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라레야설] 남편 후배들 -상편
스물여섯 살, 모 사립고교 출강 경력 1년에,
지금은 분당의 한 학원에서 언어영역을 강의하고 있고,
8년 전 아홉 살 연상의 현 남편을 사제 간으로서 만나
우여곡절 끝에 5년간의 결혼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젊은 여성 혜란이,
사진까지 동반한 의문의 괴편지를 받게 된 건,
결혼 5년 차 이른 봄날의 한 나른한 오후였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누구라 글월로 밝히지는 않겠습니다만, 부인과 일면식이 있는 사람입니다.
최근에 비디오 한편을 우연히 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비디오의 처리에 대해 부인과 만나 상의하고 싶어 편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비디오의 처리에 대해 부인의 의견을 반영하고 싶은 선의에서 드리는 말씀으로,
금전 요구 등의 무례한 말씀은 아니니 양해 바랍니다.
비디오의 캡쳐 사진 한 장을 동봉하니 확인하시고,
괜찮으시다면 오는 토요일 오후 세 시까지 성남의 **카페에서 뵈었으면 합니다.
남편께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는 편이 서로를 위해 좋겠지요."
편지 안에 동봉된 사진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화상 파일로부터 캡쳐, 출력된 듯한 그 사진 속에서,
바로 혜란 자신이, 온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남편 아닌 한 건장한 남자의 발기된 성기를 애무하고 있었다.
혜란은 일순 현기증을 느끼며 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쓰러지듯 소파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합성이나 조작이 아니다. 사진 속의 벌거벗은 여자는 분명 혜란 자신이었다.
잔뜩 곧추선 페니스를 혜란 앞에 자랑스레 들이밀고 있는 남자와 그녀는,
실제로 여러 차례 몸을 섞었다.
무엇보다 그 비디오, 편지에서 포르노 "비디오"는 그녀 자신이 익히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누가 그 비디오를 찍었는지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녀가 온통 하얗게 벌거벗은 채 외간 남자와 몸을 섞는 장소에서
그 광경을 하나하나 관찰하여 카메라에 담고
아니 애당초 그녀에게 그렇게 하도록 만든 건 바로 남편 자신이었다.
따라서 그녀의 심정을 몹시 복잡하게 만든 것은,
이 비디오가 공개되어 가정이 파탄이 난다든가 남편한테 버림받는다든가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였다.
혜란과 남편이 다소 "별스러운 섹스"를 즐기게 된 건 대충 작년 여름부터의 일이었다.
사제 간으로 시작한 부부관계였고, 나이 차이도 있고 하여 서로 간에
지나치게 점잖았던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어느날 부터, 다른 사람이 지켜보는 것에서의 성관계,
혹은 심지어 그녀가 다른 남자와 관계 맺는 일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요구는 집요했고, 제자일 적부터 남편의 생각이 그저 절대적이었던 그녀는
하나둘씩 거기에 따라갔던 것이다.
그리하여 지난 여름 동안, 혜란은 남편과 관계된 두 사람의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
의도적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그리고 그런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혜란과 남편이 공유하게 된 것이 편지에 적혔던 "비디오"였던 것이다.
남편의 사업상 친구로 진호라는 40대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조카가 영화 일을 한다는,
헤란 보다 한 살이 어린 동수란 청년이었다.
처음에 남편은 동수로 하여금
그녀와 남편의 부부생활을 가정용 캠코더로 찍게 해서 함께 즐기자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남편과 혜란의 집에서 "촬영 작업"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고조된 분위기에서 혜란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남편이 보는 앞에서 동수와 섹스를 하게까지 되었고,
남편은 거기 미칠 듯 흥분하고 기뻐하며 그것을 영상에 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지난겨울이 갔더랬다.
혜란은 그간, 대여섯 차례 남편이 보는 앞에서 동수와 관계를 했다.
남편이 없는 데서 동수와 개인적으로 만난 일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찍어 댄 테입중 하나가 유출된 것임이 분명했다.
혜란은 생각했다. 남편한테 알린다?
공교롭게도 남편은 마침 다음 책 준비를 위해 해외 출장 중이었다….
전화로 할 이야기는 아니다.
낯선 땅에서 일에 바쁠 남편을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이유를 알 수 없어, 불안했다.
신고한다? 하지만 편지의 내용만으로는 공갈 협박 사실을 증명키 어려웠다.
정말 "호의에서" 그랬던 거라고 발뺌한다면? 무시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혜란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이건 말하자면, 남편이 고의로 만든 간통 현장이고 스와핑이다.
