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야설) 섹스청부업자 - 2부
3일 후 어느 때와 같이 친구와 장도 보고, 카페에서 대화를 하고 귀가한 민애가 1층 현관으로 들어오자 멈칫한다.
"뭐지?"
민애의 시선이 향한 자신의 호수 우편물 함에 유난히 튀어 보이는 우편물이 꽂혀있는 게 보인다.
의구심을 띄면서 고급스러워 보이는 금색 겉표지 외면을 보자 발신처가 보인다.
"어머!"
민애 또한 상류층이다. 못 알아 볼리가 없다.
"우리 남편 능력이 이 정도였나?"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천천히 금색 겉표지의 촉감을 느끼며 민애가 머릿속에서 자신이 꿈꿔왔던 상상의 나래를 그린다.
잔잔하게 흐르는 냇물과 그 위를 은은하게 감도는 푸른 불빛, 허공에 떠있는 듯 붉은 빛만 반짝이는 와인 잔과 아찔하고 황홀한 맛을 선사하는 와인,
그리고 그 중심에 서서 홍보를 나온 멋진 모델들의 관심을 받고 모든 남녀들의 부러움을 받는 자신.
물론 같이 온 남편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시선 또한 당연하다.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고 흥분된 마음에 그 자리에서 개봉을 한 민애가 놀란다.
"어라? 오늘이네?"
하지만 이미 가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민애의 머릿속에서는 코디가 시작된다.
"오빠가 기죽지 말라고 신혼여행 때 사준 샤넬 숄더백에... 구찌 힐에... 음... 어머! 먼저 오빠한테 전화 해야지!"
평소라면 단축번호로 두어번 클릭으로 전화를 걸었을 민애가 떨리는지 십여번을 누르고 겨우 전화를 건다.
-영원히 우리 사랑 변치 말기~♬-
역시 신혼은 신혼인지 닭살 돋는 발라드의 컬러링이 울리고 곧 전화기의 주인이 받는다.
"어, 민애야!"
"오빠! 부여호텔 파티 초대장 왔더라?"
"부여호텔?"
이해가 가지 않는지 잠시 의문을 표하던 남편이 곧 상황을 파악하고 되묻는다.
"그게 어째서?"
"오빠 능력이 그 정도인줄 꿈에도 몰랐어..."
허세가 시작됨 일까? 한국 남자 특유의 추임새가 허세의 시작을 알린다.
"크흠... 민애야, 너는 아직 오빠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뭐 이정도 쯤이야"
누가 그러던가? 여자는 남자의 의외성에 끌린다고!
이전까지는 단순히 직업이 좋은 의사 남편이였다면, 지금 이순간은 직업에 사회적 능력까지 더해진다.
"오늘 일찍 들어 올거지?"
오늘이라는 말에 자초지종을 모르는 남편이 되묻는다.
"오늘이라니?"
"일 하느라 정신이 없구나... 오늘 8시라고 써있는데?"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평범한 초, 중, 고교를 졸업하고, 의대를 가서도 평범한 친구들과 어울린 그다.
평생을 평범한 조건 속에서 남들의 존경과 대우를 받으며 자라온 그가 자신보다 두 단계 이상 레벨이 높은 자들과는 어울리기는 힘들다.
물론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조차 없는 이 경우라면 더더욱이다.
"오늘은 좀 바쁜데..."
"오빠! 무슨 소리야! 바빠도 가야지!"
"오늘 유난히 응급환자가 많아서..."
"오빠! 응급환자는 항상 있잖아. 그러니..."
남녀 간의 논쟁은 항상 여자의 승리로 끝을 맺는다. 그 것을 잘 알고 있음인지 남편이 핑계를 대며 급하게 끊는다.
"오늘은 정말 힘들 것 같아. 민애야, 오빠가 나중에 더 멋진 곳에 꼭 데려갈테니까 오늘은 참자..."
"오빠 그래도..."
"과장님 뭐라구요? 네 알겠습니다..."
