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야설)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 단편 중
여자에게 약한 남자라지만 우는 여잔 정말 대책이 없다. 게다가 저렇게 구슬프게 우는 여자라니........
난 옆자리에 앉아 담배 한 대를 물었다.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민정이지만, 어찌, 담배 없인 나도 슬픔에 물들 것 같았다.
"..왜 그래.."
"흑흑..."
젠장 입맛이 쓰다. 담배를 물고 한 모금 깊게 빠는데 손이 불쑥 올라온다.
"한 대 줘"
"야야. 아서..뭔 담배야.."
"..내놔봐"
내 손에서 담배를 뺏어가는 민정이. 입담배로 한 모금 빨곤 콜록거린다. 하지만 이내 다시 한 모금 ...
"후...젠장..왜 슬픈 노래를 부르고 지랄이야. 젠장.."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민정이
"어..미안.."
"아. 바보같이 뭘 또 미안해하고 그래?"
"...아니 그냥.."
"...됐고...노래하나 불러줘"
"뭐?"
"...이 정석의 사랑하기에"
겁나 고전이구나.
사실 예전 팀 회식 때 이 정석의 사랑하기에를 불렀다가 팀원들이 노인네 같다는 소릴 해서 더 이상 난 노래방에서 사랑하기에를 부르지 않았었다 ...
짜식들. 지들도 뭐 나랑 몇 년 차이 난다고..쯥
"...내가 말야..뚱땡이가 바람피우는 건 그렇다고 쳐...왜? 나 사실..늘 뚱땡이한테 미안했거든...."
테이블에 놓인 콜라를 벌컥거린다.
"..가서 캔맥주 좀 사와"
난 서둘러 카운터로 가서 맥주와 안주를 달라고 했다. 자리로 돌아오니 혼자 노래를 선곡해서 부르고 있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
젠장. 우울하다면서 왜 저런 노랠..
내가 앉자마자 노래를 꺼버리는 민정이.
"시켰어?"
"어"
"얼른 사랑하기에 불러줘"
...예약까지 걸어놨구먼? 노래를 막 시작하려 일어서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고 젊은 아가씨 하나가 마른안주와 캔맥주 4개를 들고 들어온다.
"아가씨. 캔맥주 4개만 더 갖다줘요."
"네? 아 네"
...얼래?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난 노래에 취했다. 사실. 사랑하기에를 부를 때면 난 늘 슬픔에 잠기곤 했다.
첫사랑 지숙이도, 불처럼 뜨겁고 끝마무리는 중국산 저가 제품처럼 지저분하게 끝나버린 미연이도 떠오르고.
사랑하기에를 부를 때마다 난 날 떠나가고 나와 헤어진 여자들을 생각했다.
노래가 끝났을 무렵 테이블엔 빈 캔만 덩그러니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 뭐야..4캔을..순식간에?"
"...오늘 술 좀 받네.."
얼굴이 이젠 거의 허예져 있다.
"야야. 조금만 마셔..아니, 뭔 술을...너 술도 안 세잖아"
"아. 괜찮다니깐....내 서방도 아님서 참.."
민정이가 날 보며 인상을 쓴다. 점점 하얘지는 얼굴.
이런. 갑자기 민정이가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오바이트를 하려나? 난 얼른 따라 나갔는데, 민정이가 향한 곳은 카운터.
"여기 맥주 4..아니 6개 더 주세요"
젠장!
"야!"
"아 왜"
"적당히 먹어..차라리 나가자. 응?"
"아. 됐거든? 나 술 먹을 동안 신청 곡이나 불러!"
.....하..이거 참.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는데 민정이가 손짓을 한다.
"이거, 이거 불러줘~"
....엥? 부활의 소나기.....거 참...빡센거 고르네...
"어느 단편소설 속에 넌 떠오르지..표정 없이 미소 짓던 그 모습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역시나 민정이는 마구 맥주를 들이켠다. 더 이상 그 모습을 볼 수 없던 나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민정이의 맥주를 뺏었다.
"야 .그만 좀 해."
"아. 왜 그래 진짜!"
내 손에서 맥주캔을 잡아당기다 맥주가 쏟아졌다. 얼굴에 맥주를 뒤집어쓴 민정이.
"..아..미..미안"
"...아. 진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는데 한참 얼굴을 닦다 말고 그대로 멈춰있다.
씨발. 또 우는 거야? 울보구나.
한참 그렇게 손수건을 대고 눈물을 흘리던 민정이가 대충 닦은 수건을 가방에 구겨 넣고서 내 팔을 잡는다.
"나가자"
"왜?"