남편은 교육자 출신의 작가, 나름의 사회적 명망이 있는 신분이다.
알려져서 좋을 게 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직장인 학원, 그녀의 집에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혜란은 그 자리에서, 저녁 식사도 잊은 채 어두워지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어쨌든 상대방이 누구고 의도는 뭔지 알아야 했다.
"하필이면 이런 때에…."
되뇌며 혜란은 제 다이어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입술을 깨문 채, "**카페, 토요일 오후 3시"라고 눌러 적었다.
"삽입은 안 돼요."
일 년 전 여름, 휴가로 떠난 한 여행지에서 남편이 데려온 남편의 후배가,
알몸이 된 혜란을 덮쳐 누르고 있었다.
물론 옆에는 남편이 있었다. 그러니까 작년 여름에,
이상스럽게 "다른 남자 품 안에 있는 아내"란 것에 집착하게 된 혜란의 남편은,
여름이 끝나갈 무렵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설악산에 콘도 하나를 예약하고는 혜란과 휴가를 떠나면서,
혜란이 처음 보는 남편의 후배라고 하는 남자를 같이 데려간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저녁, 콘도방 안에서 벌인 술자리로 얼큰해진 남편은,
이윽고 혜란에게 그 남편 후배의 앞에서 옷을 벗을 것을 요구해 온 것이었다.
물론 사전에 남편의 귀띔이 있었고 양해가 있었다.
그러나 사실 혜란의 입장에서는 곤란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고자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지,
이렇게 빨리, 그것도 공개적으로 남편이 이런 일을 요구해 올 줄은 몰랐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남편은 선생님이던 시절부터
한번 하겠다고 한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만 한다고 엄하게 가르쳤었다.
태어날 때와 똑같은 알몸, 자신을 가릴 아무런 게 없는 적나라한 상태로,
혜란은 최초로, 외간 남자 앞에 서게 되었다.
철든 이후로 남편 이외의 남자한테는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는 몸이었다.
정적이 흘렀다.
그 후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확실한 건,
두 남자의 시선이 벌거벗은 온몸에 따갑게 느껴졌다는 것….
남편은 이상하게도, 자기 아내의 벌거벗은 몸이
다른 남자 앞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 엄청나게 흥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남편이 그녀를 범했었다.
후배는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녀는 스스로가, 강간당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일이 끝난 후, 수치심으로 쿨쩍쿨쩍 울어대는 혜란을,
남편은 아까의 무자비한 태도와는 딴판으로 포근하게 안아주었었다.
나중에는 남편의 후배까지도 그녀를 위로해 주었던 것 같다.
"수컷이란 게 원래 그렇거든요. 이해해 주세요…."
아니, 이건 남편의 말이었던가? 어쨌든 간에,
그래 놓고 나니 무언가 마음이 풀리는 것 같기도 한 건.
혜란의 어쩔 수 없는 단순함인지도 몰랐다.
남편은 그녀를 욕실로 데리고 들어가서
자신이 더럽힌 몸을 자기 손으로 너무나도 곰살맞게 씻어 주었다.
덕분에 혜란은 이제 별 위화감 없이 남편이 시키는 대로
씻은 그대로의 알몸인 채 욕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남편의 후배가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그러고 보니 남편이나 그의 후배나, 혜란에게는 까마득한(?) 나이들이고,
그래서 그만큼, 어른 대하듯 편하게 응석을 부릴 수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리하여 혜란은, 자연스럽게 남편과 남편 후배의 사이에 눕게 되었다.
남편과 남편의 후배는, 이제, 마치 장난인 듯 혜란의 몸을 쓰다듬고, 간질였다.
혜란은 어른들한테 귀여움받는 어린애가 된 기분이었지만,
그렇게 느끼기에는 후배의 아랫도리가 너무 부자연스럽게 돌출되어 있었다.
"만져봐…. 꽤 뜨거워졌을걸?"
남편은 그런 후배의 아랫도리를 가리키며 종용할 뿐 아니라,
그녀의 손을 잡아 그곳으로 인도해 주기까지 했다.
시키는 대로 손을 뻗어, 딱딱해지고 뜨거워졌을 뿐 아니라,
새어 나온 것으로 이미 축축해진 사타구니를 가만히 쥐어 보았다.
그녀는 점차, 어쩔 수 없이 그 분위기에 녹아들어 가고 있었다.
"아아…. 좋아요…. 형수님, 좀 더 빨리, 세게…!"
그렇게, 남편이 돕는 가운데서 혜란과 남편의 후배는 서로의 육체에 녹아들게 되었다.
