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음보감 9 - 기인 안광익
"제발 소인에게 깨달음을 주십시오."
"허.. 이런 맹랑한 녀석을 보게."
방중술을 성의학(性醫學)이라는 독창적인 의술 분야로 체계화시킨 기인 안광익을 만난 것은 허춘에게는 새로운 성취를 이루는 계기였다.
[ 저자 주 : 모든 요소를 야설화 시키기 위해 안광익의 부술(해부학)을 저렇게 변질시켰습니다. 푸하하하.. 방중술 = 남녀가 성교를 치르는 방법과 기술. ]
"그럼 좋다. 내일 날 밝는 대로 네 놈의 처를 데려오너라. 그리고 내가 뻔히 지켜보는 앞에서 둘이 정사를 치르는 게다. 으허허허허! 그 정도 배짱도 없는 녀석이라면 내게 성의학을 익힐 생각은 아예 말아야지.. 암, 그렇고말고. 으하하"
"뭐라 하셨습니까? 어찌 그리 해괴한 정사를 치른단 말입니까."
" 안 되겠지? 그럼 썩 물러가거라."
허춘의 이마에 진땀이 흘러내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에 빠진 것이다.
포기를 하자니 자신의 의술에 대한 집념이 너무나 컸다.
그런 허춘의 쩔쩔매는 모습에 안광익은 이틀 밤낮을 따라다니며 자신을 귀찮게 한 진드기를 떼어버렸다고 마냥 즐거워했다.
"하겠습니다. 하면 될 것 아닙니까!"
"오호. 정말이냐?"
"그러하옵니다."
기인 안광익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살다 살다 내 생전 저런 질긴 놈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 둘렀다. 하지만 그것은 내일이 되어야 확인이 될 터.
허춘이라는 저놈이 처를 동반하여 자신에게 온다는 말이 미덥지 않았다.
설마 부부의 은밀한 정사를 진짜로 대낮에 남에게 보여 줄까? 하는 의심이 일었다.
광명을 밝히는 해가 중천에 걸려 있었다.
"허허. 그럼 그렇지. 제 놈이."
안광익은 아직 허춘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자, 어제는 허세를 부렸거나 아내가 그를 단념시킨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부부끼리 정사하는 광경을 못 보는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젊은 육체의 향연을 진탕 지게 관찰하고 싶었는데.
그때였다.
"소인 약속을 지키러 왔습니다."
"으헉. 네 놈은."
허춘의 목소리가 먼저 들리고, 바로 비장한 표정의 그가 안광익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옆에는 다희가 너무하다 싶어질 정도로 붉어진 얼굴로 다소곳이 서 있었다.
수줍어하는 기색이 우아한 용모를 더욱 환하게 만들었다.
"허허. 네 녀석도 정말 대단한 놈이야. 그래 저런 미친놈의 부탁을 부인은 허락했소?"
"네.."
눈을 곱게 내리깔고 있는 다희에게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안광익은 물어보았다.
참으로 대단한 놈에, 대단한 처라고 감탄하면서 다희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지아비의 크나큰 뜻을 이루는데 자신의 미력한 몸이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더한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게 다희였다.
하지만 막상 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아비와 정사를 나누어야 한다는 현실은 사대부의 딸인 다희로서는 창피하고 난처하기 그지없었다.
"흠. 약조는 시키겠다. 네 놈에게 성 의술을 전수하마."
"고맙습니다. 정말이지. 이 은혜를."
"하하. 나야 밑지는 장사는 아니지. 빨리 보여주기나 해라."
허춘은 대답을 못 하고 부인을 쳐다보았다.
다희는 얼굴이 더욱 새빨개지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입이 찢어지라고 귀에 걸린 안광익이 그들을 흡족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볏짚단 위에 단아한 여자가 반듯하게 누워있었다. 다희였다. 기품 있는 얼굴에서 느껴지듯이
눈꽃같이 맑은 눈동자와 상큼한 이마, 가는 눈썹, 가름한 볼은 여느 여인보다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붉디붉은 입술은 부끄러움을 참아내려고 파릇파릇 떨린다.
"부인 긴장을 푸시오. 그리고 참으로 고맙소."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다희에게 허춘은 이렇게 속삭였다.
다희가 그 말에 촉촉한 입술을 벌렸다.
꺼칠한 허춘의 입술이 조그만 입술을 덮으며, 혀로 다희의 잇몸을 어루만졌다.