"나가자고"
술에 취한 채 내 팔을 잡고 질질 끌다시피 나가는 민정이. 하지만 이미 취해서 몸을 가눌 수 없을 지경이다.
"..야. 천천히 가. 그러다 넘어.."
민정이가 계단을 다 올라가서 노래방 입구에 선 순간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야야. 아 진짜. 뭐야 이게.."
..하필이면 문 옆엔 누군가 토해 놓은 토사물이 한가득 있었고, 민정이는 치마에서 다리, 팔까지 토사물이 잔뜩 들러붙어 있었다.
"..아 씨발.."
"아. 진짜..뭐냐..칠칠하지 못하게..안 다쳤어?"
"...아우..괜찮은데..아이..어쩌지?"
난 주변을 둘러봤다. 일단 편의점 오케이..편의점! 편의점으로 뛰어가 물티슈를 사 온 후 민정이의 손부터 닦아줬다.
"...그냥 노래방 화장실 가서 닦으면 되는데.."
"...아. 그렇네...."
대충 손을 닦은 민정이가 노래방으로 내려갔다. 잠시 후
"...아 진짜 재수 없네.."
"응?"
"...화장실 가니까 물이 너무 졸졸 나와서 대충밖에 못 닦았어..어우 찝찝해"
"..어쩌냐..일단 얼른 대리 불러서 집에 가라. 그게 낫겠다."
"....그래야 하나..."
어물쩍 민정이와 난 민정이 차가 세워져 있는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관리 아저씨에게 돈을 주는데 아저씨가 민정이의 옷을 보고 한마디 한다.
"거 참..옷이 그리해서 차에 타겠나..거거 뒤도 다 묻었구먼.."
"...에?"
엉? 아..이제 보니..민정이 엉덩이에도 토사물이 묻어있네..
"...아 진짜..아우..어쩐지 눅눅하더라."
"...야. 일단 뭐라도 깔고 차에 타"
두런두런 말을 하고 차 옆에 서서 대리를 부르려는데, 민정이가 내 팔을 잡는다
"..우리 그러지 말고 어디 DVD방이라도 가자"
"왜?"
"일단 좀 닦고, 좀 말리고, 정신 차리고, 그런 후 집에 가게"
"뭔 DVD야. 볼만한 영화는 다 다운받아서 봤구먼.."
"...나 그냥 이대로 집에 가기 뭐해서 그래.."
"왜? 뚱땡이가 뭐라 할까 봐?"
"..뚱땡이 집에 없어...그리고...아직 집에 가기 싫어"
난 농을 걸었다
"아이구..여자가 남자한테 집에 가기 싫다고 함..참 듣기 좋은 소리네. 잉?"
"......어차피 우리 바람피우는 거나 마찬가진데. 연애나 할까?"
"얘가 술에 취했구먼...야야. 정신 차려.."
"...쳇..아무튼...나 찝찝해서...아. 이 근처 옷 가게 많지?"
"응"
"...옷 사서 입고 집에 감 되겠다"
흠..나쁘지않군 "
"그럼 여기 있어"
"왜?"
"아. 좀 여기 있어 봐. 금방 올게"
난 뛰다시피 옷 가게가 늘어서 있는 로데오 거리 쪽으로 갔다. 어디..아 .저기군 의류를 여러 가지 골고루 팔던 집이다.
예전에 미연이랑도 한두 번 왔던 곳. 저렴하면서도 스타일이 좋은 옷들이 많은 집 .일단 편해 보기는 바지 같은 게 낫겠지. 어디...아 저깄군.. 면바지...에...
우씨..사이즈를 모르네...일단...음...
"저기요"
"네?"
"..여자 바지를 사야 하는데..사이즈를 잘 몰라서.."
피식 웃는다
"..체격이 어느 정도인데요?"
"음..좀 마른편에 속하고..에..아가씨랑 키는 비슷해요"
"아. 그럼..이거...허리가 밴드 타입이라 입기엔 무난하실 거고, 바짓단에 자수도 있어서 요즘 잘나가요"
"...아. 그걸로 할게요. 대신..컬러는 녹색으로...그리고..어디...이 티셔츠..세트인가요?"
"아뇨. 데코레이션 해 놓은 건데...매칭이 좋죠?"
"같은 걸로 주시고 사이즈는..."
"지금 걸려있는 티면 될듯한데요?"
"그거 두 개 주세요"
합계 5만3천원. 쩝. 좀 아깝긴 해도..뭐....간간히 민정이한테 얻어먹은 것도 있고...
옷을 사 들고 가니까 차 옆에서 민정이가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다,
"야...뭐냐. 궁상스럽게.."