남편이 등 뒤로 혜란을 애무했고, 혜란은 신음을 흘리며 후배의 패니스를 틀어쥐었다.
후배는 점차 조심스럽게, 그리고 나중에는 상당히 거칠게 혜란의 몸 이곳저곳을 탐험해 나가기 시작했다.
"아…!"
혜란의 목덜미를 핥고, 가슴을 움켜쥐고,
젖꼭지를 희롱하던 후배가 이윽고 그녀의 가장 비밀스러운 곳으로 손길을 옮겼을 때,
혜란은 밀려오는 희열에 눈을 감지 않을 수 없었다.
후배의 손길이 헤집고 있는 그곳은, 이미 끈끈한 습기로 흥건해져 있었다.
그런 고로 후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혜란을 덮쳐 누른 채 이미 발기할 대로 발기한 제 물건으로
혜란의 음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었다.
열락에 잠겨 있던 그녀이지만, 여기에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고, 세차게 거부했었다.
"삽입은 안 돼요! 넣는 건 싫어요. 그건. 그것만은…."
폭발 직전의 양물을 쥔 채, 후배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남편을 돌아보았다.
남편 역시 그것만은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난처한 얼굴로 잠시 생각하더니,
"할 수 없지. 입으로 해 줘."
"......?"
혜란은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남편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남편은, 부드럽게 웃으며 혜란에게 키스하고, 그녀를 지그시 안아 일으켜,
팽창해 있는 후배의 아랫도리 쪽으로 이끌어 주었다.
혜란은 엉겁결에 일단 후배의 페니스를 한 손으로 잡았다.
"........."
혜란은 난처하기 그지없었지만, 남편의 부드러운 웃음과,
숨넘어갈 듯 애타게 애원하는 후배의 눈길,
그리고 새빨갛게 달아올라
그녀의 손안에서 불끈거리고 있는 물건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긴 한숨과 함께, 거기에 입을 가져가게 되는 것이었다.
".........!!!"
그녀의 입 안에서 뜨거운 그 물건은 바르르 떨려 왔다.
혜란은 천천히, 남편에게서 배운 기교 그대로 후배의 성기를 애무해 주었다.
입 안을 들락거리는 그의 음경은 남편의 것과는 확실히 좀 느낌이 달랐지만,
뭐가 어떻게 다르다 딱히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었다.
"헉... 헉헉..."
후배는 혜란의 입놀림으로도 채 만족할 수 없었는지 몸을 떨며 스스로 허리를 움직여 댔다.
혜란은 목이 자꾸 찔리고 좀 괴로웠지만 계속해서 정성스레 그것에 봉사해 주었다.
곁눈질로 살짝 남편 쪽을 살피니, 남편은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얼어버린 듯 넋 나간 양 이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우.... 우우우욱~~~!!!"
"......"
후배의 절정은 급작스러웠다. 혜란으로 하여금 어찌할 싸인조차 주지 않아서,
혜란은 별수 없이 미친 듯 터져 나오는 그의 정액을 빠짐없이 입 안에 담았다.
그 분출은, 마치 입천장을 뚫을 듯 맹렬한 것이었다.
실로 엄청난 양이 쏟아져 나와서,
혜란은 다 나온 줄 알고 그것을 입 안에서 뺐다가
재차 튀어나오는 뜨끈한 것에 얼굴 이곳저곳을 더럽히고 말았다.
"........."
입 안 가득 후배의 정액을 머금은 채,
혜란은 그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서 남편 쪽을 바라보았다.
남편의 얼굴은, 무언가 심상찮은 광채까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남편의 얼굴이 너무 낯설어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남편은 이상스러우리만치 자상한 얼굴로, 그녀한테 속삭였다.
"삼켜봐. 전부 다."
남편의 예사롭지 않은 얼굴에 혜란은 군소리 없이 그것을 삼켰다.
너무 양이 많아서 여러 차례에 나눠서 목구멍으로 넘겨야 할 지경이었다.
그것을 억지로 삼킨 후,
혜란은 무언가 멋쩍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해서 어색하게 웃으면서,
얼굴에 묻은 정액을 닦아내려 했다.
하지만, 남편은 채 그럴 틈 조차를 주지 않았다.
"......!!!"
"사랑해.... 혜란아 사랑해.... "
남편이 미친 듯 혜란을 덮쳐 누르고, 그녀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삽입이어서 어안이 벙벙했다.
남편은 그러나 그런 데 전혀 개의치 않고,
아니 숫제 무아지경이 되어서 그녀 몸 안에서 급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신이 나간 듯 사랑한다는 말을 되뇌며,
이제껏 전혀 본 일이 없었던 열정적인 몸놀림을 보이고 있었다.