조금 후에는 하얀 이를 문질러주다가 그 틈새로 다희의 혀를 휘감았다.
맑고 달콤한 타액이 둘 사이를 오갔다.
배어 나오던 침이 현저히 줄어든 즘에야 허춘은 부인의 옷고름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한 겹 한 겹 상반신의 의복들이 벗겨진다. 사락사락! 여인의 옷에서 들리는 마찰 소리는 기분을 들뜨게 했다.
좋은 위치를 점한 안광익이 천이 스치는 그 야릇한 소리를 음미하였다.
가냘픈 어깨가 보여지고 떨리는 몸뚱이에서 속치마까지 곧 떨어졌다.
"음... 곱다.."
"아응, 아아..."
다희의 순백의 살결이 드러나자 안광익은 낮은 신음을 뱉어내었다.
과거 안광익이 접해본 수많은 여인 중에서 저처럼 희고 유려한 가슴은 없었다.
달빛을 빌려놓은 듯한 색감의 다희 가슴은 숨을 내쉴 때마다 부풀어 오른다.
또한 만지면 튕겨 낼 듯한 탄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진분홍의 유두를 허춘이 부드럽게 베어 물었다.
그러고는 혀끝으로 빙빙 유륜을 돌리다가 그 안에 힘을 주어 찔렀다.
물컹한 혀가 역시 연하고 부드러운 살을 찌른 걸로 인해 다희는 꿈틀대었다.
곧바로 허춘의 이빨이 젖가슴의 여기저기를 가볍게 물어주자 다희는 몸부림까지 친다. 안광익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면서.
"아학.... 좋아요.."
부드러운 애무와 동시에 허춘의 손은 우악스럽게 다희를 공략했다.
가슴을 터질 듯이 움켜쥐기도 하고, 속곳 틈으로 엉덩이를 거칠게 쓰다듬기도 하였다.
그리고 반질반질한 살갗을 타고 허리를 더듬다가 배꼽 구멍으로 손가락이 숨어 들어가 간지럼을 태웠다.
다희는 농염한 몸짓으로 그런 애무에 화답하였다.
가끔 희열의 신음도 흘린다.
이윽고 둘 사이의 흥분이 안광익이라는 어색한 존재를 지워나갔다.
그렇지만 안광익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아예 허춘과 다희의 껴안은 바로 옆에 바짝 달라붙어서 부부간의 정사를 세심하게 관람하였다.
더불어 이 순간의 흥분이 저 부부만의 소유가 아님을 자기 신체로 표현하였다.
조금씩 성이 나는 양물이 뻐근해져 오며 바지 위로 돌출했다.
` 지아비를 위해서 부끄러움 같은 건 참아내는 거야.`
다희는 양다리를 들어 고쟁이를 엉덩이에서 끌어내리는 허춘을 도왔다.
이런 다희의 모습은 어딘지 애처로워 보이면서도 허춘에게 성욕을 북돋웠다.
그리고 다희의 질끈 감은 눈도 안광익이 보고 있다는 수치심 때문만은 꼭 아니었다.
매일 밤 지아비 허춘의 품에 안기는 다희였지만, 이상하게도 어느 때보다 더 흥분되어서 그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했
다.
"아, 창피해요. 서방님!"
이윽고 또 한 꺼풀의 천 조각이 떨어졌다.
이제 다희의 맨살을 가린 것은 작디작은 속곳 하나뿐이었다.
엄습하는 부끄러움이 다희의 허벅지를 엇갈리게 했다.
그런다고 드러난 흰 다리가 가려지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아니 이 오므림이 고스란히 드러내놓은 허벅지보다 더욱 야릇하고 흥분된 느낌을 주었다.
다희가 의도한 바가 아니지만, 안광익은 그녀의 알몸이 자아내는 자태에서 훨씬 흥분감을 더했다.
허춘의 손이 안광익의 고조된 흥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희와 겹쳐 누운 자세로 속곳을 벗겨나갔다.
그것은 다희의 깊은 신비만은 안광익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일말의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안광익은 고개를 더 들이밀어 다희의 부드러운 하복부와 허춘의 단단한 하복부가 맞닿은 부위를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지켜
봤다.
이내 속곳이 떨어져 나왔다.
어쩔 수 없이 보여지는 틈으로 다희의 무성한 음모와 민망한 치골이 비췄다.
허춘은 조금이라도 재빨리 끝내기 위해 다희의 보지 살을 벌였다.