"아우. 왜 이제 왔어...근데 여기 주변에 화장실 없나?"
"왜?"
"...왜긴.."
"..아까 노래방 화장실로 갈까?""
아 됐어...쪽팔리게.."
"...급하냐?"
"...좀....그런데..옷 사 왔어?"
"응. 여기.."
내가 쇼핑백을 내밀자 슬쩍 벌려서 안을 본다.
"뭐 나쁘지 않네..그런데 너무 젊어 보이는 거 아냐?"
"애인 옷 고르는 줄 알았나 보지.."
피식 웃고는 두리번거린다.
"뭘 찾아?"
"...DVD방"
"왜?"
"...옷좀 갈아입게."
."...흠. 로데오거리 쪽에 가면 DVD 방은 많아. 가자."
민정이는 쇼핑백을 뒤로 돌려 엉덩이 부분을 가린 채 날 따라왔다. 한데 가는 날이 장날인가. DVD 방마다 사람들이 득실득실하다.
"..어쩌냐..사십 분은 있어야 한다는데.."
"아 뭐야..주말도 아닌데 왜 이래?"
"..여기가..젊은 애들이 많이 와...뭐 모텔 가느니 여기 오는 거지"
"이 근처에 모텔도 있어?"
"응. 저기 극장 뒤편으로 가면 꽤 괜찮은 모텔이 있긴 해"
"가봤어?"
순간 좀 쪽팔렸다 ...뭔가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 같은 마음.
"...어 뭐..."
"뭐야..마누라랑 같이 갔을리는 없고............애인?"
"...아니. 뭐. 애인은 아니고..."
"하여간 할 건 은근히 다 한다니깐. 그럼..모텔이나 가서 씻고 갈아입을까?"
"...고작 씻으려고 모텔을 가?"
"...치마만 젖었냐?"
..하긴
"속옷도 하나 사 오지..으이그"
".......거참..말많네..."
민정이가 입을 쌜죽거리면서 걷기 시작했다.
"어디가?"
"..모텔 어디야?"
허. 난 민정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모텔 방향으로 갔다 ...
모텔이 보이는 어귀에서 속옷 가게를 발견한 민정이가 금세 속옷을 하나 사 들고 나왔고 내 귀에 속삭였다.
"여기 속옷 디게 야하다. ㅋㅋ".
"..거참. 아줌마..."
"얼른 가자...."
민정이가 앞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이내 갑자기 옆으로 방향을 튼다 .
"어이. 어디가?"
"편의점~"
편의점 앞에 서더니 날 부른다.
"왜?"
"...들어가서 맥주랑 안주 좀 사 와"
"왜? 또"
"....어차피 들어가서 좀 한잔하면 안되냐? 술도 확 깨고 있구먼.."
"아 술 깼음 씻고 집에 가면 되지!"
"...하여간..이 아저씬...에혀. 말을 말지.."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한다. 그때 민정이의 엉덩이에 걸려있는 쇼핑백이 눈에 들어온다. 난 민정이를 제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냄새나니까 넌 밖에 있어라. 으이그"
맥주 여섯 캔과 야채 참치 캔, 육포를 사서 밖으로 나왔다 .
모텔방으로 올라가는데 민정이가 나한테 소곤거린다.
"...2층은 좀 그런데.."
"뭐가"
"아니...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좀 그렇잖아"
"별걸 다 신경 쓰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민정이가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다 ...
방에 앉아 난 발 냄새를 맡았다. 아. 발 냄새...거 좀...
조금 있으니 물 내리는 소리가 나고 민정이가 밖으로 나왔다.
"수건 거기 있어?"
"응? 아니..없네..어라?"
난 카운터로 전화를 할까 하다가..마침 담배가 떨어진 게 생각났다.
"내가 가지러 갈게. 어차피 담배도 좀 사 오고.."
"...어. 그래"
문을 열고 나가 담배를 사서 모텔로 돌아와 카운터에 얘기를 하니 가운과 수건을 챙겨주며 미안하다고 음료수를 두 개 준다.
음료수를 챙겨 들고 올라가려는데 카운터 직원이 날 불렀다.
"..손님. 콘돔은 필요없으신가요?"
"네?"
"아. 그 방 치우면서 콘돔도 안 가져다 놨던 것 같아서요. 드릴까요?"
"..아뇨 됐습니다."
날 보며 피식 웃는 직원.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려고 하는데..아차.... 혹시 몰라 문고리를 돌렸는데 잠겼다. 우짜냐............핸드폰도 놓고 오고....