"........."
"사랑해.... 사랑해.... 사랑...... 우욱~!!!"
남편의 절정은, 삽입만큼이나 급작스럽고 세차게 왔다.
그는 말 그대로 갈빗대가 으스러지도록 그녀를 껴안으며,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면서 그녀 안에 자신을 쏟아 부었다.
그들 간의 두 번째 완전한 섹스인 동시에, 남편의 두 번째 질내 사정이었다.
"그때까지는 그런대로 받아들일 만 했지…."
혜란은 회상했다.
어느새 토요일 오후,
그녀는 그 미지의 상대와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로 가는 택시 안에 앉아 있었다.
그 여름의,
남편의 불가사의한 열의와 그로 인한 혜란의 난처한 경험들이 어제 일마냥 생생했다.
하지만 역시, 그다음에 일어난 일은….
택시가 성남으로 접어들면서, 그 첫 번째 묘한 성관계 이후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생각이 미치자,
혜란은 그 상념을 떨쳐 버리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결코 유쾌하지 못했던 경험이었고, 그래서 그간 반쯤 잊어먹고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지워지지 않고 혜란의 뇌리로 그 기억이 파고드는 것은,
성남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그 미지의 상대 때문일 것이었다.
미지의 상대를 만나러 가는 혜란의 착잡한 기분은,
마치 그날, 처음으로 외간 남자의 페니스를 입에 품은 바로 다음 날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불쾌한 심정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을 때,
혜란은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래간만입니다."
"당신이........?"
나이답잖게 햄썸한 얼굴에 조금은 작은 키,
넓적한 얼굴에 의뭉스러운 얼굴을 한 남자가 그녀를 맞이했다.
"그날 이후 처음이죠? 그... 설악산 콘도에서 그날 이후로요."
기분 탓인지, 그가 설악산 콘도란 말에 한층 힘을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혜란은 눈앞이 아뜩해 짐을 느끼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저 음흉한 웃음. 들러붙는 듯한 저 표정을 다시 보게 되다니.
그 남자의 이름은 경진이라고 했다.
혜란이 그를 처음 본 건, 작년 여름,
설악산에서 처음으로 남편의 기묘한 성적 취향에 맞춰주기 시작했던 때였다.
처음으로 남편 아닌 남자의 성기를 입 안에 품었던 밤의 바로 다음 날이었다.
그날, 아침부터 혜란은 자기 방에서 나와 그들 부부한테 반갑게 인사하는 남편 후배 얼굴을,
나아가 남편의 얼굴 조차 똑바로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두 남자는 그렇게 한없이 화끈대는 얼굴을 수그리는 혜란을 향해 밝게 웃어 보여주며,
너무나도 천연덕스럽고 스스럼없이 굴었다.
그렇게 셋이서 마치 오누이처럼 나란히 근처의 관광에 나서려는 바로 그 무렵이었다.
"어, 형... 저거 경진이 형 아니우?"
"응?"
콘도의 앞마당에서, 그야말로 우연히 마주쳐 버린 것이었다.
경진은 남편의 동기라고 했다.
혜란이 아직 몰랐던 것으로 봐서 그렇게 친한 친구라든가 그런 건 아닌 것 같았지만,
어쨌든 반갑게 인사를 했다.
경진은 화사한 옷차림이지만 다소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부인과,
역시 다소 뚱한 얼굴의 어린 딸과 함께 있었다.
그들은 저녁때 만나 술이나 한잔하자며 헤어졌었다.
그래서 그날 밤, 남편과 혜란,
그리고 남편 후배와 경진은 후배의 콘도 방에서 조촐한 술판을 벌였었다.
경진의 아내는 딸을 재워야 하는 데다가 몸도 좋지 않다며 오지 않았다.
경진이란 남자는 남편과 같은 나이로,
데려온 딸 이외에 같이 오지는 않았지만, 중학교 다니는 아들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나누는 이야기로 보니 젊은 시절부터 꽤 이성한테 인기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혜란은 처음 봤을 때부터 이 남자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나자마자 젊은 시절 "놀았던"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 하며,
약간 광대 끼마저 보이는 과도한 유머….
사회에서는 원래 저렇게 너스레에 능한 사람이 인기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혜란한테는 그게 뭔가 경박해 보이고 싫었다.
그건 혜란의 취향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작가에, 전직 교사였던 남편과 결혼하게 된 것일 수도 있었고….
어쨌든 경진이란 남자는 만나면서부터 입만 떼면 꼭 놀았던 이야기요 음담패설이었다.
