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야설) 섹스에 눈을 뜨다!!! - 1부
손은 핸들을 잡고 발은 액셀을 밟으며 애마 큐브는 집으로 달리고 있었지만, 내 머릿속은 아직도 이브까에 머물러 있었다.
뜬금없이 신랑에게 구타당하는 민서의 모습이 스쳐 갔다.
신랑이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고 민서는 신랑의 다리를 부여잡고 애걸하는 모습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설마.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민서의 하소연을 너무 많이 들어 내가 각인이 되었나?
민서의 이야기만 듣고 내가 민서의 신랑에게 편견을 가진 건 아닐까?
사랑하는 민서를 지켜주지 못하고 집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내가 거기에 계속 죽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민서와 신랑을 찢어놓지 못한다면 부부 사이의 일에 내가 간섭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속으로 빌었다. 오늘은 제발 싸우지 말고 손잡고 나가서 저녁이나 사 먹고 시어머니와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를 빌었다.
민서의 신랑을 떠 올렸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내가 본 민서의 신랑은 그렇게 무지막지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내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좀생이는 아닌 것 같았다.
이름이 조성기라 했던가? 좃성기라 했던가.
민서가 신랑 이름을 말해 줄 때 어금니를 꽉 깨물어서 조성기가 좃성기로 들렸다.
내가 본 첫인상은 평범한 남자였다. 키는 1m 90정도 보였고 얼굴은 호남 형이었다.
나는 혼자 히죽 웃었다. 1m 55인 민서와 기럭지가 너무 차이 났다.
같이 걸으면 민서의 머리가 신랑의 가슴 아래에 있을 것 같았다.
성격은 털털해 보였고 포악함이나 의처증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친구끼리 오붓한 시간을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할 때는 순수해 보였고 내가 되려 미안했다.
그래도 착하디착한 내 사랑 민서를 때리는 남자는 악마라고 할 수밖에.
사람 마음 알 수 없으니까.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이 있으니까.
내가 있을 때와 둘이 있을 때가 같아야 한다는 원칙은 물론 없다.
내가 보기에 선량해 보인다 해도 민서가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 앞에서 신랑을 험담할 이유는 없었다.
내가 아는 민서는 언제나 정직했고 깨끗했다. 거짓말을 못 했고 거짓을 보고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지금도 나는 민서의 말은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는다.
그런 민서가 나에게 무엇 때문에 신랑을 포악한 인간으로 만들겠는가?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이 있으니까 내가 본 민서 신랑과 보지 못한 민서 신랑은 다를 수도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어쨌든 오늘만은 싸우지 말기를 빌었다.
내 입술에 묻은 민서의 루즈 때문에 신랑이 화를 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민서를 만난 것은 3개월 전이었다.
실적을 올리려고 대학교 동문들을 다 찾아보고 고등학교 동문들을 찾아다니던 때였다.
다른 친구의 소개로 민서의 소재를 알고 나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과장해서 말하면 첫사랑의 소재를 알게 된 기분이랄까?
내가 태어나서 가슴이 설레었던 것은 대학 합격과 남편과의 결혼 발표와 민서의 소식을 들은 것뿐인가 싶다.
민서 소식을 듣고 나는 소녀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첫사랑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학창 시절. 작고 예뻤던 그녀. 무슨 일이든 차분히. 하나씩. 귀엽게 했다.
언제나 팔 걷어붙이고 후다닥 해치우던 나하고는 정반대였다.
민서는 작고 예뻤지만, 나는 키만 크고 예쁜 구석이 없었다.
남들은 나 보고 듣기 좋아하라고 시원스럽게 생겼다고 했다.
상반된 성격. 어울리지 않는 우리들의 생김새는 함께하는 추억을 만들어 주지 못했다.
민서와 나는 항상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사이다.
그래도 내가 앞장서서 나설 때 열렬한 지지자는 민서였다.
나는 민서의 의견이면 무조건 수용하고 들어갔다.
나 혼자만의 추억이지만, 민서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인형 같은 아이였다.
내가 처음 이브까를 찾아간 날, 민서는 마스크를 하고 색안경을 쓰고 있었다.
고교 때는 얌전하던 아이가 이제는 멋도 제법 부린다고 나는 생각했다.
“가게에서 무슨 선글라스니? 마스크까지 끼고 웃겨.”
나의 핀잔에 민서는 배시시 웃기만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 가게가 개업했다면서 떡을 내놓았다. 우리는 함께 떡을 먹었다.
보험 상품 하나를 설명했다. 건강보험.
민서는 어린이 의료실비보험을 3개나 들어 주었다.
아이가 셋이라 했다. 시어머니가 돌봐 준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은 민서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복싱 경기에서 KO패한 선수의 얼굴이랄까? 참혹했다.
눈은 찢어지고 입술은 부어 있었다. 얼굴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내 기억 속의 하얗고 예쁜 민서의 얼굴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런 꼴 보여서 미안해.”
나는 민서의 양손을 잡고 누가 그랬느냐고 다그쳤다.
범인은 신랑이었다. 오호통재라. 신랑이 그랬다는데 내가 어쩔거나?
통곡할 일이었다. 대책이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도 있다는데 이혼하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없었다.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 모양 되도록 사람을 패?”
“그 사람 습관이야. 말 보다는 주먹이 빠르고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어."
나는 속상했다. 학창 시절 내가 동경했던 예쁜 아이가 남편에게 맞아서 초주검이 되어 있다니.
칼이라도 들고 가서 민서 신랑을 쑤시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왜 사니 인간아. 죽어라.”