-띠. 띠. 띠-
남편의 일방적인 통화 종료에 민애는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지만 이내 곧 평점심을 회복한다.
아무리 그런 성격의 그녀랄지라도 공과 사는 구분 할 줄 알기에...
"휴... 정말 아쉽네"
아쉬움이 클수록 미련 또한 큰 법이다. 쓴 입맛을 다시며 천천히 초대장을 다시 한 번 읽어본다.
"헉!"
초대장 하단에 놀라운 글귀가 보인다.
-당일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1등 상금 10억 원 상당의 이벤트를 제공합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수준에 10억은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의 큰돈이다.
"혼자라도 가서 이벤트만 하고 올까?"
"자자, 모두 오늘 할일 확실히 머릿속에 각인 시켰죠?"
민수의 확인 요청에 제일 먼저 그레이 톤의 슈트를 말끔히 차려입은 프랑스인 남성이 어눌한 발음으로 자신 있게 대답한다.
"눼!"
뒤이어 상당한 미모와 한 눈에 보아도 장인의 혼이 느껴지는 듯한 의류와 악세사리로 무장한 20대 여성과,
평범하면서도 무언가 품격이 느껴지는 미모와 옷차림을 한 30대 여성이 도도하고 조신 있게 대답한다.
"네"
"네..."
그들의 대답을 들은 민수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시작을 알린다.
"그럼 오늘도 수고 좀 해주십시오. 이제 입장합시다"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치장한 4명의 남녀가 로비에 접근하자 입구에 있던 직원이 긴장을 한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긴장된 표정과는 다르게 교육이 잘된 듯 부드러운 목소리 톤으로 묻는 직원의 말에 민수가 일행을 대표하여 대답한다.
"불가리에서 왔습니다. 오늘 파티에..."
손님이 아닌 홍보를 하기 위해 나온 업체 직원이라 안심을 했음인지 직원이 한결 여유롭게 되묻는다.
"불가리라면 이미..."
"먼저 들어간 사람들은 선발대입니다. 저희는 후발대로 이렇게 제품을..."
민수가 말을 하며 007 가방에 가득 차 있는 불가리 로고의 박스를 보여주자 직원 또한 이해를 했는지 길을 열어준다.
"오늘도 수고해주세요"
역시 초일류 호텔의 직원이랄까? 손님이 아닌 홍보요원에게도 친절함을 잃지 않는다.
이제 곧 파티가 열릴 곳을 거닐며 천천히 마음속으로 리허설을 하고 있던 민수의 바지에 약한 진동이 울린다.
"철호야, 그 년은 잘 오고 있지?"
"그게... 그 년이 남편하고 안 오고, 혼자 오는 것 같다?"
"혼자 온다고?"
"근처에서 서로 만날 수도 있는 거니 아직은 확실히 모르겠는데 일단은 혼자 오고 있어"
"이러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남편이 안 오면 내가 나설까? 방법은 딱히 없지만..."
"음..."
갑작스러운 변수에 수정된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정리한 민수가 철호에게 말한다.
"남편을 이용하면 일이 더 쉽게 풀릴텐데 아쉽게 됐네. 그래도 상관없다. 우리는 계획대로 하자"
"그래 나도 곧 도착한다. 화이팅이다!"
일행과 흩어져 각자 마음속으로 리허설을 하던 그들의 주머니에서 약한 진동이 한 번씩 울리고 이내 멈춘다.
"시작인가?"
흩어진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들의 눈이 출입구에 고정 된다. 그리고 드디어 목표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풉..."
민수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토해낸다.
"나도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런 모습은 당연하지"
중세시대 유럽의 왕실을 연상하듯 규모는 작지만 갖출 건 다 갖춘 오케스트라의 화음이 푸르른 조명아래 졸졸졸 거리며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현대적인 실내 냇물에 작은 포물을 그린다.
등장부터 분위기에 압도되어 민애의 어깨가 본인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구부려 진다.
"이제는 사람에게 기가 죽으셔야지?"