혜란은 내색은 안 했지만 그런 그가 영 불편했고,
남편도 그걸 눈치챘는지 화제를 다른 쪽으로 옮길려고 애쓰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야... 니네 그... 스와핑이라는 거에 대해서 들어 봤냐?"
"........."
혜란은 뜨끔했다. 뭔가 눈치를 챘나?
하지만 천연덕스럽게 주워들은 이야기를 해대는 걸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켕기는 바가 있어서 듣기 편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남편은, 이 화제가 나오자마자 이상스레 눈빛을 달리하면서, 조용히 경청하고,
나아가 경진의 이야기를 유도해 가고 그러는 것이었다.
혜란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남편의 후배까지를 포함해서, 사내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여기서 괜히 남편의 그 묘한 성적 취향이 발동해서,
바로 이 자리에서 혜란이 한테 옷이라도 벗으라고,
아니 어쩌면 좀 더 심한 상황으로 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오늘 처음 얼굴을 보는, 처자식과 함께 온 경진이라는 남자….
아니, 그런 모든 것을 떠나 혜란은 경진이 영 싫었다.
그래서 혜란은 적당한 핑계를 대서 자리를 떴다.
"흐음... 나도 말이야... 만약에 제수씨 같은 여자라면야!
기꺼이 그런 스와핑에 동참할 텐데 말이야 우하하하..."
경진 특유의 과장된 너털웃음이, 방을 나서는 혜란의 뒤통수를 간질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경진이 혼자 있는 혜란의 방으로 들어왔었다.
"뭐 마실래요?"
경진의 은근한 목소리에 혜란은 문득 회상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혜란은 증오를 담아 경진을 노려보았다.
그날 밤의 일은 쉽사리 잊힐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벌어져 버린 공교롭고도 우연스러운 사건인지라
그저 운명의 장난으로 치부하고 넘기려고 했지만,
그렇게 넘길 수만은 없는 무언가가 음흉하고 의문스러운 이 남자한테 있었다.
"아뇨. 용건만 말씀해 주시죠."
그러나, 혜란이 그렇게 야멸차게 노려보았건만, 경진의 입가에는 웃음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 예 그럴까요…?"
"......"
"음... 편지는 받으셨죠? 하기야 받으셨으니 여기로 나오셨겠지만.
흐음... 근데 어쩐다…? 이 비디오 사진이요.
이런 데서 꺼내놓고 보기엔 좀 그런 물건이라서요. 하하하하..."
혜란의 입술이 분노로 바르르 떨렸다.
이 음흉한 남자는, 그날 그렇게 얼렁뚱땅 혜란을 범해 버린 이후에도,
어떻게 번호를 알았는지 몇 번이고 아무렇잖은 듯 전화해서는 끈끈한 목소리를 깔아댄 일이 있었다.
그래서 혜란은 그만 화가 나서, 자꾸 이러면 남편한테도 말하고, 경찰에도 알려 버리겠다고,
그래서 그게 강간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법정에서 밝혀 보겠다고 호통을 쳤었다.
그때는 꼬리를 내리고 비굴해지던 이 남자가, 지금은 이렇게 자신만만하다.
그 이유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그 "비디오"에 있다는 걸 혜란은 잘 알고 있었다.
"됐어요. 사진은 편지에 있는 걸 봤어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용건이 뭐죠?"
"아 그게. 하하하... 편지에 썼듯이 뭐 엉뚱한 생각이 있다든가 그런 건 아닙니다.
음. 그러니까 피차 모르는 처지도 아닌데,
이런 게 돌아다녀서 제수씨께서 곤란해지고 그러는 건 좀 막고 싶어서요."
혜란은 지껄여대는 경진의 입술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하.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뭣하지만, 그때 그 설악산 콘도에서요.
저는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뭐 그렇게 여자 경험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뭐랄까 형수님 같은 여자는 처음이었다고나 할까요? 하하하하...
게다가 그날, 왠지 저 혼자 좋다가 만 것 같아서 죄송스럽기도 하고. 하하하!"
눈앞이 아득해져 옴을 느끼며, 혜란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사실 애당초 그 편지의 주인공이 경진임을 알았을 때부터,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대충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눈을 감고 망연자실해 있는 이 순간에도,
혜란은 자기 몸 이곳저곳을 탐욕스럽게 훑어대는 경진의 집요한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다.
어떻게 한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그 비디오가 공개될 경우,
나아가 그것이 남편에 의해 계획된 노골적인 스와핑 행위였음이 알려질 경우의 파장이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일이었다.
"아 참, 윤수는 잘 있나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