낌으로 유두를 간질이고 있다.
“어때? 좋아?”
남자가 물었다. 침대의 쿠션이 가볍게 출렁이며 기분을 돋구었다.
“근질근질하고····뭐랄까, 감질나는 느낌이에요.”
미숙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감질난다는 건, 더 강하게 자극을 해 달라는 말이군.”
“모르겠어요. 다만 그런 묘한 느낌이 있을 뿐이에요.”
남자는 대답 대신 그녀의 유두를 물었다. 그리고 좀 더 세게 빨았다.
혀끝으로 구르게 하고 감질나는 느낌이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때를 놓치지 않고 이빨이 유두를 살짝 깨물었다.
부드러운 듯 하면서도 강한 자극이 온몸에 전해졌다. 뭔가 가냘픈 것의 부드러움과 짜릿함을 확인하는 것 같은 잘근거림의 연속이었다.
“아····”
미숙의 입에서는 엉겁결에 소리가 나와버렸다.
“왜 그러지?”
“살짝 깨물리니까 온몸이 저려오고 기분이 야릇해져요. 이상한 건가요?”
“아니, 이상한게 아니라 당연한 반응이야. 나도 여자에게 젖꼭지를 부드럽게 깨물리면 짜릿하니까···”
“남자들도 그런가요?”
“사람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대개는 그렇다고 봐야지. 여자나 남자는 특히 느끼는 방법에 관해서는 비슷한 점이 많은 거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남녀 모두가 마찬가지라고 여기면 틀림이 없을 거야.”
남자의 입술이 이번에는 오른쪽 유두를 빨았다 먼저와 같이 몇 번인가 돌고 나서 또달콤하게 잘근거린다.
미숙도 목구멍까지 차올라 새오나올 것 같은 신음을 억지로 참으며 도로 삼켰다.
남자의 입술이 젖가슴에서 벗어나 아래쪽으로 옮겨갔다. 배의 경사진 부분에 머물러서 혀끝이 미묘하게 움직였다.
입술이 그곳을 상당히 세차게 빠는 듯 했다. 정확히 배꼽 옆의 보드라운 부분이다. 살갗이 여러서 그런지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빠는 동작을 계속하는 상태로 입술도 배의 경사면을 천천히 이동했다. 배꼽 주위를 한바퀴 돌고 다시 한쪽 젖가슴쪽으로 기어올라가 젖가슴의 둔덕 기슭에서 다른 한쪽 언덕으로 미끌어지고, 거기서다시 기어 내려온다.
이상한 감각이었다.
어루만져지는 것도 아니고 핥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깨물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틀림없이 빨리고 있는 것이다. 몸의 일부가 빨려들고 그런 상태로 빨려드는 부분이 몸 전체로 옮겨져가고 있다.
미숙은 몹시 가누지 못하고 무아의 경지를 헤매고 있었다.
상체에 머물러 있던 남자의 손이 아래쪽으로 내려와 허벅다리를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움직였다.
양쪽다리를 오가며 살짝 자극을 주던 손이 한순간에 가운데로 슬며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리고 촉촉이 젖어있는 미숙의 그 곳에서 틈을 찾으며 바쁘게 기어다녔다.
“아앗····”
미숙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음을 내고 말았다.
대부분의 여자는 남편이나 자주 섹스를 한 익숙한 남자라면 몰라도 별로 상대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남자의 손이 허벅다리 사이의 그 곳으로 들어오는 순간 반사적으로 다리를 힘껏 오므리기 마련이다. 그것은 무의식적인 자기 방어이며 수치심을 막으려는 반사적인 행동인 것이다.
그러나 미숙은 반대로 다리 사이를 벌리고 있었고 남자의 손이닿자 그 간격이 더 넓어졌다. 마치 남자의 손이 그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미숙은 불감증이었다.
여러번의 경험에 의해서 스스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첫경험 상대와의 섹스 때 잘못된 것이었을까? 처음으로 남자의 그것을 받아들였을 때의 기억은 부끄러움과 통증, 그것 밖에 없었다.
그 기억은 결코 즐겁다거나 다시하고 싶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전문대학 시절의 남자친구도 유쾌한 기억을 남겨주지 못했다. 조용한 곳에 단 둘이 있으면 치마 밑으로 손이 들어와 거기를 만지려고 했다. 몇차례 그 손을 뿌리치자 남자친구는 말없이 떠나가 버렸다.
미숙은 왠지 남자의 손이 몸에 닿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첫 섹스상대로부터 받은 약간은 충격적인 아픔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미숙은 결혼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의 입장에서 결혼한다는 것은 한 남자를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결혼을 했다. 부모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 친척의 중매로 선을 보고 결혼한 것이다. 그녀는 자기가 변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용기를 냈었다.
그러나 결국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남편은 결코 자기를 만족하게 해주지 못했다. 경험이 없어서 그러려니 하고 참고 견디며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남편의 섹스는 매우 단조로웠고 흥미를 주지 못했다. 상대인 아내를 위해 애를 쓴다거나 배려하는 마음이 거의 없었다. 자기만 만족하고 나면 그만이었다.
6개월간의 결혼생활은 그런 이유로 허무하게 끝났다. 도저히 함께 살 자신이 없었던 미숙이 먼저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거기에서 얻은 것은 오히려 깊은 상처 뿐이었다. 스스로가 불감증이라고 믿고 있던 것이 재확인 된 셈이니 그 상처가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미숙은 지금 타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이 남자의 손길은 요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처음 받아보는 애무는 그녀의 몸을 녹일 듯이 구석구석에서 짜릿한 흥분을 일으키게 했다.
남자의 손가락이 그녀의 속을 후비며 율동을 계속하자 미숙은 더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아 미안해요. 나 미치겠어요. 아우웃····”
몸을 일으킨 남자는 여자속으로 밀고 들어갔다.
“아구구···.”
그녀는 또 한번 짧은 비명과 함께 몸을 뒤틀었다.
그것이 남자를 자극했음인지 남자도 신음을 내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숙은 남자의 움직임에 따라 호흡이 거칠어져 갔다. 땀을 비오듯 흘러 시트가 흥건히 젖었다. 남자의 등에는 그녀의 손톱자국이 나서 빨갛게 피가 맺혀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미숙은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신음소리만 내다가 ‘악’하는 비명과 함께 몸을 늘어뜨렸다.
남자가 옆으로 눕고 나서도 그녀는 한참이나 팔과 다리를 늘어뜨린 자세로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탈진한 것일까?
꼼짝하지 않는 그녀의 벌거숭이 몸은 서서히 식어갔다. 다만 사랑의 액체만이 환희의 순간을 증명하듯 깊은 골짜기에서 쉬지 않고 조금씩 흘러나왔다.
그날 미숙은 한 남자에 의해 섹스의 쾌락을 알게 되었고 또 그것을 자신있게 느낄줄 아는 새로운 여자로 태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