난 살짝 문을 두들겼다. 반응이 없네. 이번엔 좀 더 크게.. ...반응 없음. 똑똑
"민정아"
똑똑
"문 열어줘"
거참......... 덜컥하면서 잠김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참..핸드폰도 놓고.."...
욕실 문만 열고 문을 열어준 것인지 젖은 머리에 가슴 어름이 드러난 채로 민정이가 욕실 문을 잡고 서 있었다. 막 들어가려던 모양인데. 쩝..쩝...
난 후다닥 방으로 들어갔다.
"...야야..거 뭐 씻고 있냐. 벌써.."
문을 닫고 들어간 민정이가 크게 말했다.
"안 들려!"
"...아니. 왜 벌써 샤워하고 있냐구. 수건도 없는데"
문 근처까지 가서 말하니 그제야 알아들었는지 대꾸한다.
"찝찝한데 뭐 하러 이러고 있어. 씻지...수건이나 내놔"
난 수건과 가운을 챙겨 문 앞에 놨다.
"문 앞에 있어"
조금 있으니 문이 살짝 열리고 하얀 손이 나와 수건과 가운을 챙겨간다. ...
아차..속옷... ...그러고 보니 내가 앉은 침대 머리맡엔 민정이가 벗어 놓은 브래지어가 가방과 함께 놓여있다.
작은 의자 위에 놓인 더러워진 옷들 ...그럼..쟤..나올 땐 어쩌지? 별의별 상상을 한다.
거참...눈을감고 있어야 하나..아니 옷을 챙겨줘야 하나?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가운을 입은 민정이가 나왔다. 젖은 머리에 수건을 감고 물기 머금은 얼굴로 내 앞에 선다.
"...화장실로 좀 가 있어"
"..어"
난 화장실로 가서 담배를 피웠고 조금 있으니 민정이가 날 불렀다.
"나와"
..밖으로 나왔는데 상황은 변한 게 없다.
"옷은 입었어?"
"좀 있다 입으려고. 일단 몸이 다 마르고선..아. 씻었는데도 왜 이리 찝찝하지?"
얼굴에 부채질하는 민정이. 난 에어컨을 틀었다.
"거기 술 좀 줘봐"
맥주를 꺼내서 민정이에게 주고 난 안주를 깠다. 테이블을 끌어다 침대 옆에 놓곤 그 위에 안주를 풀고 난 카운터 직원이 서비스로 준 음료수를 깠다
"..같이 먹어야지..이걸..나 혼자 다 먹어?"
"...알았어 .알았어..아참..진짜..오늘 참 거시기하게 앙탈이네"
짠하고 맥주를 마시는데 캔맥주를 거의 들이붓는 듯 입에 털어넣는다.
허. 꿀꺽꿀꺽 마셔대던 민정이가 고개를 뒤로 한껏 젖힌 순간, 가운의 어깨가 휙 하고 내려갔다.
드러나는 젖가슴. 난 맥주를 뿜을 뻔했다.
"..거 좀.."
내려간 가운을 내려다보는 민정이
"......근데"
"어""......나 예쁘니?"
".......아줌마가 뭐가 이쁘냐?"
"...나름 괜찮지 않아?"
"삐쩍 말라서는.."
"날씬한 거지.."
"날씬한 거는 무슨 개뿔.."
애써 농으로 대꾸했지만..아까 본 젖가슴 어름이 자꾸 거슬린다. 아니...신경이 쓰인다.
"...뭐 모텔에서 편하게 먹으니까 나쁘지 않네. 이런 용도로도 괜찮은걸?"
"내 참..아줌마랑 모텔에 다 오고..쯧..."
"왜? 나 어디 가서 그래도 아줌마 소리 안 듣는데?"
"그건 사람들이 예의상 그러는 거지..립서비스 몰라?"
"쳇..그런 아자씨는? 이봐 이봐..."
민정이가 내 배를 쿡 찌른다.
"배 좀 보시고 얘기하시지 아.자.씨?"
"...내 인격을 지금..찌른 거야?"
"얼씨구?"
"...술이나 마시고 좀 쉬어"
"아자씬 뭐 하려고?"
"나가서 담배 좀 피고 오려고 그러지"
"걍. 여기서 펴"
"기껏 샤워했는데 담배 냄새 덕지덕지 바르시려고?"
"까짓거 한 번 더 씻지"
하.........
"아..그러지 말고..아자씨도 샤워해. 방안에 발 냄새가 진동하는구먼.."
헙. 난 구시렁거리며 욕실에 들어갔다. 대충 발만 닦는데 문을 두들긴다.
"왜?"
"거. 발만 닦지 말고 깨끗하게 씻지?"
"남이야"
"거참".