나는 괜히 분해서 민서의 양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었다.
민서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도 민서의 등을 손으로 쓸며 함께 울어 주었다.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나는 왜 우는지 모르지만, 눈물이 났다.
민서가 아파하니까 같이 울어 주고 싶었다.
우리는 속이 후련하도록 울었다.
울고 나니 서로에게 계면쩍어 한참을 손 마주 잡고 웃었다.
우리는 속이 후련하도록 가게가 떠나가도록 웃어 젖혔다.
상대의 아픔을 알면 더 친해지는 것인가? 나는 틈만 나면 민서를 찾았다.
한참을 마주 앉아 수다를 떨다 보면 피곤함이 다 사라졌다.
세상이 즐거웠다. 민서는 나에게 청량제였다. 피로 회복제였다.
우리가 새로 만나지 한 달쯤 지나서였다.
나도 민서네 가게에서 뭔가 팔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지만, 사고 싶은 것이 없었다.
무얼 살까? 하다가 나는 보정속옷을 사기로 했다.
민서에게 옷을 팔아준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고객들의 눈도 즐겁게 해줄 필요는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가슴도 히프도 처지는 것 같고 허리도 굵어지는 것 같았다.
거들과 올인원을 하나씩 선택했다.
“입어봐. 어울리면 내가 선물할게.”
민서가 호들갑을 떤다.
“여기서?”
“방 있어. 방에 가서 입어 보자.”
가게 안쪽에 커튼을 젖히니 미닫이 방문이 보였다.
민서는 나의 등을 떠밀어 방으로 데려갔다.
“입고 나갈게. 가게 보고 있어.”
나는 민서를 돌려세웠다.
“아냐. 괜찮아. 올 사람도 없어.”
민서는 부득부득 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나는 새 옷을 입기 위해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팬티만 남기고 다 벗었다.
친구가 보고 있었지만 흉잡힐 사이는 아니니까 개의치 않았다.
팬티만 남기고 홀라당 벗었다. 가슴이 축 흘러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처지는 가슴을 보드라운 손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
“크다. 지희야. 예쁘다 지희야.”
민서의 손이 처지는 내 유방을 받치고 있었다.
“야아!”
나는 몸을 뒤로 빼며 손으로 민서의 손을 쳐냈다.
민서는 까르르 웃으며 배를 잡았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남편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전율을 느꼈다.
민서의 손이 내 가슴에 닿는 순간 온몸이 찌릿하면서 솜사탕이 녹는 거품에 잠긴 느낌을 받았다.
그 상태가 너무 좋았지만, 본능적으로 나는 몸을 빼며 민서를 밀어냈다.
민서는 혼자 재미있어했다.
“소원 성취했다.”
“무슨 소원?”
“나는 고교 때부터 출렁거리는 지희 가슴을 꼭 한 번 만져 보고 싶었거든.”
민서의 태연한 말에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래도 친구인데. 태연한 척 맞장구를 쳤다.
“기집애. 제 가슴 만지지 웬 남의 가슴?"
"한 번 더 만지면 안 돼?“
좀전의 짜릿한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나는 민서 앞에 가슴을 내밀었다.
“그래. 맘대로 해라. 친구 소원인데 못 들어 주겠니?”
민서가 다가와 나와 마주 섰다.
천천히 손을 들어, 내 가슴을 부여잡았다.
나는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아 잠시 휘청댔다.
양손으로 내 가슴을 모아 잡고 주무르던 민서가 내 젖꼭지에 입술을 갖다 댔다.
나는 본능적으로 물러섰지만 내 젖꼭지는 이미 민서의 입안에 들어가 있었다.
민서는 쪼옥~쪽 빨고 있었고 나는 황홀에 젖어 민서의 등을 팔로 감아 당기며 느끼고 있었다.
나는 새로운 걸 알았다. 여자끼리도 느낌이 있구나.
한참을 빨았다. 내 가슴이 민서의 침으로 번들번들했다.
내 마음이 민서의 침으로 촉촉해졌다. 나쁘지는 않았다.
“어때 기분이?”
“좋네. 근데 너 동성연애도 하니?”
“아니. 첨이야. 그냥 너한테 장난치고 싶었어.”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얘. 고마워.”
빨아줘서 고맙다는 말인가? 나는 나도 모르게 민서에게 고맙다고 했다.
민서의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개가 땅으로 숙어졌다. 그리곤 말했다.
“학교 다닐 때 나는 지희가 부러웠어. 생긴 것도 시원하고 하는 일도 시원하고.”
“나도 민서가 작고 귀여워서 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상상을 많이 했어.”
나는 양손을 마주 잡고 한참을 웃었다. 새로 산 보정 속옷을 안에 입고
입고 왔던 옷을 다시 입었다. 민서에게 가슴을 내민 것이 조금은 부끄러워 바삐 헤어졌다.
바쁜 일 있다고 핑계 대면서 이브까를 뛰쳐나왔다.
민서는 따라 나오며 손으로 내 엉덩이를 툭툭 두들겼다.
“잘 가! 또 와.”
나는 손을 흔들어 주며 주차장으로 달음박질쳤다.
색다른 경험. 짜릿한 여운이었다.
운전하면서도 가슴은 민서의 혀를 느끼고 있었고 엉덩이는 민서의 손 감각을 지우지 않았다.
운전하는 내내 정신이 몽롱했다. 여자가 여자에게 느낄 수 있구나.
기분이 좋았다. 몸이 공중에 떠 있는 기분으로 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