은밀한 눈으로 민애의 행위를 읽은 민수가 건너편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눈을 빛내고 있는 미모의 여성에게 턱짓을 하자, 그녀가 여유로우면서도 도도한 발걸음으로 출입구 쪽을 향한다.
또각. 또각. 또각.
서울에 갓 상경한 시골 처녀처럼 멍하니 주변 풍경을 바라보던 민애가 점점 커져가는 힐 소리에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본다.
민애의 시선이 자신에게 와닿았음을 느낀 미모의 여성이 살며시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자연스럽게 흔든다.
그러자 민애의 동공이 순식간에 커지더니 이내 자신의 숄더백을 등 뒤로 고쳐멘다.
"시작이 아주 좋은데? 역시 된장녀들은 머리가 비어서인지 다루기가 쉽다니까"
미모의 여성이 민애를 등지고 인파속으로 점점 모습을 감추니 민애가 무엇을 크게 느꼈나보다.
조금 전까지는 풍경을 보며 분위기를 느꼈다면 이번에는 사람들을 보며 사람을 느낀다랄까?
"다 똑같지... 여기서 너보다 못한 사람 한 명도 없다"
미모의 여성의 행위는 단순히 그녀의 관심을 끌어 관점을 의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함이였다.
슬로건으로 거는 대한민국 0.0001%만을 위한 파티라는 것은 역시 맞는 말이다.
모든 사람, 심지어는 홍보를 하기 위해 나온 명품 브랜드 직원들조차도 민애보다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옷들을 걸쳤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기가 죽으면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거리가 멀어진다. 물론 그 거리라 함은 내, 외적인 요소가 모두 포함된다.
점점 구석을 향해 몰리고 있는 민애에게 좀 전의 여성이 와인잔을 들고 다가온다.
"이제 본게임인가?"
멍하니 눈을 내리깔고 사람들이 걸친 옷들을 구경하던 민애의 옆을 스치듯 다가온 그녀가 의도적으로 민애의 옷에 와인을 쏟는다.
위축된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일로 크게 당황해서인지 평소보다 큰 놀람이 입 밖으로 터져나온다.
"어머!!"
잔잔한 분위기에 여성의 비명소리는 모든 이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수많은 남녀들의 시선을 느끼니 민애의 위축된 감정 상태가 더더욱 가중되어 진공상태가 되어 버린다.
"어머, 죄송해요. 언니"
평소라면 한바탕 쏘아 붙였겠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상대의 사과에 호의적으로 민애가 대답을 한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언니. 이거 어떻게 하죠... 옷이 다 버렸네요..."
"저는 괜찮으니 걱정하실 필요가 없어요"
"언니는 성격이 좋으신 분 같아요"
상대방의 칭찬에 위축되었던 심리가 어느 정도 풀리는 듯하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다시 쪼그라든다.
"이렇게 좋은 언니를 오늘 처음 본 게 이상하네요. 어떤 분이세요?"
"저는..."
민애가 말을 길게 늘어뜨리자 그녀가 말을 끊고는 다시 묻는다.
"어느 학교 나오셨어요?"
"저는..."
그녀가 민애의 행동을 통해 무언가를 느낀 듯 그녀만 들릴 정도로 작게 비웃고는 말을 잇는다.
"풉... 아 어떤 분인지 알겠네요"
그녀의 비웃음과 이어진 말에 수치심을 느낀 걸까? 민애의 얼굴이 붉게 상기된다.
"아차... 세탁비 드릴게요"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버킨 백을 천천히 열고는 그 안에 있던 또 다른 명품 지갑으로 민애의 기를 다시 한 번 죽인다.
천천히 지갑을 움직이며 시선을 사로잡은 그녀가 무궁화가 가득한 수표중 하나를 꺼내어 내민다.
"10만원이면 되죠?"
그녀가 내민 돈을 보며 붉어진 그녀의 얼굴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다시 검게 타오른다.