역시 새빨간 속살들이 안광익에게 보여줬다. 안광익도 서둘러 바지 안으로 자지를 부여잡았다.
"푸우욱.."
"우읍.. 다희..."
"헉! 아으응..."
성기가 소음순의 살들을 비집고 음문에 잇대어지자 허춘은 다짜고짜 강하게 밀어붙였다.
삽입은 단숨에 다희의 자궁 입구까지 이루어졌다.
이미 충분한 유희가 있었기에 다희의 질 안은 흥건히 젖어있었다.
숨넘어가는 신음 소리가 허춘과 다희의 입에서 동시에 터졌다.
다희가 허춘을 보듬으며 매달린다.
이어서 허춘도 뜨거운 생식기를 결합하고, 다희의 나신 위에서 완만한 널뛰기를 뛰었다.
비대한 허춘의 성기가 다희의 비좁은 비부를 들락거리는 광경이 안광익에게 엿보였다.
금세 안광익은 흥분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자지를 붙잡고 자위를 하였다.
땀과 애액의 진한 살 내음이 그의 코를 강렬하게 자극한다.
"아...사랑합니다."
"헉헉. 나도 사랑하오."
다희의 질이 부들부들 경련을 시작하였다.
이 연약한 점막을 가르고 있는 허춘에게도 그 촉감은 참기 어려운 감각이었다.
정상이 곧 임박했음을 느낀 허춘이 격하게 다희의 몸 안을 왕복했다. 그리고 이 움직임에 맞춰 다희는 가빠오는 육신을 들썩였다.
환희가 세포 하나하나를 나른하게 만들었다.
그럴 즈음 안광익이 자기 성기를 끌어낸다. 그리고는 다희의 땀에 젖은 엉덩잇살에 비벼대었다.
다희는 이를 모르는지 가만히 있었다.
"어억!.. 하으음....."
"헉! 나간다..."
허춘은 안간힘을 쓰며 마지막 절정에 치달았다.
그 겨를에 다희의 허리는 활처럼 휘면서, 온몸에서 희미한 느낌으로 찾아오던 쾌감이 극렬하게 커지며 퍼져나갔다.
몸도 의식도 사라지는 쾌락의 순간! 다희는 모든 것을 잊고 쭉 늘어져 버렸다.
허춘의 끈끈한 정액이 뭉클뭉클 자기 자궁으로 쏟아지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또한 안광익이 매끄러운 엉덩이에 흉물스러운 자지를 비벼대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다만 아늑하고 황홀한 느낌에 자신을 내맡겼다.
그리고 그녀의 위에서는 허춘이 줄어든 성기를 그대로 둔 채 경직된 몸을 포개두고 있었다.
` 아아. 내 몸에 다른 남자의 물건이 닿아있던 것도 몰랐으니. 아. 이일을 어떡해. 창피해."
우람한 자지를 다희의 부드러운 살결에 살살 비벼대던 안광익도 열기가 사라지자 다희에게서 떨어졌다.
그제야 안광익이 자신의 맨살에 닿아있었음을 안 다희는 눈을 예쁘게 흘겼으나, 허춘을 책망하지 않았다.
그냥 그 상황이 더 이상 진전 없었음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달리 뭐라 비난할 경황도 아니지 않은가!
남녀 간의 생생한 정사를 바로 옆에서 낱낱들이 보여줬으니, 안광익이 흥분해서 자기 엉덩이에 성기를 조금 비벼댔다손 치더라도 흉을 볼 수는 없었다.
사정하지 않은 안광익의 얼굴에 불만의 표정이 역력했다.
"부인."
허춘은 다희의 몸에 녹아들었던 정신을 수습하였다. 그리고 정감 어린 목소리로 다희를 불렀다.
번지르르하게 땀으로 녹초가 된 다희의 얼굴이 들어 올려지자 허춘은 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으스러져라 껴안아 주었다.
자신을 위해 수치스러운 행위까지도 끝끝내 참아준 그녀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런 금술 좋은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안광익은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물론 허춘의 처, 다희에게 마음이 갔지만...
그 일이 있었던 직후 허춘은 안광익에게 혁신적인 의술이라 할 수 있는 성 의학을 전수 하였다.
그리고 예진과 싹트는 애정과 변모하는 허춘을 견제하려는 유도지를 비롯한 문도들의 핍박은 나날이 거듭되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허춘의 의술은 날로 일취월장하였고, 마침내 약재 창고지기로 임명되면서 유의태로부터 인정받기에 이르렀다.