..허..이거 좀 불안하네... 하지만, 막상 민정이가 씻고 나오는 통에 물바다가 된 욕실에 들어오니 눅눅한 게 좀..나도 씻고 싶어진다 ...
에라. 난 밖으로 나와 수건을 가지고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대충 찬물로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나오는데 날 보곤 민정이가 피식피식 웃는다.
"거. 가운 입고 나오지 뭐 하러 옷은 도로 입고 나와?"
"아. 남이야 가운을 입건, 옷을 벗건."
"어. 그거 좋다 벗어봐~킬킬"
...이 사람이....얼래? 언제 3캔이나 마신 거야?
"...적당히 먹지?"
"아. 괜찮아. 술 취함 한숨 자고 샤워하지 뭐"
"잘 하십니다. 그려"
"...근데...나랑 같이 있는 게 불편해?"
"왜 그러시나. 또?"
"...그거 뭐. 체면을 차리고 그래?"
"내가 뭔 체면을 차렸다고 그러나?""
기왕 씻은 거 가운 걸치고선 나랑 같이 앉아서 화끈하게 마시면 되잖아"
"아니. 그름 말야. 연인도 아닌 유부끼리 앉아서 모텔에서 술 먹는 게..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잖아요?"
"얼레리요? 뭐 .어때서 그래? 친구끼리 술 먹는 게 어때서"
"참. 아줌은 아줌이다..에혀"
자리에 앉는데 민정이가 다가 온다.
"결혼하고 나서 딴 여자랑 몇 번이나 자봤어?"
"뭐야. 갑자기"
"말해봐~"
"...그러는 댁은?"
"아.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두 번"
"오오......이 사람...얌전해 보이는데..ㅋㅋ..생각 외로..당신 꽤 노는가 보네?"
"뭐. 걍 좀 알던 사람이야"
"난 음..한 번도 없어"
"진짜?"
"응. 진짜. 나 꽤 조신한 아줌이라구"
하긴....
"..뭐. 그건 다행이고"
"뭐가?"
"....나름 자기관리 한다는 것이잖아. 유부가 사실 위험도가 높은 외도를 한다는 건, 관리 측면에서 보면 그다지 바람직한 건 아니니깐"
"당신은 했잖아"
"...난 최대한 들키지 않을 수 있는 자신이 있고, 환경이 되고, 여건이 되는 사람만 만나"
"오오. 왠지 프로 같아~"
"프로가 아니라. 그런 마음가짐 없이 외도를 해봤자 잘못하면 한 번에 모든 게 날아갈 수도 있으니 말야"
"철저하네..."
"내가 당신한테 핸드폰 스팸 처리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도 그 일환이고"
"나도 당신한테 외도의 대상인 건가?"
응? 대화의 방향이 어째....
"어쨌건 유부녀, 유부남이잖아. 신경을 써야지"
"흠. 어떤 의미론 당신 와이프에게 당신은 그래도 배려를 좀 하는 거네?"
"..그게 배려라고 함 좀 웃기지 않나? ㅎㅎ"
"..뭐 그래도 그냥 무신경하고 철저하지도 않은 것보단 낫지..어쨌건 최악의 상황은 고려하고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끔 한다는 건, 어떤 의미론 배려지"
"...그렇다고 하자.."
술을 다 먹고 나서 민정이가 뒤로 벌렁 눕는다.
"아..삼십 분 후에 깨워줘."
대책 없는 아줌마군. 눕자마자 다소 갑갑해하는 숨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이내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이거..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화장실로 가서 불도 안 켠 채 변기에 앉아 담배를 물었다..
솔직히 좀 덥네.. 셔츠를 벗고 속옷 차림으로 담배를 두 대째 피우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뭐해?"
"아. 놀래라!"
"...아우..뭐야...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담배 피우잖아!"
"...방으로 와서 피워도 된다니깐."
문을 열고 나가면서 손가락을 까닥거린다. 젠장.
꽁초를 변기에 버리고 나오는데 민정이가 내 손을 잡는다.
"아찌"
"아 왜"
"....뽀뽀해봐"
...잉?
"뭐야"
"나 담배 피우는 남자랑 뽀뽀나 키스를 해본 적이 없어. 뽀뽀해봐"
"아 왜"
"거 왜..난 건강 때문에 담배를 싫어하는 거지..실은, 담배 냄새가 이상하게 싫지가 않더라고...뽀뽀 좀 해봐"
...취했나..
"이 사람이..지금 나 꼬시는 거야?"
"뭐. 하는 거 봐서 꼬실 수도 있지 않을까?"
..... 장난스러운 눈웃음... 마치 지숙이 같아.... 빨간 입술 ...젖은 머리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