"10만원이면 저 드레스 아주 호강하겠네"
군중심리의 효과 때문일까? 모두의 귀에 또렷히 들린 어느 여성의 외침에 순식간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분주해진다.
또한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민애의 옷을 강간한다.
"아마 지금쯤 모든 사람이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느끼겠지... 이제 내가 나서야할 때인가?"
민수가 천천히 민애를 향해 걸음을 옮기자 민애의 눈망울에 당장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눈물이 또렷히 보인다.
"미친..."
여자의 눈물은 남자에게는 쥐약이다. 더욱이 미인의 눈물은...
직업적으로 수많은 여성에게 접근해 수많은 눈물을 흘리게 만든 민수일지라도 이 순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 후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는 민수다.
"너는 여전하구나?"
왠 남성이 자신을 핍박하고 있는 여성에게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추궁을 해서인지 민애의 시선이 민수에게 꽂힌다.
"민수 오빠..."
민애를 핍박하던 미모의 여성이 마치 저승사자를 본 것마냥 눈빛이 흔들린다. 그리고 이어진 민수의 말에 황급히 도망치듯 사라진다.
"좋은 분 괴롭히지 말고 꺼져!"
이 상황을 말없이 지켜보던 민애가 드디어 민수를 알아본 것 같다.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을 한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그렁그렁 맺혀있던 눈물을 떨구며 서있다.
"알아보셨구만? 아주 오만 생각이 들지?"
민수가 멍하니 서있는 그녀의 손을 갑작스럽게 잡고 그녀를 출구로 이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겠지"
민애의 어깨가 잠시 움찔하지만 그 것도 잠시. 순순히 민수가 이끄는 길을 따라온다.
민애의 손을 붙들고 함께 로비를 향하던 민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차 가져 오셨죠?"
"네"
로비의 끝자락에 도착하니 직원으로 분한 철호가 인상을 쓰며 민애에게 열쇠를 넘긴다.
"지하 주차장에 내려 가셔서 직접 빼시죠"
열쇠를 민애에게 넘겨주고 횅하니 뒤돌아서 가는 직원을 보니 안정되려던 민애의 속이 다시 흔들린다.
"크크크... 여자는 상상을 하게끔 만들어 줘야지. 마음껏 확대 해석해라 그럴수록 내겐 이득이니"
민수가 그녀의 손을 더욱 움켜쥐어 자신에게 집중 시킨다.
"요즘 경제가 안 좋아서 그런지 셀프가 생활화인가 봅니다. 지하 주차장까지 에스코트 해드리겠습니다"
민애와 단 둘이 지하로 내려가는 중, 끊임없이 핍박하던 여성과 호텔을 욕한다.
"그러니깐 걔는 프랑스에서 유학할 때부터 그랬습니다. 어찌 철이 안 들던지... 지금도 왕따인 것만 보아도... 그리고 이 호텔도 예전에는..."
민수의 말에 동조와 대꾸는 안 하고 있는 민애지만 사람 마음이야 다 똑같은 게 아니겠는가.
"나로인해 기분이 풀리면 풀릴 수록 반대로 나와 관계 또한 풀리게 되겠지"
어느덧 한쪽 구석에 파킹되어 있는 민애의 미니쿠퍼의 앞에 다다른 민수가 작별을 고한다.
"세상에는 별에 별 진상들이 참 많죠. 오늘 일은 잊고 집에가서 편히 쉬세요"
"감사했습니다"
뒤돌아서 민애와 작별하는 민수지만 왠지 표정이 작별하는 사람의 표정은 아니다.
"저...기..."
"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민애의 모기만한 소리에 뒤돌아본 민수가 의문을 품고 되묻자 그녀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차량 바퀴를 가르킨다.
"펑크?"
"네"
"펑크난 채로 오셨어요?"
"아니요..."
"으휴... 요즘은 세상이 참 무섭네요. 우선 보험사에 연락하시고 실례되지 않는다면 제 차에 타시죠.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민수가 이끄는 방향에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가 특유의 디자인을 발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