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첫사랑 4
“고정희?”
내 이름을 부른다. 순간 난 얼음장처럼 굳는다.
그가 맞다. 전화기에서 들려오던 친숙한 다정다감한 그의 목소리.
이젠 내 앞에서 더 이상 전화기가 아닌 실제목소리로 들린다.
“네”
나는 순간 그에게 존대를 해버린다.
나보다 어린 그에게 나도 모르게 존대를 한다.
“어이구 누님 나오셨습니까. 정말 반갑습니데이. 생각보다 미인이십니다.”
항상 그렇듯 장난과 어울리지 않는 사투리로 나의 긴장을 풀어준다.
생각보다 미인. 풋.
그는 거짓말을 하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내가 봐도 난 미인스타일은 아닌 것을 알기에.
“타 얼른 여기 뜨자 불안하다.”
그의 말에 난 그의 차에 올라탄다. 그리고 그가 운전석에 탄다.
그렇게 그리던 그가 내 옆에 있다니 몸이 떨려온다.
아니 더 솔직히 나의 거기가 뜨거워짐을 느낀다.
“어디로 갈까?”
그가 물어온다. 난 더더욱 말이 없어진다.
“어디로 가야돼? 나 지리 모르잖아”
그냥 외곽 길로 벗어나고 싶어진다. 그쪽으로 안내한다.
그도 말이 없다.
'내 모습에 많이 실망한 걸까?' 불안하다.
그와 단둘이 있어서 불안한 것이 아니라 그의 침묵이 날 더욱더 불안하게 만든다.
10여분이 흘렀을까.
앞에 보이는 농협창고쪽으로 그가 차를 세운다.
시골길이라서 차도 별로 안지나가고 또 주위에 파킹된 차도 없다. 그
가 차에 있던 커피를 내게 권한다.
“마셔~ 너 커피 좋아하자나”
웃는다. 그가.
“울 자기 보니 생각했던 거보다 더 이쁘네~”
“멀 그리 쫄고있어. 그냥 편히 말해”
“자꾸 말 안하면 나 너한테 전화한다. 전화하면 편히 말할 수 있을꺼아냐”
전화로만 익숙하던 그였기에 실감이 나질 않는다.
용기를 내서 말을 해본다.
“자기 새벽부터 온 거야?”
“응”
“몇 시에 일어나서 온 건데?”
“한 4시쯤 일어나서. 와~ 진짜 서울에서 멀긴 멀다.”
사랑스럽다.
사랑스럽다는 감정은 내 아이들 이후로 느껴보는 감정이다.
“고마워 이렇게 멀리 와줘서”
“뭘 내가 너 보고 싶어서 온 건야. 신경 쓰지 마”
“피곤하지?”
“그냥 쫌”
처음 맞선 보는 남녀처럼 일상적인 말들이 오간다.
그 일상적인 말에도 나의 그곳은 젖어온다. 부끄럽다.
“나 담배하나 펴도 돼?”
“응. 자기 하고싶은데로 해”
“에이 그래도 넌 담배냄새 싫어할 텐데~ 괜찮겠어?”
“응 괜찮아. 자기 담배펴”
그가 창문을 내리고 담배를 문다.
난 그의 모습을 지켜본다.
멋지다는 생각과 동시에 왜 이리 나의 그곳은 뜨거워지는지 알수가 없다.
“나 맘에 안 들어? 와 생각보다 별로나?”
어색한 사투리로 그가 물어온다.
“아니요 그럴 리가요.”
“근데 왜 말이 없어? 떨려? 하하”
“그냥 말이 잘 안 나오네.”
“그럼 너 혹시 흥분했냐? 하하하”
순간 움찔했다.
살짝 흥분이 되면 말이 없어지는 날 아는 그이기에.
“아니 그냥 처음 보니깐 어색해서 그렇지.” 대충 얼버무린다.
“뭐가 어색하냐. 나도 첨볼땐 어색했지만 매일 듣는 전화기속의 목소리랑 똑같으니 맘이 편해지는데"
"그건 자기는 남자니깐 그러지"
"풋 어쭈구리 여자라고. 하하“
“우리 오늘 머하고 놀까?”
“뭐 아무거나 자기하고싶은거 해”
“진짜?”
“응”
“그럼 나 서울 가야지 하하하”
그를 쳐다본다. 웃는 모습이 참 멋지다.
“오늘 몇 시쯤에 들어가야지? 한 5시30분쯤 들어가야 되나?”
“응”
“그럼 지금이 오전 9시쯤이니깐. 한 8시간 정도 남았네.”
“응”
나의 대화는 초간결이다.
“정희야”
날 부르는 말에 난 깜짝 놀란다.
“응 왜?”
“나 너 함 안아주고 싶은데. 일로와바~”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된다.
말은 하지 않고 살짝 운전석으로 몸을 움직인다.
그가 안아준다.
따스하다. 포근하다.
눈을 지그시 감는다.
심장은 이미 내 심장이 아닌듯하다.
“이렇게 널 안아주니깐 정말 좋다. 너도 좋지?”
“응”
정말 좋다. 이런 기분은 아, 이런 기분은.
“이제 내가 자주 내려와 안아 줄 테니. 더 이상 울지 말고 우울해 하지 말고 웃으며 지내”
“응”
이 따스함. 평생 남자한테 느껴보는 처음의 따스함이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하고 싶다.
그는 이런 생각은 하지않는걸까?
“정희 머리에서 좋은 냄새나네”
킁킁 그가 약간 소리를 내어 냄새를 맡고 있다.
“아~”
나도 모르게 짧은 신음소리가 나와 깜짝 놀랐다.
단지 그가 소리내어 나의 머리향을 맡고있는것 뿐인데.
내가 미쳤나보다.
그가 날 쳐다보며 배식 웃는다. 정말 부끄러워진다.
그의 얼굴이 점점 내 얼굴로 다가온다.
난 눈을 감는다.
그의 콧바람이 느껴진다.
정말 랑 이외의 낯선 남자가 나와 얼굴을 불과 몇 센티 안남겨두고 있다.
이런 것이 나도 가능한 일인 것일까.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찌릿함을 느끼지만 그곳은 입술이 아닌 나의 팬티 안에서이다.
그가 입술을 땐다.
아쉬웠다.
남편과의 섹스에서는 절대 입술을 허락하지 않는 나였기에.
키스 생각이 간절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